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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배틀그라운드'는 잘나가는데... 해외서 죽쓰는 K-보안, 왜?

자국기업 우선하는 특수성 있다지만... M&A 등 적극적 투자 아쉬워

2020-02-25테크M 이수호 기자

/그래픽=테크M 편집국 제작

#안랩도 포기한 글로벌 #자국기업만 선호? #그래도 포기말자 글로벌 

 

국내 보안기업들은 지난해에도 해외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늘 그랬다. 5G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대중화되면서 보안산업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보안산업은 맥을 못추고 있다. 일본을 강타한 메신저 라인부터 글로벌 흥행게임 배틀그라운드까지, 토종 인터넷 서비스들은 연일 해외에서 낭보를 전하고 있는데 왜 유독 보안산업은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했을까. 

◆안랩도 포기한 북미시장… 우물안 개구리된 K-보안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업계 맏형' 안랩의 글로벌 누적 매출은 59억원에 그쳤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200억원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안랩 전체 매출은 1700억원 규모로, 글로벌 누적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체 매출의 약 5%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보안사업의 핵심인 보안서비스와 상품, 컨설팅 분야에서 안랩의 해외매출은 거의 '제로'다. 그나마 엔드포인트와 네트워크 보안제품에서만 미비한 해외매출이 나오고 있다. 안랩은 지난 2013년부터 해외매출 비중 30%를 목표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들겼지만 현지 업체들에 밀리며 유의미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이에 안랩은 최근 미국 법인을 아예 철수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 문서보안 시장의 최강자로 알려진 파수닷컴 또한 수년째 미국 현지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며 유통망 진입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해외매출(지난해 3분기 기준) 비중은 안랩과 비슷한 4%에 불과하다. 안랩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 SK인포섹, 이스트시큐리티 또한 마찬가지다. 국내 보안업계에선 유일하게 윈스만 약 두자릿 수의 해외매출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기밀 탓만 할 수는 없다, 적극적인 M&A 아쉬워

국내 보안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업계에선 "보안 사업의 특수성"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안은 안보에 직결되는 만큼 자국 솔루션을 신뢰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PC 모바일 모두 소프트웨어나 운영체제에 보안이 선탑재되고 있는 만큼, 토종 업체가 경쟁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도 않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보안제품이 우리나라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특수성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인수합병(M&A)를 통해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시만텍과 시스코 등 외국계 보안업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계 신생 보안업체들이 국내 B2C 모바일 백신앱 시장을 장악해버렸다. 국내 사물인터넷(IoT) 시장이 무르익고 있는 상태에서 자칫, 보안 주도권을 해외 기업에 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기업과 경쟁하며 보안 트렌드를 익혀야하지만 '우물'에 갇혀 경쟁력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잦은 해킹과 정보 유출 사건이 한국 상품의 신뢰도 저하에 간접적인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미국 법인을 철수한 A사 관계자는 "보안제품은 신뢰성이 핵심인데, 일련의 해킹 사건을 보면서 한국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졌다"며 "우리 역시 유통망 진입 과정에서 인정을 받지 못해 아예 미국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중소 보안업체 A사의 대표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토종업체끼리 몸집을 불려야하는데 대부분의 보안업체가 오너 경영 체제인 만큼, 합병 논의 자체가 쉽지 않다"며 "공공 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전반적으로 투쟁심이 낮은 것도 우물안 개구리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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