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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으로 직접 민주주의 구현할 수 있을까
정치와 블록체인 접목 서비스 속속 등장, 용두사미로 끝날 우려도
블록체인이 가진 탈중앙화 기술을 정치 플랫폼에 결합하려는 시도가 속속 등장하면서 국민들의 삶이 바뀔지 여부가 주목된다. 실제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 스위스나 싱가포르 같은 ‘크립토밸리’를 만들어 블록체인 기업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화폐를 암호화폐로 발행하거나 지역정책 제안과 결정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투표하는 것 같은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참여하는 지역주민이 적고, 지자체장 교체되면 ‘용두사미식’ 서비스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탈중앙화 구조는 민주주의 본연의 모습
“암호화폐로 기존 화폐 영향력이 줄고 중앙집권적인 경제권력이 분산된다면 고대 그리스처럼 직접 민주주의까지 가능할 것이다.”
‘암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석학 데이비드 차움의말이다. 그는 지난 4월 서울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개최된 ‘제1회 분산경제포럼’에 참석해 블록체인과 민주주의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데이비드 차움은 “기존 거버넌스를 어떻게 분산시키고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암호화폐 연구의 핵심”이라며 “암호화폐 분야는 물론 다른 곳에도 분산경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의 원조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행된 ‘직접 민주주의’다. 사람 수가 적어 개인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직접 투표가 가능했다. 하지만 도시 규모가 커지고, 인구가 늘면서 직접 민주주의 체계가 비효율적이어서 대의제가 변경됐다. 대의제는 여러 명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표자를 선출해 의사결정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대의민주제의 문제는 대표자가 정말 구성원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느냐다. 제대로 반영이 된다면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반대로 최악의 상황에 부닥친다. 독재자가 등장하거나 대표자가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이런 문제는 정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여럿 모여 계를 만든다고 했을 때 계주가 나쁜 마음을 먹고 잠적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곗돈을 잃는다. 또 중앙 서버에 개인정보를 저장할 때 관리자가 나쁜 마음을 가지면 유출될 수 있다.
최초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비트코인 등장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2001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미국 국채 발행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쳤고,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던 투자금들이 부채담보부증권(CDO)으로 몰렸다. 특히 모기지 채권이나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대량으로 발행해 부동산 투자가 늘어났다. 신용도 높은 프라임 등급에서 CDO 발행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등급이 낮은 서브 프라임 등급까지 발행하면서 상환능력이 없는 이들의 대출이 늘고 부동산 거품이 하염없이 늘어났다. 결국 거품이 꺼지면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AIG손해보험이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다.
구성원만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블록체인
세계 금융위기의 시발점은 Fed 의장 발언이었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에 속한 금융 정책 기구가 잘못된 선택을 하나 한 것이 세계가 모두 고통 받는 결과를 만든 셈이다. 공정성을 부여받은 국책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업종 전체에서 중앙집중식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내가 전달한 돈이 제대로 도착하지 못하는 송금 문제, 대출을 받았는데 또 대출이 가능한 중복대출 문제, 중앙서버만 뚫으면 자금이 유출될 수 있는 보안 문제 등이 발생한다.
블록체인의 원조 비트코인은 중앙집중식 구조를 띤 금융정책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중앙에 권한을 맡기는 이유는 ‘신뢰’ 때문이다. 믿을만한 관리자나 시스템에 권한을 주고 책임지도록 만드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중앙관리자와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탈피하려고 비트코인은 사용자들이 모두 증명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거래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참여자 전체가 공유하고, 원장을 생성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코인’을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핵심은 신뢰를 담보하는 중앙기관 없이 구성원만으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데 있다. 결국 은행이라는 신뢰기관 없이도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비트코인 이후 등장한 이더리움은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이라는 개념으로 더 직접 민주주의에 한 발짝 다가갔다. 스마트계약은 블록체인에 등록된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는 것을 자동으로 시행한다. 예를 들어 학생에게 학습지 구매 용도로 현금을 지급할 때 학생이 학습지를 살 수도 군것질에 쓸 수도 있다. 블록체인으로 코인을 발행하면 스마트계약 기능으로 계약체결과 이행을 자동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학습지를 사는 용도 이외에는 쓸 수 없게 한다. 이에 최근에는 스마트계약 기능을 이용한 바우처 제공이 늘어나는 추세다. 보안성이 높으면서도 사용자 전원이 참여한다는 특성 덕분에 투표를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투표와 공약이행 검증, 지역화폐 접목 활발
실제 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예산 7억5000만원으로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투표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 개발은 핸디소프트와 엑스블록시스템즈, 해바라기소프트가 참여한 핸디소프트컨소시엄이 진행한다.
