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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확장·분산 동시 구현 불가 vs 기술 발전에 따라 가능”…누리엘 루비니 교수와 비탈릭 부테린 토론

제2회 분산경제포럼 개최

2019-04-06김태환 기자

4일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비탈릭 부테린이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된 ‘제2회 분산경제포럼(Deconomy 2019)’ 토론을 통해  암호화폐가 근본 가치와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를 논의했다.

 대표적인 블록체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한국에서 맞붙었다.

루비니 교수는 비트코인은 ‘사기 시스템’이며 분산화라고 설명하는 채굴과 거래가 모두 중앙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장점으로 내세우는 익명성 역시 범법행위 사용과 탈세 문제로 국가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으며, 기술적으로도 확장성과 분산화를 동시에 이룰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비탈릭 부테린은 ‘검열 저항’이란 담론을 들고 나왔다. 국가나 기업의 중앙화로 힘이 중심으로 모이면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이 옳은 것은 아니며, 영지식증명, 이더리움 샤딩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확장성과 분산화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암호화폐, 사기다 vs 아니다

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된 ‘제2회 분산경제포럼(Deconomy 2019)’ 토론에서 루비니 교수와 부테린은 암호화폐가 근본 가치와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를 주제로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루비니 교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전망했던 석학이며, 대표적인 블록체인 비관론자다. 반면 부테린은 세계 암호화폐 2위 ‘이더리움’을 창시했으며, 블록체인 기술 구현을 가장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다.

우선 암호화폐 시스템에 대해 루비니 교수는 ‘사기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루비니 교수는 “현재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지만 관리 주체가 없어 비효율성이 높다. 물물거래시스템과 다를 게 없다”면서 “현재는 암화화폐로 결제도 안 하고 안정적이지도 않으며, 가치 저장 기능도 없다. 변동성이 높아 한 시간에 20%씩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암호화폐공개(ICO) 자체가 사기이며, 가격 조작도 월스트리트보다 심하다”면서 “비트코인 거래를 살펴보면 가짜 거래가 많다. 게다가 거래소들이 수시로 해킹당하고 있다. 채굴자라든지 이런 분산화도 실상을 들여다 보면 중앙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비탈릭 부테린은 암호화폐 기술이 발전해 현재 금융 시스템과 패러티(동등함) 지점에 도달할 경우 훨씬 안정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부테린은 “암호화폐 기술은 언젠가 패러티에 도달할 것이다. 이미 일부 암호화폐는 기존 은행시스템만큼 패러티에 도달한 것도 있다. 결제할 때 3~4일 기다릴 필요 없이 30초 만에 가능하다”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에 비효율성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암호화폐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전통적인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면 (암호화폐 사용이) 더 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테린은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면 완전한 분산화가 가능하고, 다양한 암호화폐에 대한 접근이 쉬워질 것”이라며 “금융뿐만 아니라 비금융적 애플리케이션도 구동할 수 있고, 암호화폐 외에도 다른 앱을 사용해 세상이 변한다”고 설명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검열 저항 vs 규제 당위성

이어 부테린은 루비니 교수에게 검열 저항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부테린은 “정부나 기업은 경우에 따라 비밀리에 개입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은행 지불시스템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면서 “특히 경제 부분에서는 독과점 우려도 있다. 기업 영향력은 중앙화돼 있고, 검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현재 금융 시스템에서도 스위스은행 같은 사례를 보면 익명성은 언제나 문제가 돼 왔다. KYC를 진행하고 세금을 과세하는 일련의 시스템들은 익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실명 등록은 이유가 있다. 탈세나 범죄자가 익명성을 선호하지 않는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게다가 이름을 밝히는 게 무조건 검열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규제에는 이유가 있다. 이미 온라인에서 수백억달러(수십조원)에 달하는 불법 거래들이 발생하고 있다. 어떤 나라도 모든 금융거래를 익명화하는데 반대한다”면서 “익명성이 범죄 특성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완전한 익명 시스템이었다면 그 어떤 나라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테린은 “프라이빗은 굉장히 중요하다. 크립토 금융거래를 진행할 때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거래할 수 있다”면서 “탈세를 하는 근본 원인은 익명성이 문제가 아니라 세금이 과한 것이 근본 원인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돈을 벌면 매년 감사를 받아야 하고, 카운터파티 금융거래도 자유롭지 않다. 규제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블록체인을 활용한 거래는 어떤 거래든 쉽게 할 수 있으며, 오히려 기존 금융이 그렇게 강조하는 모니터링도 익명성을 보장하면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테린은 “예를 들어 세계에 쿠키를 팔았을 때 판매 세금을 매긴다면, 그 거래가 회계와 일치하는지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은 원장을 확인하는 걸로 충분하다”면서 “특정거래에서 세밀한 부분도 증명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분산과 확장 양립할 수 없다 vs 기술 발전시키면 가능하다

