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터치패널이나 각종 IT기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렉시블 투명전극을 고분자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이 플렉시블 투명전극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전도성 고분자에 레이저를 쏘아 ITO 전극 수준만큼 전기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공정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전도성 고분자는 전기가 잘 통하는 플라스틱 소재다. 고분자는 형태 변화가 자유로워 압력을 가해도 깨지지 않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합하다.

반면 ITO 대비 전기전도도가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를 높이기 위해 유기용매와 계면활성제 같은 화학첨가제를 사용하면 친환경 공정 개발이 어렵다. 전도도도 ITO 수준에 못 미쳐 상용화에 걸림돌이었다.

생기원 나노·광융합기술그룹 윤창훈 박사 연구팀은 대표적인 전도성 고분자인 '‘PEDOT:PSS’ 투명전극에 1064㎚ 파장대의 적외선 레이저를 쏘면 전도도가 1000배 가량 높아지는 물리적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적용했다.

PEDOT:PSS 투명전극은 전도성이 있는 PEDOT을 PSS(Polystrene Sulfonate)가 전선 피복처럼 둘러싸고 있는 실뭉치 형태의 고분자 박막이다. 전도도를 높이려면 PSS를 최대한 녹여 PEDOT끼리 서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이 용액에 1064㎚ 레이저를 쏘면 PEDOT이 열을 먼저 흡수해 온도가 올라간다. 이때 둘러싼 PSS가 전선 피복이 녹는 것처럼 녹으면서 PEDOT이 다량 노출돼 전도도가 높아지는 원리다.

이 연구는 기존 화학 방식에서 벗어나 레이저를 활용한 물리 처리 방식으로 ITO 박막 수준의 전도도를 구현해낸 세계 최초 사례다.

특히 이미 상용화된 PEDOT:PSS 용액과 1064㎚ 파장대 레이저 장비를 활용하는 후처리 공정으로 구현이 간편하고 전극 제작비용도 저렴하다.

아울러 PEDOT:PSS 용액은 국내 조달이 가능해 일본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ITO 소재를 대체할 수 있다. 투명전극 분야 소재 자립화가 기대된다.

또 전도성 고분자 용액을 기판에 바른 뒤 레이저를 쏠 때 패터닝(Patterning) 작업까지 동시에 할 수 있어 투명전극에 원하는 패턴을 새기면서도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윤창훈 박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레이저를 쏘면 발광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연구하던 중 비슷한 물질인 전도성 고분자에 레이저를 쏘았더니 예상과 달리 전기 저항이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 계기”라며 “이 공정기술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사용자 맞춤형 웨어러블 기기, 폴더블 태양광 패널 제작 등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머티리얼스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박응서 테크엠 기자  gopoong@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