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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3] 자소서 약점 파악하고 면접 노하우 얻는다
AI 자소서와 면접 체험기, 코멘토·마이다스아이티 AI솔루션
“형이 우리 학번으로 돌아가서 취업준비하면 취직 못할 걸요?”
술자리에서 10학번 후배가 06학번인 기자에게 도발적인 발언을 했다.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이 친구도 수십 회 고배를 마시고 있다. 본인이 가장 답답하겠지만 이미 6년 넘도록 사회생활을 한 기자의 경험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내기는 시작됐다. 영화 ‘타짜’의 고니와 아귀처럼 모든 것을 건 치킨 게임이었다.
“오냐. 내가 지금 경력 떼고 취업 준비해도 취직할 수 있다는 데, 치킨 30번 쏘기와 지금 지갑에 있는 전 재산을 건다.”
막상 지르고 나니 후회가 엄습했다. 돌이켜 보면 취직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 할 수 있었다. 토익 점수는 낮았고, 그 흔한 취업스터디 한 번 해보지 않았다. 자격증이라곤 운전면허 1종 보통이 전부다. 게다가 대학 졸업 학점은 평균 수준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정말 요즘 취업시장에 나가면 맹수들이 가득한 우리에 풀린 토끼 한 마리 신세가 될 것 같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기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결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마찬가지로 취직도 AI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할 수 있다. 이미 자기소개서(이하자소서) AI 분석 서비스와 AI면접 플랫폼이 상용화됐다.
AI 분석 시작 30초 만에 자소서 약점 파악
기존 인재평가 분석지표와 수집된 구직자와 취업자의 자료를 기반으로 자소서와 면접을 AI가 분석하고 평가한다. 사람과 대면했을 때보다 부담이 적고, 자신 있게 임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 감도 얻을 수 있었다. 인사 청탁 비리라는 문제없이 공정성을 기할 수 있어 신뢰도 역시 높았다. 하지만 지원 직무별로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평가가 없어 아쉬웠다.
스타트업 코멘토는 취업 멘토와 멘티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자소서와 질문 등을 코멘토에 올리면 현직 종사자들이 구직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하고 수익(포인트)을 제공받는다.
코멘토는 현직 종사자들이 제공한 답변과 더불어 DiSC 행동유형을 접목한 ‘AI자소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소서는 작성자가 지원 업무에 관련된 강점을 부각할 수 있게 작성한다. 한정적인 글 양식에서는 장점을 부각시키려고 특정한 언어적 표현을 선택한다. AI 분석 서비스는 코멘토의 멘토링을 통해 수집된 자소서와 현직종사자의 평가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삼고, 자연어처리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가이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AI는 DiSC의 4가지 기본성향, 즉 주도형, 사교형, 안정형, 신중형을 기반으로 최대 16가지 성향분석을 지원한다. ‘주도적인 신중형’, ‘사교적인 안정형’ 같이 강점 2가지를 결합해 소개하는 형식이다. 서비스를 받으려면 자소서를 코멘토 홈페이지 AI분석 사이트에 접속해 업로드하고 ‘분석하기’를 클릭하면 된다.
이 서비스를 통해 평가받고자 기자는 처음부터 다시 자소서를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시 창작을 전공했다. 잘할 수 있는 일이 글쓰기이기에 구직 당시에는 ‘활자를 다루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출판업계와 언론계, 광고계에 원서를 넣었다.
대학 시절을 떠올려 보면 광고홍보학과 친구들과 공모전을 준비할 때가 즐거운 기억이다. 결국 신입으로 입사를 한다고 가정하고, 마케팅·홍보PR 분야를 지원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력서를 작성하는데 무려 일주일이 걸렸다. 한 문장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글밥을 먹고 산지 6년이 넘었고 문학을 전공해 ‘문학사’ 타이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담감이 매우 컸다. A4 용지 한 장에 내 인생이 걸려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
문학을 전공한 계기와 더불어 왜 마케팅과 홍보분야를 지원하는지에 대해 썼다. 문학을 전공하면서 경제학을 틈틈이 공부했는데 ‘행동경제학’에 매력을 느꼈다고 서술했다. 행동경제학은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요인에 따라 사람들이 합리적인 선택과 동떨어진 선택을 한다는 이론이다. 기자는 문학과 경제학을 함께 공부했다.
