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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수십년 쌓아온 ‘한일 반도체 혈맹’ 이대로 깨져서는 안된다
일본 반도체 산업의 몰락, 소재 업체 챙겨준 건 삼성전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래 구상에 대해 첫 번째 인공지능, 두 번째 인공지능, 세 번째도 인공지능이라고 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수렴될 것이라는 전망은 손정의 회장뿐 아니라 웬만한 글로벌 기업이 함께 하는 전망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물리적 토대는 반도체입니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해 2016년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을 무려 35조원을 들여 인수했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도 힘든 회사를 프리미엄 43%를 주고 인수를 하자 사람들은 손 회장이 미쳤다고 했고, 손정의 회장은 “50수 앞을 보고 한 투자”라고 말했습니다. 손정의 회장은 300년 후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을 때 반도체가 1해의 3승(10의 60제곱) 규모로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혈맹’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의 기반이 될 엄청난 량의 데이터는 삼성전자가 만드는 최첨단 반도체 속에 저장이 됩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없다면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글로벌 테크 자이언트들의 발걸음도 무거워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일본 소재업체들이 없다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1980년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선두는 도레이, 히타치, NEC 등 일본 반도체업체들이었습니다. 2005년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들이 본격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컴퓨터, 휴대전화 판매가 급격하게 늘었고 그에 따라 반도체 분야도 연간 8% 정도의 고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일본 대형 반도체 13개사는 전년 대비 9.6%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냈습니다. 반도체 부문 세계 1위를 지키던 모토롤라는 반도체 사업을 분리해 매각했고, 랭킹 4위의 유럽의 인피니온 테크놀로지도 반도체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반도체 치킨 게임의 승자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이었습니다.
일본 반도체 생태계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최대 고객이었던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반도체 사업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선두 자리를 대체한 삼성전자는 여전히 일본의 소재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재료업체들의 정문 출입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일본 반도체 회사와 달리 삼성전자는 재료 업체들을 파트너로서 존중해줬습니다. 일본 소재회사들도 신의로 한국 반도체 회사를 대했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삼성전자가 어려울 때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일본 신에츠 반도체는 대금 지불이 늦어지더라도 기다려줬습니다. 일본 반도체 소재 업계의 성장을 다룬 <전자재료 왕국 일본의 역습>의 저자 이즈미야 와타루는 책에서 “논리를 뛰어넘는 의리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언급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고의 반도체 생산 기술을 끊임없이 개척해 갔고 그 뒤를 받쳐준 것은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준 일본의 소재, 장비업체들이었습니다. 지금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기반이 되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만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IT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산업의 끈끈한 혈맹은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갈등 앞에 너무나 무기력합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필수 소재 3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서슬퍼런 정권 앞에 일본 소재업체들은 혈맹의 난처함을 바라보면서도 수출 허가 신청조차 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도 치명적이지만 주 고객을 잃게 된 일본 업체들로서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생산 차질은 글로벌 ICT 산업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재업체 관계자는 “일본 소재업체들이 탄탄하긴 하지만 매출의 20~30%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상황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출 규제가 장기화돼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삼성전자는 물론 일본의 소재업체, 더 나아가 글로벌 ICT 생태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본이라는 단일 국가에서 소재를 납품 받은 삼성전자가 잘못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단기적인 수익에만 매몰돼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지 못한 정부와 기업, 학계에 대한 비판도 나옵니다. 이제라도 수입선을 다변화 해야 한다며 러시아, 대만, 유럽 등 대체 수단을 찾기에 분주합니다.
하지만 머리카락 1만분의 1에 불과한 ‘나노’의 세계를 다루는 반도체 산업은 한국과 일본 최고의 업체들이 수십년간 수백조원을 투자해 만들어낸 종합 예술품입니다. 최고의 소재 기술, 최고의 제조 기술을 갖춘 이들의 동맹을 단기적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감정적인 언사, 단기적인 대응에 대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는데 정작 반도체를 만드는, 반도체를 사용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업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정치적인 이유로 끈끈하게 만들어온 인류의 유산이자 미래를 만들어갈 '반도체 생태계'를 망가뜨려서는 안됩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는 '미래'가 되어야 합니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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