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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속도는 중앙집중식이 효율적, 기술적 보완 필요성 확대
지난해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치면서 ‘블록체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크게 떠올랐다. 이 질문은 올해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이어졌다. 다양한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와 블록체인이 마치 ‘만병통치약’이 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지속됐다.
하지만 최근 블록체인이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속도가 빨라야 하는 분야에서는 중앙집중식 시스템이 효율적이며, 블록체인은 전체 노드에 원장을 분산하는 특성상 확장성이 떨어진다. 특히 기존 질서가 견고하게 다져진 분야에서는 강하게 저항하는 기득권층으로 인해 시작도 못한 채 프로젝트가 사장되는 정치 이슈도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트랜잭션 처리 속도를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과 더불어 블록체인 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록체인 ‘낮은 전송속도’로 비효율성 대두
지난해 이더리움 기반 게임 서비스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켜 이더리움 네트워크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가 나타났다. 크립토키티는 ‘ERC-721’ 규격으로 만든 고유 토큰을 각각 고유 이미지를 가진 고양이로 형상화해 구입, 판매, 교배, 선물을 할수 있도록 만든 게임이다. 문제는 교배로 새로운 고양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트랜잭션을 발생시키면서 네트워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송속도를 높이려면 채굴자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제공해야한다. 수수료를 많이 줄수록 채굴자들이 거래를 확인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자는 네트워크 마비로 전송속도가 느려진데다 속도를 높이려고 수수료를 더 내면서 비용 부담까지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크립토키티 사례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란 것을 반증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블록체인은 우선 속도가 중요한 분야에 적용하기 어렵다. 속도가 떨어지는 원인은 블록체인 구조 문제다. 블록체인은 원장을 사용자 전체가 공유한다. 이런 이유로 물리적으로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A와 B 2개의 서비스가 돌아간다고 가정하자. 기존 시스템은 A와 B 트래픽을 따로 처리한다. 반면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A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B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원장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한쪽 사용량이 늘어나면 다른 쪽도 영향을 받아 트래픽이 커지게 되는 셈이다.
트래픽 증가뿐만 아니라 합의 방식에 따른 문제도 발생한다. 원장을 진본인지 아닌지 검수하는 과정이 느려지면 결국 속도가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현재까지 작업증명방식(Proof of Work, PoW) 합의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 PoW는 목표값을 찾는 해시 함수를 연산하고, 과반수 이상이 일치했을 때 기록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이는 세계 수백만 곳(노드)에서 데이터 처리과정을 공유해 처리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실제 초당 거래처리 속도(Transaction Per Second, TPS)를 살펴보면 비트코인은 4건, 이더리움은 15~20건에 불과하다. 반면 글로벌 신용카드사 비자카드 전산시스템은 약 3만 건, SNS 페이스북은 5만 건 정도 TPS를 가진다.
새 기술에 대한 기득권 반발 거세
무엇보다도 보안성을 강화하려고 모두가 원장을 공유하는데, 이것이 역설적으로 보안성을 낮추는 효과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를 원장에 등록하면 프로젝트 참가자 모두에게 내 개인정보가 공유된다. 만일 해커가 51% 이상의 참가자를 해킹하면 정보가 유출될 여지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참자가가 적으면서도 프라이버시를 강화해야 하는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적용이 어렵다.
아울러 대용량 중복 데이터를 적용하는 분야에서는 블록체인이 비효율적이다. 원장을 참가자 모두에게 공유하는데 계속 같은 정보가 중복된다면 어마어마한 데이터와 에너지 낭비가 나타난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맞지 않는 분야는 기밀 데이터가 많은 프로세스다”면서 “물론 암호화기술로 보완하면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프라이버시 유출 우려가 상존해 위험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 교수는 “바뀌지 않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할 때는 어마어마한 중복비용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며 “별도로 파일을 보관해놨다가 필요할 때 찾아보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블록체인은 비효율적이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정치 이슈로 인한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 세력과 질서에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갈등이다. 특히 기존 세력의 기득권이 견고할 경우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효율성을 가지더라도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사례는 블록체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차량공유서비스를 제공하던 우버와 풀러스가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정부와 택시업계 반발로 인해 우버는 차량 공유 서비스였던 우버X를 지난 2015년 3월 종료했다. 카풀 매칭 서비스 업체 풀러스 역시 택시업계의 견제와 정부의 실증법 논란으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새로운 기술과 법·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저항하는 세력이 기득권층이다. 새로운 기술로 손해를 보는 집단에서 강하게 저항한다”면서 “블록체인 기술로 인한 변화에 피해를 볼 수 있는 이해집단에서 우선 반대를 하고, 그 다음에는 정부관계자들이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일단 막는 악순환이 나타난다”고 비판했다.
