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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엠기획] IT기술로 ‘도서정가제’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재정가 판매 지원, 전자책과 맞춤 출판으로 생산자 독자 모두 만족

2019-11-15김태환 기자

서점 베스트 셀러 코너(기사 내용과 무관, 출처=머니투데이)

가격 할인을 제한해 일정한 값으로 책을 파는 제도인 ‘도서정가제’에 대한 폐지 청원이 올라온 가운데, 현재 제도에서 IT기술을 활용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주목받고 있다.

출판사가 재고로 쌓인 책에 대해서 정가를 다시 책정해 판매하는 재정가를 지원하는 O2O플랫폼과 정가제 대상이 아닌 전자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창작자는 맞춤형 인쇄(POD·print on demand) 활성화로 대형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고도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판로가 넓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폐지 청원 20만 명 돌파…출판사·독자·창작자 모두 불만

1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폐지를 청원하는 내용의 국민청원에 20만 9133명이 동의했다.

도서정가제는 대형 온라인 서점이 할인을 내세워 시장을 점령하면서, 위기를 겪게 된 동네 서점과 중소 출판업계의 회생을 위해 2003년 도입됐다. 어디에서나 같은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도록 만들면 소비자들이 일반 서점에서 구매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다. 책 가격할인은 15%로 제한됐다.

폐지를 주장한 청원인은 ▲독서인구 감소 ▲평균 책값 증가 ▲출판사 매출 규모 감소 ▲도서 초판 발행 부수 감소 등을 지적하며, “현행 도서정가제는 국민들의 책 접근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단통법과 같이 실패한 정책으로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이라며 “부담스러운 가격이 도리어 독자에게서 책을 멀어지게 만든다”며 폐지를 청원했다.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출처=청와대 홈페이지)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여론에서는 출판사와 소비자, 창작자 모두에게 독이 되는 제도라고 지적한다.

우선 출판사에서는 책이 팔리지 않을 경우 저렴하게 판매해 원가 회수할 기회를 얻어야 하는데, 할인율이 제한돼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주장한다.

배재광 인스타페이 대표는 “기존에는 출간한 지 18개월이 지난 책에 대해서는 할인을 마음껏 할 수 있었는데, 도서정가제 이후에는 구간 할인 정책이 폐지됐다”면서 “출판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업체도 출간된 책의 20%를 폐기처분할 정도인데, 중소형 업체는 집계되지 않은 악성재고가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가는 입지가 줄어든다. 출판사가 책을 출간한 뒤 성적이 좋으면 재계약을 하지만, 한 번 실패하면 다음 기회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 작가들의 진출이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전반적인 출판업계 침체로 이어진다는 의견이다.

배재광 대표는 “이렇게 되면 기존에 소위 ‘잘 팔리는 작가’의 책만 나오게 되고, 대형출판사와 대형서점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된다”면서 “새로운 작가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못하는 환경이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은 새 책을 정가로만 구매할 수 있어 금전적으로 부담이 커진다.

익명을 요청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전기나 담배처럼 공급을 국가에서 하는 것이라면 국가 차원에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맞는데 도서출판물은 엄연히 민간 출판사가 발행하고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라며 “기본적인 것부터 잘못 됐다. 수요와 공급에서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처럼 강제하는 것 자체가 공산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O2O 플랫폼으로 재정가 판매 지원…전자책 구독도 대안

도서정가제에서는 출판사가 새 책을 할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출판한 뒤 18개월 지난 책에 대해서는 정가 조정을 허용한다.

문제는 정가를 조정하려면 할인보다 훨씬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데 있다. 당장 인쇄된 모든 책들의 가격표에 새로운 라벨을 붙여야 한다. 서점에 공급된 책을 모두 회수해 라벨링하고 다시 공급해야 한다. 비용을 많이 들어 재정가를 산정해도 잘 팔릴 것이란 보장도 없다. 자칫 잘못하면 돈은 돈대로 들고, 책은 계속 팔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출판사의 재정가 판매를 지원하는 '인스타페이'의 결제 모습(출처=인스타페이)

이 같은 도서정가제 환경에서도 IT기술을 활용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인스타페이는 출판사의 이러한 재정가 판매를 모바일로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O2O 플랫폼 ‘북새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간행물의 ISBN 코드를 촬영하면, 출판사가 매긴 재정가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다.

출판사들은 재고 책을 판매하고, 소비자들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인스타페이는 중고책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

배재광 인스타페이 대표는 “중고책을 구매하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가 없는데, 도서정가제가 지속되면 신간보다 중고책 판매로 몰리는 경향이 나타난다”면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도서 거래를 추적해, 중고로 책이 팔리더라도 작가에게 일정수준으로 할인된 금액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은 양질의 중고책을 구매하거나 전자책을 이용해 가격 부담을 덜 수 있다. 전자책은 출판간행물로 분류되지 않기에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다수 전자책들을 10~2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직접 구매가 아니라 구독 형태로 전자책을 이용하면 도서정가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리디북스의 월정액 구독 서비스 '리디셀렉트' 홈페이지 화면(출처=리디북스)

국내 전자책 업계 1위 리디북스는 월 이용료 6500원을 지불하면 신간부터 베스트셀러까지 모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리디셀렉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스24는 무제한 이용 서비스 '북클럽'을 선보였다. 5500원과 7700원 두 가지 요금제가 있으며, 비싼 요금제는 책을 구매하거나 대여할 수 있는 '북클럽머니' 혜택이 추가로 제공된다.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는 월 9900원을 내면 5만 권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창작자들은 맞춤형 인쇄(POD)를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출판사나 서점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소량으로 출간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주문형 인쇄시장 규모는 2016년 11억 5860만 달러(약 1조 3502억 원)에서 올해 16억 605만 달러(1조 8743억 4308만 원)로 성장했다. 특히 2025년에는 30억 8608만 달러(3조 6000억 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맞춤형 인쇄는 출판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원하는 만큼 출판하도록 지원한다”면서 “필요자금은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모집해 미리 판매 수요를 확보한 다음 출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환 테크엠 기자 kimthi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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