선관위는 2013년부터 운영해온 온라인 투표 시스템 ‘케이보팅(K-voting)’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케이보팅은 대학교 총장선거, 정당 총선 후보자 경선을 비롯해 선거 3788건에 활용됐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투표가 가능하고, 직접 투표장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덕분에 참여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종이 투표는 1인당 투개표 비용이 약 5000원, 케이보팅은 약 770원이다. 케이보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면 별도 인증과정이나 절차 없이 자연스럽게 본인인증이 가능하다. 이런 블록체인 기반 선거는 스페인 개혁정당 ‘포데모스’와 덴마크 ‘자유당’, 미국 공화당이 유타주에서 시행한 대선 경선에 시범적으로 적용됐다.
개개인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블록체인을 이용한 지역주민 의사결정 시스템에 도입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는 마을공동체 활성화사업 ‘따복 공동체’에 주민 제안을 블록체인 투표로 심사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주민제안 공모사업은 공동체 815곳에서 1건씩 신청해 오프라인 심사와 온라인 심사를 각각 진행했다. 온라인심사는 공동체 815곳에서 9명씩 모두 7335명이 각각 1개 그룹을 선택해 제안사업을 온라인으로 시청한 뒤 ‘좋아요’를 선택해 투표했다. 이 심사로 공동체활동지원 분야 260개 사업, 공간조성지원 분야 70개 사업, 공간활동지원 분야 120개 사업을 선정했다. 주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투표했다는 데 의의가있다고 경기도 측은 설명했다.
공약 이행에 따라 가치 변하는 코인으로 참여 높여
바우처 기능이 담긴 지역화폐 발행도 활발하다. 서울시 노원구청은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노원화폐’를 출시했다. 노원화폐는 지역 회원끼리 법정화폐 없이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도록 구성했다. 예를 들어 지역구 내에서 봉사활동을 2시간 하면 ‘100노원’을 지급받는다. 이렇게 지급받은 지역화폐는 공공주차장이나 구청과 제휴 식당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노원화폐는 지난 2월1일 출범 당시 1526명으로 시작했지만 7월1일 기준으로는 5602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가맹점도 87곳에서 252곳으로 늘었다. 발행한 노원 총액은 7180만노원에 달한다. 출범 5개월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가파른 편이다. 지자체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 활동도 늘고 있다.
KT와 신한은행은 최근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신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자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최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도입하고 있는 지역상품권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KT는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 개발과 네트워크 인프라 분야를 담당하고, 신한은행은 플랫폼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와 플랫폼 내 결제와 정산 기능 개발을 맡을 예정이다. LG CNS 역시 시중은행 한 곳과 지역화폐 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나타났다. 금융컨설팅 기업 팬임팩트코리아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의 공약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당선자별로 암호화폐 ‘크레드’ 5000만개를 발행했다.
크레드는 지자체장들이 제시한 10대 핵심공약을 스마트계약에 기록하고, 임기 말에 공약 이행을 암호화폐로 평가한다. 일반 사용자들도 평가할 수 있으며, 미이행 평가 정도에 따라 암호화폐를 소각한다. 공약 이행을 많이 할수록 코인의 가치가 높아지는 셈이다. 이에 코인을 가진 투자자들은 지자체에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정치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시도로 잔여 코인 개수가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 즉 정치적 ‘신뢰자본’을 상징한다고 팬임팩트 측은 설명했다.
정책 ‘용두사미’ 우려, 샌드박스 규제 절실
한편에서는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권이 교체되거나 지자체 수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연속성 없이 사장돼 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업은 비즈니스모델 구축과 더불어 시스템 영속성이 필요한데 몇 년에 한 번씩 자리가 바뀌는 공기관에서 맡아서 하기 힘들 것”이라며 “첨단 기술 이미지를 활용해 ‘전시행정’으로 악용하고 서비스는 버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스위스나 싱가포르, 몰타섬 같이 크립토밸리 육성, 샌드박스 규제를 통한 블록체인 산업 허용이 절실하다고 설명한다.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되, 나머지 분야에서는 자유롭게 놔두는 방식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주특별자치도는 블록체인 허브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법적으로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라는 자율성을 부여받은 만큼, 블록체인 관련 기업 유치와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는 특별법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국제기준을 적용하도록 돼 있어 블록체인으로 실질적인 국제 도시 모습을 갖출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암화화폐 거래소 활성화와 암호화폐, 블록체인 비즈니스 활동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새로운 기술이기에 기술이 현재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데, 당장 규제로만 재단하면 크게 성장할 싹을 잘라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샌드박스 형태 규제가 필요하며, 지자체에서도 이런 방향으로 블록체인을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테크M = 김태환 기자(kimthi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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