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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미래인간탐구] ②인공 뇌로 세계 최초 뇌파 생성한 무오트리 교수

첨단기술이 그리는 미래 인간 ‘휴먼플러스 증강인간’

2019-12-26박응서 기자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미니 인공 뇌를 이용해 뇌파 생성에 성공한 알리송 무오트리 교수. 사진제공 휴먼플러스 증강인간

타고난 인간의 조건을 거스르는 반란,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이 기술을 이용해 진화를 결정할 수 있다는 확신을 근거로 하는 과학기술 운동이다. 이들은 노화를 막을 수 있고, 기술을 활용해 몸과 마음을 향상시키며 기계와 융합해 더 이상적인 모습으로 개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을, 더 폭 넓게는 인류를 더 강력하고 유용한 존재로 변화시키는 길, 이것이 어떤 의미일까. 불멸의 가능성을 믿기 위해 기술을 신뢰해도 되는 것일까. 테크엠은 2020년 신년기획으로 미래인간탐구 연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계와 혼종돼 살아가는 인간의 미래를 통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얻길 바란다.

- 편집자주

 

<사람 뇌를 재건하는 인공 미니 뇌>

알리송 무오트리 교수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미니 인공 뇌를 이용해 뇌파를 생성하는데 성공했다. 그가 만든 완두콩 크기의 인공 미니 뇌는 사람의 뇌구조와 질환을 연구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무오트리 교수를 만나 뇌 오가노이드가 만들어갈 미래 인간에 대해 들었다.

 

미니 뇌 연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오랫동안 줄기세포를 연구해왔고, 사람의 뉴런을 생성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개발해왔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 뇌를 그리도 독특하게 만드는지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다른 영장류나 사람과 가장 가까운 종인 침팬지와 비교해도 침팬지 뇌는 사람 뇌와 매우 다르다.

뇌를 연구해보면 전두엽 또는 뇌 영역이 진화 과정에서 가속화되며, 더 강력한 인지 능력을 발생시켰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사회적 측면에서 영향이 크다고 본다. 사람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한다. 반면 침팬지는 그렇지 못하다. 사람이 타인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이것이 첫 번째 연구 동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 결과를 신경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활용하고 싶은 생각으로 이어졌다. 학문적인 연구로 얻은 지식을 현실에 적용해 사람 뇌가 인공적으로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 즉 신경 질환이나 뇌 외상, 뇌 손상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들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싶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를 인공으로 만드는 뇌 오가노이드 기술. 사진제공 휴먼플러스 증강인간

 

미니 뇌를 이용해 어떤 연구를.

먼저 사람 뇌 모델을 만든다. 사람의 뇌, 특히 극 초기 단계와 배아-태아 단계의 뇌는 블랙박스와 같다. 이를 알아내려고 자궁 안에 있는 건강한 태아의 뇌에 전극을 부착하면 비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동물 뇌나 사후 조직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본질적으로 한계에 처한다. 사후 조직은 이미 죽어 있어 조직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할 수 없다. 그리고 동물 뇌는 사람 뇌와 매우 다르다. 사람 뇌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다른 영장류에 비해 확연하게 다르며, 훨씬 발달된 구조를 갖고 있다. 오로지 사람 뇌를 연구하는 것만이 뇌가 형성되는 방식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사람이 가진 인지 능력을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사람 뇌 형성에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을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폐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퇴행 질환 중 일부는 두뇌 발달의 초기 단계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초기에 뇌 구조가 형성되는 방식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좋은 모델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연구에서 뇌 오가노이드는 매우 중요한 모델이다.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서 두뇌가 형성되는 방식과 형성 과정이 잘못되는 순간을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를 이해할 수 있다면 방금 말한 모든 신경학적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오가노이드는 미니 장기, 유사 장기와 같이 번역되는데, 생체 기관을 모방하는 분야다.

 

뇌 일부를 복제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한가.

미래의 재생의료에서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이가 특정 뇌 영역을 상실했을 때, 그는 실험실에서 추후에 받을 재생의료 이식 수술을 위해 상실한 특정 영역을 설계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뇌 오가노이드 기술을 응용하는 사례다.