마케팅과 홍보는 결국 ‘행동경제학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둘을 탐구한 본인이 적합한 인재며, ‘꼭 하고 싶다’는 내용을 장황하게 썼다. 어떻게든 돋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AI는 분석 시작을 클릭하자마자 30초 만에 분석을 완료했으며, 자소서가 ‘과대포장’ 됐음을 정확하게 짚어줬다.
지원 분야에선 높은 평가를 받는 인재와 비교해 조언
코멘토 자소서 분석 서비스는 해당 자소서에 대해 “인사담당자는 지원자가 강점을 과도하게 쓰거나 잘못 활용하는지 채용단계에서 검증하고 싶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소서에 약점사항에 대한 변명이나 해명을 쓸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AI 분석 서비스는 기자를 ‘주도적인 안정형’이라고 진단했다.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관심이 많고, 화합과 팀워크를 중시하며, 주도적이고 도전적이면서도 빠르게 행동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주도적인 안정형’은 마케팅에서 원하는 인재상에는 부합하지만 홍보PR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아니라고 AI는 진단했다. 홍보PR에 적합한 인재는 ‘신중한 사교형’으로 도전과 신중, 안정과 사교가 대비돼 정반대의 유형으로 분류됐다.
이재성 코멘토 대표는 “AI는 우수지원자의 원고와 제출한 자소서를 비교한다. 하지만 우수지원자의 성향을 정답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실제로 우수지원자와 성향이 다르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고 합격한 인재들도 있다”면서 “다만 AI는 해당 직무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성향을 구직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무조건 AI 자소서 분석기가 제안하는 성향대로 자소서를 써야 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면서 “코멘토가 제안하는 내용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사용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직무별로 우수 지원자 성향이 얼마나 높은 통계적 의미를 갖는지와 이에 대한 설명을 현직종사자 직무소개 자료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AI 지도를 받아들여 자소서 수정을 네 번 반복했고, 결국 우수한 인재상에 부합되는 양식의 자소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세부적인 첨삭 지도까지 지원하지 않았다. 자소서에 대한 약점을 지적해 주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이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분석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재성 대표는 “사용자들이 어떤 문장의 어떤 표현 때문에 문제가 되는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한다”면서 “AI 분석 서비스가 구직자들이 정확히 자신의 직무와 성향을 파악하고, 올바른 구직 준비를 고민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더 검토해 보고 첨삭 서비스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확도 높은 AI 면접 체험, 실제처럼 진땀 흘려
마이다스아이티는 공학 기술용 소프트웨어·웹 비즈니스 통합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이 회사는 채용할 때 AI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자체적으로 AI 면접 시스템 ‘인에어(INAIR)’를 개발했다. 서비스 이름 철자에서 AI는 인공지능, R은 모집(Recruitment)을 의미한다. 그리고 채용은 공기(Air)처럼 매우 중요하게 쓰인다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개발은 심리학 석·박사 출신으로 꾸며진 ‘전문가 그룹’과 통계학을 전공한 ‘데이터 그룹’,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개발 그룹’ 3개 파트로 나눠 진행했다. 단순히 AI 알고리즘만 만들지 않고, 데이터 분석과 심리 분석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성적은 등급으로 매기고, 등급은 S부터 D까지 총 7단계(B등급이 3단계로 세분화)다. 등급이 높을수록 고득점이다.
평가 결과는 등급과 등수, 직군적합도, 지원자 키워드 등으로제공한다. 직군적합도는 1순위부터 3순위까지 표시된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 1순위, 경영지원 2순위, 영업·마케팅 3순위다. 지원자 키워드는 해당 지원자가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주의력이 좋은’, ‘체계적인’ 같은 성격적 측면과 더불어 ‘표정이 밝은’, ‘공감하는’ 같은 감정적 측면도 평가한다.
인에어는 또 전략과 열정, 호감도, 관계, 신뢰, 조직적합, 가치로 나눈 7가지 세부역량을
평가한다. 세부역량은 항목당 2~3개씩 총 17가지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취업준비생 시절 면접을 준비하며 먼저 취직한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조언이나 평가보다 훨씬 꼼꼼한 평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지표로 판단한다는 게 신뢰할만 하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기존 지표와 비교했을 때 인에어는 정확도가 매우 높다. 심리학 기반 인적성검사의 정확도는 34%인데 반해 인에어는 84%다. 다른 나라에서도 AI 면접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일본은 ‘샤인’, 미국은 ‘하이어뷰’ 등이 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AI 면접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는 마이다스아이티가 유일하다. LG하이플라자와 한미약품 같은 기업이 인에어를 도입해 채용에 직접 사용했다.
