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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엠 초대석] “B급 감성으로 주목…자율성 보장돼야 홍보 효과 높다”

김선태 충주시 홍보담당관실 주무관

2019-12-17김태환 기자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TV'를 담당하고 있는 김선태 주무관.

멀쩡하게 생긴 충주시 공무원이 갑자기 얼굴에 조커 분장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흠칫 놀라기도 하고, 놀리기도 한다. 그는 계단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조커 춤을 추고, 시내를 거닐다 코인 노래방에 들어가 노래를 부른다.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 공무원의 기행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조커 특집’ 영상은 1·2편 각각 조회 수 13만 회와 7만 회를 기록했다.

지방자치단체 홍보 채널이 변신을 하고 있다. 충주시가 대표적인 사례로, ‘B급 정서’가 깊게 밴 이색 영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충주시 유튜브를 담당한 김선태 주무관은 시나리오 없이 상황만 던져놓고 즉석에서 영상을 제작한다. 홍보해야 하는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발상을 표출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비결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자율성을 보장 받아 결재 없이 ‘프리패스’로 영상을 업로드하는 환경이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유명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특색을 가진 콘셉트를 유지할 수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창의성도 보장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충TV '조커 특집 1편 feat.사과나무이야기길' 편.

 

영향력 줄어드는 페북 떠나 유튜브 도전

김선태 주무관은 2016년 충주시 주무관이 됐다. 그리고 2018년 7월 홍보담당관실로 발령을 받았다. 충주시는 지난해에도 SNS 활용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당시에는 유튜브보다는 페이스북에 집중하고 있었다.

주로 시정이나 축제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올렸다. 그런데 윈도 기본 프로그램인 그림판으로 대충 그린 것 같은 이미지와 폰트로 제작해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시청 SNS담당자 조남식 주무관의 작품들이다. 조 주무관은 이미 이러한 ‘저퀄리티(低 quality)’ 포스터로 2016년과 2017년 유명세를 탄 ‘스타 주무관’이었다. 후임자로 낙점된 김선태 주무관은 포스터 제작 업무에서 곧바로 한계에 부딪혔다.

김 주무관은 “스스로가 다룰 수 있는 툴이 없었다”면서 “저퀄리티 작품을 일부러 만든 게 아니라 실제로 능력이 B급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재밌는 방향으로 가자는 방향을 잡고 B급 포스터를 계속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 SNS 트렌드가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김 주무관도 유튜브를 중점적으로 활용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페이스북 채널이 잘 되고 있긴 했지만 페이스북이 SNS 영향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었고, 유튜브는 커지는 상황이었다”면서 “페북만 하고 있으니 침몰하는 배에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잘 되고 있긴 하지만 새롭게 도전해 보자는 취지에서 유튜브를 하자고 윗선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반려됐다. 오히려 김 주무관이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게 어떠냐고 역제안을 받았다.

김 주무관은 “처음엔 많이 망설이면서 주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실에서 전화가 와서 올라갔다. 시장님께서 ‘유튜브 하라고 시킨 지 한 달이나 됐는데 왜 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면서 “시장님이 직접 지시하니 망설임 없이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전임 담당자부터 화제를 모았던 충주시 페이스북 포스터.

 

하극상 감수하는 도전 정신으로 자율성 확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로 했지만 김 주무관의 능력은 여전히 B급이었다. 전문적인 영상을 제작하는 것은 무리였다. 처음엔 가장 간단한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윈도 무비 메이커’를 사용해 영상을 만들었다. 이 조차도 프로그램이 단종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익혀야 했다.

초창기에는 영상 퀄리티가 낮은데다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들인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지 않았다. 공식 채널을 개설하고 한 달 동안 구독자 수는 1000명에 불과했다. 페이스북에서는 늘 이슈를 몰고 다니고,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재밌다며 칭찬을 들어오던 김 주무관은 유튜브에서의 저조한 실적에 크게 상심했다.

하지만 ‘국내 최초 충주 사과 언박싱’ 영상을 계기로 유튜브 채널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영주사과, 청송사과, 충주사과를 먹고 충주사과를 맞춰야 하는 게임을 진행하는데, 알고 보니 모두 충주사과였다는 반전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일부 지역 사과를 잘못 표현했다는 지적을 받아 현재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당시 조회 수 23만 회를 기록하며, 구독자 수를 1000명에서 1만5000명으로 순식간에 늘도록 만든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한 번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서 김 주무관은 더욱 자신감을 갖고 B급 정서를 맘껏 표출하기 시작했다. 관용차인 수소차를 리뷰하고, 녹지직 공무원을 인터뷰하고자 산에 오르기도 했다. 속기직 공무원과 타자 빨리 치기 대결을 하고, 하수처리장에 가서 하이라이스 먹방을 했다.

시청자들은 ‘도대체 이런 영상들이 보수적인 지자체에서 어떻게 통과됐을까’ 궁금해 한다. 실제로 처음엔 결재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한다.

김 주무관은 “페이스북 포스터를 만들던 시절 초창기에는 결재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분명 이렇게 하면 조회 수가 잘 나온다는 확신이 있었음에도 통과가 되지 않았고, 많이 혼나기도 했다”면서 “실제로 ‘지금 혹시 반항하냐’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주무관은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창작물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했다. 모바일 메신저(카톡)를 통해 보고를 하는데, 확인을 잘하지 않는 주말에 보고하고 나서, 팀장이 읽기도 전에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공직 사회에서 ‘하극상’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일을 하면서까지 업무를 밀어붙인 이유에 대해 김 주무관은 자신의 성과지향주의 성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재가 안 난 모든 걸 이렇게 한 건 아니고, ‘이건 꼭 올리고 싶다, 무조건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결재가 안 날 것 같을 때 과감하게 밀어붙였다”면서 “공무원이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성과지향주의 성격을 지닌 탓에 잘될 것 같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 들었다”고 밝혔다.

