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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중국을 창업으로 물들이는 스타트업
성공 비결은 인간 중심, 실패 인정하는 문화
[테크M=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
아시아 대도시들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모습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높은 건물과 좋은 차가 많아지는 겉보기 변화를 넘어 활기와 에너지가 넘치고 새로움을 기대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중국은 출장 갈 때마다 변화를 확연하게 느낀다. 특히 베이징과 선전은 상전벽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 중심에는 창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그들의 욕망과 천혜의 생태계가 만나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만들어지는 변화가 있다. 그동안 창업에 관심이 낮았던 일본도 장기 저성장의 긴 골짜기를 지나면서 창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늦었지만 강력한 변화로 물꼬를 트고 있다. 아시아 중심에서 한·중·일 세 나라는 가깝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며, 각자 도시를 창업으로 물들이고 있다.
일본, 인간 중심사회에 맞춘 스타트업 정책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심, 연공서열과 종신고용 신화를 가졌던 일본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20년간 장기 저성장 늪을 견뎌내고 2020년 동경올림픽이라는 새로운 목표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다. 정부는 ‘Society 5.0’이라는 정보사회 이후에 인간 중심 사회로의 혁신을 이루고자 다양한 과학기술 정책과 아젠다를 제시했다.
스타트업 창업을 장려하는 ‘J스타트업’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비약 넥스트엔터프라이즈’ 프로그램으로 본격 시동을 걸면서 창업열기가 일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스타트업에 관해선 어떤 의견도 듣지 않고 관심도 없었다. 이런 변화는 매우 파격적이고 혁신적이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신기술 분야에서 규제 장벽을 완화하고 대기업과 벤처캐피탈(VC)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게 장려하고 있다. 또 외국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스스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에서 약하다고 인정하면서 이를 극복하려고 한다.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육성하는 분야는 블록체인을 포함한 핀테크,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모바일과 스마트시티 분야다.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보다 늦었지만 강력한 실행력과 투자 덕에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2017년 기준으로 모바일 커머스 분야에서 메루카리(Mercari)와 인공지능 기업 프리퍼드네트웍스(Preferred Networks)가 유니콘 스타트업이 됐다. 유니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가치가 9000만달러(약1008억원)를 넘는 스타트업도 22개에 이른다.
일본 스타트업은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먼저 창업 동기가 다르다. 일본은 이미 생산가능 인구감소를 20년간 겪었고,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계속 인구가 줄고 초고령 사회가 되고 있다. 이들의 창업 육성 이면에는 이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숨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수 비중 85%, 인구 1억2700만명에 달하는 견고한 시장을 갖고 있다. 전향적으로 블록체인을 포용함과 동시에 AI와 로봇, IoT 같은 기술을 통해 줄어든 노동력을 대체하고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것이 이들의 동기다. 단지 투자를 잘 받고 매각을 잘하는 것보다는 이 기술을 이용해 사람을 보호하고 아이를 가르치며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조인트 벤처 랜드로그(LANDLOG)는 노동자가 줄어들 건설현장에서 드론과 AI, IoT를 이용해 트럭과 공정의 생산성을 높이는 플랫폼을 만들어 데이터를 쌓는다. 프리퍼드네트워크도 AI와 딥러닝으로 공장 효율과 생산성 향상 분야, 교통 안전과 효율성 개선 분야, 바이오와 헬스 케어 분야에서 사람을 지원하는 연구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소프트뱅크와 라쿠텐, 믹시, 야후재팬, 리크루트, DG그룹 같은 초기 IT기업들과 KDDI와 소니, 토요타, 화낙, 니콘 같은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 스타트업이 이들로부터 투자받았고 일부 회사는 직접 협력하며 매출과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함께 시너지를 만들며 진출하고 있다.
기존 기업들이 경쟁구도를 만들기보다는 투자와 협력으로 지속 가능성과 함께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우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테라드론과 라퓨타로보틱스 같은 스타트업이 활발한 투자와 협력을 하고 있으며, 물류 스타트업인 그라운드는 니토리홀딩스와 협력하고 있다. 물류창고 자동화 스타트업 아카는 다이와하우스에 인수됐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규모를 글로벌로 확장해, 30년 안에 5000개 회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내는 미래를 생각하고 비전펀드를 운영하며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원천기술을 개발하거나 오래 쌓아온 기술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많다. 일본은 장인정신과 축적을 인정하는 문화로 다양한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와 업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잠재성 높은 기술 덕에 진입 장벽이 높고 부가가치가 큰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도쿄대 출신들이 만든 재난로봇 회사 샤프트(Schaft), 츠쿠바 출신들이 만든 엑소 스켈레톤(Exoskeleton)과 근력 강화 수트를 만드는 사이버다인Cyberdyne), 그리고 도쿄대 딥러닝 연구원들이 세운 PKSHA테크놀로지 같은 스타트업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동안 안정적인 고용문화 덕에 변화에 저항하던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네 번째는 라이프스타일에 밀착된 서비스와 기술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오랜 시간 저성장 속에서 디테일을 강화하고 삶의 가치를 중요시한 일본사회에서 삶의 방식과 가치를 제안하거나 다양성을 구체화하는 스타트업이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 자산운영과 투자를 추천하는 웰스나비, 음식과 요리에 관해 큐레이션이나 데이터축적을 추구하는 델리(Dely)나 우마미(Umami), 패션 조조타운(ZOZOTOWN), 관광추천과 데이터분석 나이틀리(Nightly), 개인화된 뉴스를 큐레이션 하는 스마트뉴스나 구노시(Gunosy) 같은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 스타트업 불모지라는 선입견을 말끔히 씻어낼 만큼 다양한 사람과 목적 중심의 창업 생태계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엄청나게 성장하며 거대 규모를 만들어 낼 것이다. 하드웨어 혁신지, 중국 선전을 중심으로 한 혁신에 비해 중국 창업 생태계는 성장하는 시장과 중국경제의 패권 아래 거대규모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중국은 2017년 기준으로 새로운 기업이 매일 1만6500여 개 설립될 정도로 창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다. 특히 중관촌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R&D(연구개발)에 가장 큰 창업 생태계를 가진 베이징과 글로벌 기업들의 허브 역할과 금융, 신소재, 바이오를 주도하고 있는 상하이, 그리고 하드웨어와 제조에서 혁신적인 생태계를 갖춘 선전이 있다.
