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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後]'타다 금지법' 거부권 행사 없다면, 혁신성장도 그만둬라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한 축은 '혁신성장'이다. 민간주도의 기업 혁신을 촉발해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공급' 중심의 정책 기조다. 하지만 이번 '타다 금지법'의 통과 과정을 살펴보면 과연 정부가 혁신성장에 대한 철학이나 의지가 있는지 되묻게 된다. 타다 이슈에서 보여준 정부와 정치권의 권위주의와 경직된 사고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취재 현장에서 접한 다섯가지 '실언'으로 타다 사건을 되돌아본다.
◆"타다가 무슨 혁신이냐"
지난해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시작된 이후 만난 정부 고위 공직자들은 "타다가 혁신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기사 딸린 관용차 타시는 분들이라 기사가 말을 걸지 않는다던지, 클래식 음악이 나온다던지, 담배 냄새가 안난다던지 하는 건 애초에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들은 "고작 앱 하나 만든게 무슨 혁신이냐"며 불쌍한 택시기사들 일자리 뺏으면 안된다는 식이었다. 타다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는 이런 의식이 전반적으로 깔려있었다. 혁신이 얼마나 거창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시가총액 14조5000억원의 카카오도 '카카오톡' 앱 하나로 시작됐다.
혁신적인 서비스는 기존의 불편함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이나 기술로 해결하면서 나온다. 카카오톡은 건당 30원의 문자 메시지를 공짜로 쓸 수 있게 해주며 이용자 4500만의 '국민 메신저'가 됐다. 타다 역시 택시업계가 수년 간 풀지 못한 승객들의 불편 불만을 일거에 해소하며 입소문만으로 서비스 9개월 만에 100만 이용자를 돌파했다. 이용자들은 사실 타다가 택시인지 렌터카인지에 관심이 없다. 더 편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선택할 뿐이다. 택시는 택시대로, 타다는 타다대로 혁신하며 경쟁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는 타다의 혁신을 폄하하며 택시와 같은 규제 내로 들어오길 강제했다.
◆"타다는 사실상 택시일 뿐이다"
타다와 모회사 쏘카의 목표는 애초에 택시회사가 되거나 택시를 이기는 게 아니라 자가용을 줄여보자는 것이었다. 이들은 차를 사지 않아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시대를 꿈꿨다. 그래서 기사를 써서 차량과 이용자를 연결한 것이고, 나중에 자율차 시대가 오면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대신할 생각이었다. 이런 사업 모델을 위해 데이터를 쌓고 AI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데 정부는 현 상태만 떼놓고 '유사 택시'라고 단정해버렸다. 기업이 추구하고 법원도 인정한 혁신을 정부가 멋대로 재단해 버린 것이다.
국토부가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 법안이라 주장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은 지난해 7월 내놓은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기반하고 있다. 제목부터가 택시제도를 어떻게 바꿀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빌리티=택시'라는 산업 구도를 기업이 아닌 정부가 미리 짜놓고 다른 형태의 사업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자율차 시대가 오면 자동차는 사실상 스마트폰과 같은 IT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버나 그랩 같은 글로벌 선도 업체들은 이미 모빌리티 플랫폼에 음식배달, 물류, 금융 등의 서비스를 부지런히 깔고 있다. 기존 택시는 비교하자면 피처폰이다. 피처폰에 여러 부가 서비스를 붙여봐도 스마트폰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에 피처폰이 안전하고 종사자도 많으니 이것만 하라고 손수 정해준 셈이다.
◆"제도권 내에서 하면 된다"
국토부는 끝까지 여객법 개정안이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타다도 제도권 안에 들어오면 계속 사업이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타다는 연간 수백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달리고 있다. 이용자를 더 끌어모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투자를 유치하는 게 목표였다. 스타트업의 시간은 공무원의 시간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매일이 전쟁이다. 기여금을 얼마나 내야할 지 나중에 시행령으로 알려준다는 건 눈감고 절벽을 건너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더구나 모빌리티 업체들이 기여금을 내는 나라는 많지만 차량 수까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나라는 없다.