현재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한 가지 응용 사례는 파킨슨병이다.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는 선조체의 도파민작동성 뉴런이 손실된다. 그래서 우리는 제대로 기능하는 도파민 작동성 뉴런으로 가득 찬 선조체를 모방한 미니 선조체를 재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만든 오가노이드를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의 선조체에 다시 이식할 수 있다. 이식된 오가노이드가 죽은 뉴런을 대체하고, 기존의 모든 연결을 재건한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더 많이 생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특정 두뇌 외상을 입은 환자나, 특정 두뇌 영역에 심한 손상을 입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도 있다. 미래에는 이렇게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사람 뇌의 특정 영역을 교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니 뇌가 사람의 의식, 사고의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나.

미니 뇌 또는 뇌 오가노이드가 뇌파를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뇌파가 사고를 하는 단계로 발달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자기를 인식하거나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자주 질문을 받는다. 이렇게 되려면 뇌 오가노이드에서 감지되는 뇌파가 매우 성숙돼야 한다. 또 순수하게 대뇌 피질에서 발생해야 한다. 대뇌 피질은 사람의 두뇌 영역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재 우리 연구실 모델은 매우 단순하다. 앞으로 대뇌 피질과 두뇌의 나머지 구조를 연결해 더 복잡한 뇌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사고를 하거나 기억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 부족한 것은 감각 입력(sensory input)이다. 현 시점에서는 뇌 오가노이드가 정교하고 복잡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을 네와 아니오를 증명하기는 어렵다. ‘네’를 증명하려면 새로운 실험을 설계해야 한다. 한편 다른 증명 방법으로 뇌 오가노이드에 감각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사람 뇌와 비슷한 수준의 뇌파를 생성할 정도로 성숙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의식이 있거나 기억을 회상할 때의 뇌파와 비교하는 연구다. 우리가 다음 단계로 준비하고 있는 연구다.

 

뇌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한 미니 뇌 로봇. 미래에는 인공 뇌가 산업에서 널리 쓰이게 될 지도 모른다. 사진제공 휴먼플러스 증강인간

 

실제로 죽지 않는 뇌, 그 뇌를 통해 영생을 사는 인간에 대한 욕망이 나온다. 이런 미래가 가능한가.

앞으로 50년이나 100년 뒤에는 인류가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체의 나머지 부분은 모두 무너져 내려 뇌만 살아 있게 된다. 그렇다면 ‘신체에서 분리된 뇌가 신체에 소속됐을 때의 뇌와 같은 뇌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은 과학자들도 이에 대한 답을 모른다.

과학자들은 어떤 동물이든 그 두뇌를 따로 떼어다가 오랜 시간 살아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최근 예일대에서 수행한 연구에서 돼지 뇌를 사후 몇 시간 동안 살아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세포를 산 채로 유지했지만 뇌가 실제로 작동했느냐에 대한 증거는 없다. 생각하거나 자기를 인식하는 활동 같은 걸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앞으로 50~100년 뒤에는 인류가 이 기술에 대한 통찰을 얻어 가능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알 수 없다.

뇌 오가노이드는 인류가 다른 행성이나 화성에 정착하는 새로운 인류를 개발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간 뇌가 극미 중력 환경, 즉 인류가 진화해 온 지구와 매우 다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우리는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우주 정거장 안에서 뇌 오가노이드를 성장시켜, 인간 뇌가 특이한 환경에서 실제로 발달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실험은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다른 행성이나 다른 장소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뇌 기능을 설명하는 데에 신경학과 정신의학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무오트리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신경학 측면에서 뇌질환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그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니 뇌가 만들어갈 미래 인간을 비롯해 뇌 오가노이드에 대한 최신 연구와 무오트리 교수 인터뷰 등은 머니투데이방송(MTN)이 2020년 1월 1일에 방송하는 다큐멘터리 ‘휴먼플러스 증강인간’에서 만날 수 있다.

 

박응서 테크엠 기자   gopoong@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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