중국도 일본과 비슷하게 BAT로 표현되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 비중이 전체에서 40%를 넘어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중국 선전은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면서 세계의 공장 Made in China로 가장 큰 경쟁력을 확보했다. 지금은 Made for China로 표현되는 세계의 시장으로 하드웨어와 비즈니스 혁신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선전은 해마다 시행되는 혁신성 평가에서 매년 최상위에 위치하며 혁신 앞에서 규제와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선전 정부가 규제보다는 시장기회를, 안전보다는 불확실성을 위한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선전 창업 생태계 특징을 살펴보면 제일 중요한 것이 하드웨어 개발과 제조를 위한 모든 인프라와 파트너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제품이나 부품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산업 디자이너에서 개발, 양산까지 전체 프로세스에서 협력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경쟁력이며, 덕분에 최대 하드웨어 엑셀레이터인 핵스(HAX)를 비롯해 하드웨어 혁신과 관련한 모든 기업과 단체가 선전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장 큰 전자부품 상가인 화창베이는 선전과 광저우에 있는 수많은 공장과 제조 기업들이 세계와 만나는 인터페이스다. 전체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선전은 쇼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선전으로 몰리고 있고, 이제는 하드웨어를 넘어 바이오와 의학, 우주, 에너지, 신소재, 전기자동차까지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2010년 창업한 쿠앙치스페이스(Kuang Chi Space)는 우주 개발과 일인용 젯팩(Jetpack), 위성사업 같이 중국의 스페이스X 같은 거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메이크블록은 스팀(STEAM) 교육 사업에서, 제네이노(GENEINNO)는 수중드론(ROV) 사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DJI가 드론으로 10년 만에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드론계 애플로 자리매김을 한 롤모델을 바라보며 많은 창커(창업가)들이 달려들고 있다.
실패인정과 모방 문화로 경쟁력 키우는 중국
특히 크게 성공한 1세대 IT기업들이 생태계 조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선전을 포함해 동관과 광저우를 포함한 주강삼각지에는 배터리와 전기차의 BYD, 통신과 네트워크의 화웨이, 인터넷과 게임의 텐센트, 가전의 메이디와 TCL, 스마트폰의 Oppo와 Vivo, ZTE, 유전자분석의 BGI 같은 본사가 자리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핵심 역량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스타트업과 창커들에게 투자하고 협력하며 그들의 플랫폼으로 더 큰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통로 역할도 충분히 해 주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의 선순환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이제는 유기적인 가치상승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단일 회사나 단일 제품으로 이들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마지막으로 선전을 비롯한 중국이 가진 또 하나의 큰 경쟁력은 실패를 당연한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문화다. 또 모방으로부터 비롯한 산자이(중국의 위조품) 문화 속에서 고민과 분석보다는 빠른 실행과 수정이 더 효율적이라고 믿는 문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물리적 인프라와 시장의 결합이다. 베껴서 만들어 본 이들이 계획과 분석만 해본 경쟁자들보다 실행이 빠를 수밖에 없다. 또 실패를 과정으로 여기는 이들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신중함보다는 더 도전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본과 중국은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서로 다른 스타트업 문화와 인식, 그리고 생태계를 갖고 창업도시로 거듭나며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베낄 수 없다는 것을, 겉모습을 베껴도 우리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오랜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중국의 창업 생태계와 새로 뜨는 일본의 모습을 동경한다.
그러나 반드시 몸으로 겪고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분석해야한다. 그리고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우리만의 경쟁력이 담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딛고 이들과 협력하고 또 동시에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아키텍트로써의 역할만을, 대기업은 기여하고 협력하는 컬티베이터의 역할을, 우리 스타트업들은 유행
보다는 문제의식과 본질적 가치를 쫓으며 도전하는 진정한 플레이어 역할을 통해 K팝 같은 플랫폼이 만들어질 날을 기대한다.
<이 기사는 테크M 제66호(2018년 10월)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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