분산형 네트워크로 기술난제 해결 추진
최근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느린 속도라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네트워크 과부하를 막으려고 분산형 네트워크를 도입하고, 합의 방식을 개선해 속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크립토키티로 홍역을 치른 이더리움은 샤딩(Sharding)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샤딩은 전체 네트워크를 여러 개 소규모 네트워크로 분할 처리할 수 있게 지원한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네트워크 하나가 블록 생성 시간당 1만개 거래를 처리해야 한다면, 샤딩 기술은 5개로 분할된 각 샤드 네트워크 별로 2000개 거래를 균등하게 분할·병렬 처리한다. 만일 거래량이 더 늘어나면 병렬로 연결한 샤드 네트워크 갯수를 더 늘리며 분산시키면 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인 KT는 오는 2019년까지 초당전송률(TPS을 10만개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기술적으로는 샤딩과 비슷한 개념으로 실시간 처리를 지원하고 부하를 관리하며 거래량을 분배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선보였다. 클레이튼은 TPS를 1500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클레이튼은 비트코인이 1시간, 이더리움이 수분 걸리는 거래 성사 시간을 1초 안팎으로 단축시켰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 업체 ‘큐브시스템’의 ‘큐브체인’ 역시 처리량과 속도를 높이려고 병렬처리 기술을 적용했다. 큐브체인은 1개 트랜젝션 풀에서 생성되는 기존 블록 데이터를 24개 트랜젝션 풀에서 각각 동시에 생성하고, 처리 속도를 높이려고 특수 블록 3개를 합친 뒤 1개 큐브를 생성한다. 이후 생성된 큐브들은 다시 해쉬 값에 의해 블록체인으로 연결한다. 3개짜리를 1개로 묶어 처리하면서 속도를 향상시키는 셈이다.
합의방식 개선으로 속도를 향상시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위임지분증명(Delegated Proof Of Stake, DPOS) 방식을 채택한 이오스(EOS)다. 위임지분증명은 거래 중개를 위해 코인 보유자들이 21개 대표자들을 투표로 선발하고, 선출된 21개 블록생성자(BP)가 채굴하는 방식이다. 채굴 참여자가 21개로 제한돼 속도가 빨라지며, TPS가 500~1000개 정도로 높아진다.
기존 세력과 타협 필요, 네거티브식 규제로 발판 마련
기존 법질서와 기득권 세력 간 갈등 문제는 타협점을 잘 찾도록 규제안 완화와 다자간 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시스템에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적용할 경우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으며, 시장이 확대된다는 것을 기존 세력에게 설명하고 설득시켜야 한다.
한 예로 세계적으로 음원 유통과 관련해서는 독점기업이 등장해 자리 잡고 있다. 아이튠즈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독점으로 인한 유통구조 불합리는 창작자들게 낮은 수익을 제공해, 결국 양질의 음악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발생시킨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중개자에 돌아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소비자와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진다. 실제 국내에서는 음원 유통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블록체인 업체 ‘재미컴퍼니’가 한국음반산업협회와 손을 잡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립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도입했을 때 음원시장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해 얻어낸 성과다.
정부 규제안 역시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네거티브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명문화해 금지하다보면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제약해버리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할 여지가 줄어든다. 반면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를 허용한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0월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국제 블록체인 정책 컨퍼런스’에 따르면 한국은 블록체인과 관련해 산업특구법과 산업융합촉진법, 정보통신융합촉진법 3개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의 기본 특성은 테스트베드를 허용해주는 규제완화법이다. 지역·산업별로 신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에 대해 기존 법률에 명시된 규제를 일시적으로 해제한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와 관련해 법이 없어 많은 부분에서 제약을 받았다. 규제완화법으로 일시적이라도 규제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며 “규제완화와 더불어 2년간 마음 놓고 사업할 수 있도록 허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제주도, 인천 송도 같은 곳에 블록체인 특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 중에 있다. 해당 특구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 네거티브 방식 규제를 시행하고,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테크M=김태환 기자(kimthi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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