탈중앙화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루비니 교수는 탈중앙화와 확장성은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일정부분 중앙화시스템을 도입해야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부테린은 이더리움 2.0으로 가는 기술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탈중앙화와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탈중앙화 솔루션은 확장이 어렵다. 이미 분산화하려고 수많은 컴퓨터와 연결돼버리면 시스템을 확장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비트코인 같은 경우 초당 7~10번 정도 느린 속도로 거래가 일어나는데 개선이 안 된다”면서 “그래서 확장성에서 중요한 솔루션은 어느 정도 중앙화를 도입해야 하는데, 결국 중앙화에 따른 문제가 생기고, 불평등화가 이미 암호화폐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산화를 얘기하지만 전혀 분산화되지 않고 더 중앙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테린은 “교수님이 제시한 우려들은 2018~2019년 기술을 기준으로 비판하는 것이지만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분산화와 확장성, 보안성을 모두 갖출 수 있다”면서 “이더리움 샤딩(체인 데이터를 조각내 용량을 줄여 보관하는 기술)이 대표적인 확장성 기술 중 하나다. 아울러 플라즈마 시스템(차일드 블록체인의 작은 정보만 메인넷에 제출)도 대안이 된다”고 반박했다.

루비니 교수는 “동의하지 않는다. 크립토는 확장성이 없다. 이더리움이 말하는 지분증명(PoS) 역시 더 많은 돈을 가진 사람에게 힘이 몰린다. 안전하지도 않다. 샤딩 같은 기술을 얘기하지만 PoS도 제대로 진전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부테린은 “PoS는 아직 론칭되지 않은 상태다. 이더리움 2.0은 테스트넷 상태다. 완전히 구현되면 확장성을 보장받으면서도 누구든지 아주 빠르게 증명할 수 있다”고 말하자 루비니는 “그건 (부테린) 개인 생각일 뿐이다. 테스트넷이지 않은가”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중앙은행 암호화폐 도입 안 된다…디지털 화폐도 '우려'

중앙은행의 암호화폐 도입 여부에 대해 루비니 교수는 디지털화폐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암호화폐 기능을 포함한 화폐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부테린은 디지털화폐가 중앙은행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루비니 교수는 “암호화폐 거품이 붕괴되던 2018년에는 95% 암호화폐가 가치를 잃어버렸다. 100년이 걸린게 아니라 단 1년 만이다. 이를 양적완화하려고 매일 새로운 코인들이 만들어지는데, 규칙이 없다”면서 “이런 무분별한 양적완화는 큰 문제를 만든다. 암호화폐는 너무 많은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다.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테린은 “암호화폐 가치에 거품이 있다는데 동의한다. 다만 암호화폐 가치하락은 초기자산의 일시적 현상일 뿐, 시간 지나면 안정해질 것이다. 주식시장이나 금 시장을 봐도 똑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성장하면서 암호화폐 경제성도 개선될 것이다. 따라서 법정화폐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지만 틈새를 노릴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것이 암호화폐의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앞으로 중앙은행은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이다. 은행은 모든 개인과 기업들이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거래하는 걸 원한다. 때문에 디지털화폐를 만들 것”이라며, “디지털화폐는 분산원장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발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테린은 “디지털화폐는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지만, 정부가 모든 거래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 현재 시스템은 중개자가 있고, 한 기관이 모든 사람의 거래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데 이건 정말 무서운 일”이라며, “사람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와 관심을 중앙은행에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M=김태환 기자(kimthi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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