타다 측은 이 문제부터 논의하자고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였다. 정부는 개정안이 사회적 대타협을 시작으로 수개월 간 업계와 충분한 논의 끝에 나온 대책이라 했는데, 처음 정부안에서 달라진 게 없었다. 택시 이외에 답은 애초에 없었다.
◆"다른 모빌리티 업체들은 통과를 원한다"
국토부는 여객법 개정안 통과로 신규 스타트업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을 없앴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 제도적 불확실성이 없어진 게 아니라 정해진 사업만 가능해졌다. 업계엔 스스로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깨고 때에 따라선 법을 바꿔서라도 규제 틀 내에 기업을 끼워넣을 수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냈다. 그동안 택시는 택시종량제와 기존 면허제도가 지닌 한계로 인해 서비스를 개선하지 못해왔다.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과감한 투자나 변화를 모색하지 못했고, 경쟁 없는 시장에서 관성적으로 제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했다. 매해 조단위의 세금이 투입됐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정부는 이런 한계가 있는 '제도권'을 고치는 대신 새로운 모빌리티 업체들이 기여금까지 내며 들어오도록 강제했다. 정부는 제도권 편입을 노리는 기업들을 옹호했고, 이들의 주장을 들어 "타다를 제외한 다른 모빌리티 기업들은 개정안 통과를 바라고 있다"는 여론을 만들었다. 현재 가장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법을 나머지 경쟁 기업들이 마다할 리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플랫폼 혁신은 다수결이 아니라 승자독식이 기본이다. 정부가 정해준대로 사이좋게 시장을 나눠갖는 혁신 시장은 없다.
◆"사기꾼 범죄자 집단이다"
마지막으로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킨 정치권의 태도는 우리 사회가 혁신을 실현하기 얼마나 척박한 환경인지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법사위는 만장일치가 아니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관례가 있다. 전체회의에서 이철희 의원과 채이배 의원이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이의가 있냐고 묻고는 이의가 있다는 의원들을 묵살하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이런 법이 어딨냐고 항의하는 이철희 의원에게 여 의원장은 "이럴 수 있다"고 고성을 질렀다. 국회 역시 '답정너'였다.
타다 금지법이 6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리란 건 이미 예상된 수순이었다. 다만 표결을 앞두고 찬성 토론자로 나온 김경진 의원은 "혁신을 빙자한 사기꾼에 의해 대한민국 전체가 휘둘려 왔다"며 타다를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해 업계를 경악게 했다. 비록 1심이지만 법원은 타다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판결문에도 명시했듯 로펌을 통한 사전 법률 검토와 국토부 담당 공무원과의 수시 협의를 거쳤다. 근거 법안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면 입법 미비 탓인데 김 의원은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기업가를 범죄자로 내몰았다.
◆마지막 카드 '거부권', 단순히 타다만 사라지는게 아니다
타다 서비스를 개발한 브이씨엔씨(VCNC)의 주역들은 서울대를 나와 창업에 도전, 이용자 3500만명의 글로벌 서비스 '비트윈'을 만든 유능한 인재들이다. 이런 인재들이 굳이 창업에 도전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수모를 지켜보며 앞으로 어떤 인재들이 혁신을 꿈꿀 수 있을지 암담하다.
아무리 정부에서 창업을 하라며 세금을 퍼줘도 정부가 정해진 룰대로 사업할거면 공무원이 되지 누가 기업가를 꿈꾸겠는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 분야는 의료, 교육, 금융 등 규제 산업이 많다. 이런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 보려면 범죄자가 될 각오부터 해야할 판이다. 왜 청년들이 노량진으로만 몰려가는지 이번 타다 금지법 통과 과정을 지켜본 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제 혁신성장을 위해 남은 방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꺼내는 것이다. 다시 한번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 정부가 정해 놓은 답 대신 기업의 목소리를 토대로 제도를 만들고 택시와 함께 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 타다가 사라진다면 단순히 하나의 기업 또는 서비스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닌 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과 혁신성장 구호의 공허함만 드러내는 꼴이 될 것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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