다행히 지금은 결재 과정 없이 김선태 주무관 자율로 제작과 업로드를 하고 있다고 한다.

김 주무관은 “시장님께서 유튜브 채널 운영을 지시하면서 ‘맘대로 해봐’라고 말씀했다. 그 이후로 과장님이나 팀장님 결재를 받지 않고 올리게 됐다”면서 “홍보콘텐츠는 여러 가지 의견이 들어가면 내용이 복잡해지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흐릿해지는 경우가 많아 자율성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폭적인 지지가 채널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TV '홍보맨 구속, 슬기로운 감방생활 충주구치소' 편.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콘셉트 필요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SNS를 활용해 홍보를 잘하려면 윗선에서의 결재가 매우 중요하다고 김 주무관은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에 대한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러 내용이나 브랜드를 홍보해달라는 요청을 중구난방으로 받아들이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지적했다.

또 김 주무관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어떤 지자체는 담당자 1명이 SNS 채널 8개를 운영하는데, 이렇게 채널만 늘리면 업무 집중도가 분산되고, 콘셉트도 명확하게 잡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충주시 유튜브는 B급 감성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는 B급 전략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주무관은 “콘텐츠 질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지자체가 내세울 수 있는 특색을 찾아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용역을 쓰거나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어느 지자체든 특이한 콘셉트로 한 번은 뜰 수 있다. 하지만 이 콘셉트를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재미없거나 일반적인 영상을 올리면 조회 수와 구독자 수가 급락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기획하고 만드는 비결에 대해 그는 재밌는 아이템을 먼저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보하려는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이걸 재밌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재밌는 콘텐츠를 먼저 찾고 시정홍보를 맞추는 형식으로 기획한다는 설명이다.

김 주무관은 “경험적으로 보면 정해진 어떤 시정홍보에 재밌는 것을 끼워 맞추는 것보단 재밌는 아이템을 먼저 찾고, 여기에 시정홍보를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었다”면서 “예를 들어 ‘먹방’이 트렌드인데, 충주시 어느 분야와 접목했을 때 재밌을까를 생각하다가 떠오른 곳이 하수처리장이었고, 하수처리장 먹방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대본이나 콘티 없이 상황만 설정해 놓고 즉흥적으로 영상 촬영에 나선다. 이렇게 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조합과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 김 주무관은 설명했다.

그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지 않고, 대사 없이 상황만 제시한다”면서 “하수처리장 먹방 편을 예로 들면, 시설을 한 바퀴 돌면서 어떤 것을 찍어야 할지, 어디서 먹방을 해야 할 지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즉흥성도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다. 최신 트렌드를 챙기는 그의 습관에서 이어진 것. 김 주무관은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도록 포털사이트 인기게시물 모음집을 챙겨본다.

김 주무관은 “포털사이트나 카페 인기 게시물을 주로 챙겨 보는데, 포털에서 욕설이나 비하 발언과 같은 것을 1차적으로 필터링해준다”면서 “재밌는 표현을 따라할 때 어원이 혐오발언에서 시작될 수 있어 2차 필터링을 한다. 실제 영상 촬영에서 직접 했던 농담의 70%가 편집되고 있다”고 말했다.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TV'를 담당하고 있는 김선태 주무관.

 

충주시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

유명 유튜버가 되면서 충주시 채널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콜라보를 하자는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만든 영상으로 제주도청과 함께한 ‘도지사실 문 부쉈습니다. 충주시X제주도 콜라보’와 법무부와 협업한 ‘홍보맨 구속, 슬기로운 감방생활 충주구치소 편’이 있다.

제주도청 편에서는 김선태 주무관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도지사라는 직급에 밀리지 않고, 실없는 농담을 막 던지는 김 주무관과 이를 능청스럽게 받아치는 원희룡 지사의 답변이 화제를 모았다.

홍보맨 구속 편은 충주구치소에서 김선태 주무관이 실제 죄수복을 입고, 포박된 상태에서 구속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건강상태 체크와 면담, 수감, 식사, 면회 같은 죄수의 일상을 실제로 체험한다. 교정 시설을 자연스럽고, 재밌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주무관은 “금융회사, 패션회사, 일반회사, 공공기관에서 콜라보 요청 들어오지만, 다양한 제약사항 때문에 진행하기 힘들다”면서 “예를 들어 의류업체에서 충주시청 직원들과 함께 콜라보 영상을 찍으면 티셔츠 1500벌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기부물품에 해당해 기부금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경우는 티셔츠를 시청에 제공하지 않고 관내 학생들에게 직접 기부하는 방식으로 기획부터 다시 해야 한다”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적극적으로 접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지자체 유튜브 구독자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시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서울시 구독자 수는 7만5000여명으로 충주시보다 약 1만명 많다. 구독자 수 10만명 이상에게 주어지는 ‘유튜브 실버버튼’을 획득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아울러 충주시라는 브랜드를 더 활발하게 홍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선태 주무관은 “사실 아직도 청주시와 충주시를 헷갈려하는 분이 많고, 충주에 대한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면서 “충주시라는 브랜드가 알려지면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은 없어도 장기적으로는 관광과 기업유치, 농산물 판매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충주시는 파격적인 시도를 가장 먼저 하면서 주목받고, 성공하며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은 힘들 것”이라면서 “지자체 홍보 담당자 중에서 유튜브 채널을 활성화시키려고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분들이 많다. 이분들과 함께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테크엠 기자 kimthi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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