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 백서가 공개되면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법정화폐나 암호자산을 담보로 잡아 가치가 안정적이어서 암호화폐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던 변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기존 금융권에서 불편했던 송금과 결제 분야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신원인증과 같은 규제안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예상보다 확산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난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량 급증

미국의 암호화폐 분석업체인 체인어널리스에 따르면 4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 USD코인, 팍소스, 제미니의 총 거래액이 2017년 125억달러(약 14조7563억원)에서 2018년 820억달러(약 96조8000억원)로 급증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량 증가는 높은 안정성 때문이다. 달러나 원화와 같은 법정화폐나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잡아 변동성이 낮다. 실제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다른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경우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확보하려고 스테이블코인을 매입‧보유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안정성을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대출과 일반송금, 전신송금, 지급결제 같은 분야에 도입될 수 있다.

송금을 예로 들면 기존 금융권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을 활용할 경우 1~3일 가량 소요되고 수수료도 부과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거래 당사자 모두가 장부를 공유한다. 사실상 변동사항이 동시에 공유가 돼 소요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수수료 역시 줄어든다.

그런데 기존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큰 걸림돌이었다. 만일 특정 암호화폐를 구매해 송금할 때, 오전에 10원이던 화폐가 오후에 20원이 돼 버리면 제대로 된 가치를 송금할 수 없다. 반면 법정화폐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라면 법정화폐 가치를 따라가기에 온전한 값어치를 적절하게 송금할 수 있다.

리브라‧테더‧팍소스‧제미니 주목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코인으로는 중국 홍콩의 비트파이넥스 거래소가 발행하는 테더가 있다. 테더(tether)는 동물을 묶어 놓는 밧줄이란 뜻을 가진 단어다. 마찬가지로 1테터 코인(USDT)에는 1달러가 묶여 있다. 특히 비트코인을 통해 알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테더로 알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팍소스스탠다드(Paxos Standard) 역시 미국 달러와 1:1로 연동된다. 1팍스(Pax)는 1달러(USD)의 가치를 가지며, 발행한 팩소스스탠다스 토큰 액수에 해당하는 미국 달러를 연방예금공사에 별도로 예치한다.

제미니 거래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제미니달러(GUSD)는 미국 규제 기관인 뉴욕 주 금융서비스국(NYDFS)의 감독 규정을 준수한 코인이다. 제미니 달러는 미국 연방예금 보험공사의 ‘패스스루’ 예금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코인과 달러를 1대1로 교환할 수 있다.

백서만 공개한 상황인데도 페이스북 코인 ‘리브라’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리브라는 은행 예금과 달러, 파운드, 유로, 스위스 프랑, 엔으로 발행된 단기 국채 ‘바스켓’에 의해 가격이 유지된다. 리브라는 국제 송금과 함께 온‧오프라인 결제에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사용자 20억명을 확보한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별도의 은행계좌가 없어도 페이스북 메신저를 활용해 바로 송금과 결제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테라가 유력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테라코인(Terracoin)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제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티켓몬스터, 배달의민족, 포멜로, 티키와 같이 아시아 지역 15개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앞으로 테라코인은 이들 업체에서 공동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금융 안정성 저해 우려 없도록 규제 마련돼야”

다만 각국 정부와의 충돌이 예상된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 금융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리브라(Libra) 이해 및 관련 동향’ 보고서를 통해 “리브라로 자금이 유입될 경우 금융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리브라 적립금이 2조달러를 넘어설 경우, 은행의 지불 능력이 떨어져 대출금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수지가 취약한 국가들은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금융위기시 법정화폐에서 리브라로 자금이 쏠리는 ‘뱅크런’ 현상, 각국 정부 통화 정책의 효과가 제한된다는 의견도 소개했다.

미국에서도 리브라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지난달 9일 페이스북에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한 세부 사항과 규제 이행 관련 내용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하원 재무위원장은 당국의 규제 검토가 끝날 때까지 프로젝트 개발을 유예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정부 당국은 법정화폐와 연동된 코인으로 자금이 유입될 경우 정책적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생각할 것”이라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나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규제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테크엠 기자 kimthi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