기자는 취업준비생 시절 30번 이상 면접을 봤다. 당시 77kg과 체중이 87kg 비만 상태로 바뀌었다. 이에 외모에서 오는 불리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외모나 복장은 인에어가 직접 판단하지 않고 녹화 영상을 채용하는 업체 인사담당자가 확인한다고 마이다스아이티에서 설명했다. 사실상 AI가 외모나 복장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 셈이다.
특히 인에어는 면접대상자의 호흡과 맥박, 체온 등을 분석하며, 간접적으로 거짓말까지 탐지해낼 수 있다. 채용자나 구직자 모두에게 공정한 플랫폼을 깔아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트북을 펼치고 프로그램을 구동시켰다. 화면 가운데 네모 칸에 얼굴을 인식시키고 간단한 인사말을 통해 목소리를 인식시켜 본인인증을 했다. 면접은 AI가 질문을 하고, 일정시간 생각할 시간을 준 뒤, 제한시간 내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생각할 시간은 1분 주어졌고, 대답하는 시간은 1분 30초 가량 주어졌다.
크게 기본면접과 게임, 심층면접 3개 파트로 구성됐다. 기본면접에서는 자기소개와 지원하는 직무와 동기, 상황판단에 대해서 질문했다. 상황판단은 두 가지 문제가 상충될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판별하는 질문이었다.
해킹과 부정 면접은 원천적으로 차단
기자가 받은 질문은 ‘능률을 중시하는 부서와 원칙을 중시하는 부서가 있다면 어떤 부서를 선택하겠는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였다. 능률을 중시하는 부서에 간다고 답하고, 불필요한 원칙을 지키면서 발생하는 시간 손해를 줄이고, 실무적인 업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른 체험자들은 면접관이 없는 상황이 마음 편하다고 했는데 기자는 반대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사람과 맞대고 있으면 어떤 표정인지, 목소리 톤은 어떤지 등을 확인하며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반면 AI 컴퓨터 화면은 내가 답변했을 때 어떤 평가를할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비지땀을 흘리며 면접에 임했다. 긴장감에 살짝 손도 떨렸다. 알려주진 않지만 AI가 긴장해 있는 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게임은 인·적성검사를 컴퓨터로 진행하는 느낌을 받았다. 주어진 횟수 안에 공을 지시대로 옮긴다던지, 앞서 봤던 도형의 모습을 기억하는 내용의 게임을 수행했다. 제한시간이 약 15초 정도 주어졌고, 시간 내에 못하고 넘어간 경우도 많았다. 아마도 점수가 높지 않을 거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면접을 마치고 파김치가 됐다. 문득 해킹에 대한 대비가 궁금해졌다. AI 알고리즘을 조작하거나 내부자가 특정 인원에게 높은 점수를 주도록 조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현주 마이다스아이티 심리솔루션기획 파트장은 “기술적 측면에서는 알고리즘에 누군가 접근하면 이를 통제하도록 방어시스템을 구비해 접근이 어렵다”면서 “내부 구성원의 접근 역시 CEO승인이 없으면 데이터베이스를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하고 있으며, 모든 코드를 기록해 해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와서 옆에서 알려주는 방식으로 컨닝이 가능한지도 궁금했다. 실제 시도 사례가 있었고, AI가 파악해 탈락시켰다. 이현주 파트장은 “두 명의 지원자가 같이 면접을 본 경우가 실제 있었다”면서 “음성 판독으로 두 명이 함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확인하고 지원에서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에어는 면접 이전에 기업과 구직자 간 매칭도 지원할 수 있도록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만 매칭정보는 데이터가 더 많이 필요해 국내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지원자의 구직과 취직, 경력쌓기 같은 전 과정을 데이터화해 수집하는 종단수집으로 알고리즘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크M = 김태환 기자(kimthin@techm.kr), 사진 곽예하 기자(yeha179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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