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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우리는 블록체인을 믿는다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

2018-07-16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테크M 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버블이 꺼진 뒤에도 미래 기술 산업의 기반은 남아 있을 것이라는 블록체인 지지자들의 주장과 암호화폐는 범죄와 투기의 도구이며 화폐로는 사용되기 어렵다는 암호화폐 반대자들의 주장을 소개한다. 여기에 더해 블록체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고, 상위권에 속한 암호화폐들의 특징과 암호화폐 업계에 통용되는 은어들을 소개한다.

 

블록체인을 믿는다

‘암호화폐의 시대(The Age of Cryptocurrency)’를 썼고 신작 ‘진실 기계: 블록체인과 모든 것의 미래(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를 내놓은 저자들은 블록체인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과거를 기반으로 한 통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이들이 규모의 경제학과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해 사실상 독점 상태의 거대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중개자와 신뢰의 필요성 때문이다.

1990년대 닷컴 버블은 수천억 달러(수백조 원)가 사라졌던 광기의 시기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시기의 충분한 투자금 덕분에 이후 가장 중요한 인터넷 혁신이 일어날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종종 잊혀진다. 닷컴 버블은 광통신 케이블을 미국 전역에 깔았고, 3G 통신에 대한 연구 개발을 가능하게 했으며, 대규모 서버농장을 만들었다. 이러한 산업 기반이 오늘날 가장 강력한 IT 기업의 기술, 곧 알고리즘 기반 검색, 소셜미디어, 모바일 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열렬한 관심과 극심한 변덕, 그리고 블록체인 붐 역시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띨 것이다. 블록체인 회의주의자들은 지난해 아찔할 정도로 올라갔던 암호화폐의 가격이 지금 급격히 추락하는 것을 보고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들이 비웃는 암호화폐 지지자들과 똑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바로 가격을 내재가치와 혼동하는 오류 말이다.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어떤 뛰어난 기업이 일어설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기술이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인 신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분명히 훌륭한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확신하고 있다.

이 이유를 이해하려면 14세기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14세기 이탈리아의 상인들과 은행가들은 처음으로 복식부기법을 만들었다. 아랍 숫자의 사용으로 가능해진 이 표기법을 통해 상인들은 더 믿을 수 있는 기록 도구를 가지게 됐다. 은행가들은 국제 거래에서 중개자라는 새로운 강력한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됐다. 복식부기법은 그저 근대 금융으로 가는 길을 닦은 도구가 아니다. 복식부기법은 당시의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1494년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사이자 수학자였던 루카 파치올리는 복식부기법을 단순히 재정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써만이 아니라 도덕적 의무로 권장하는 수학과 회계에 대한 교범으로 편찬했다. 파치올리는 상인이나 은행이 어떤 가치 있는 물건을 들일 때, 항상 다른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고 썼다. 즉 차변과 대변, 자산과 부채를 따로 기록함으로써 이를 비교하게 한 것이다.

파치올리는 한때 경시 받던 이 직업에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만드는 기법을 제공함으로써 일종의 종교적인 축복을 내린 셈이다. 다음 몇 백 년 동안 오류가 없는 장부는 정직과 신심의 상징으로 간주됐고 청산 은행은 지불 중개자이자 돈의 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존재가 됐다. 풍요는 르네상스로 이어졌고, 미래에 세상을 바꾸게 될 자본가들이 탄생했다.

그러나 복식부기도 모든 부정행위를 막지는 못했다. 은행과 다른 금융 주체들은 종종 장부를 조작했고, 버니 마도프와 엔론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그들이 정직할 때 조차도 우리는 그 정직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오늘날 경제 시스템에서 은행, 주식거래소, 그리고 다른 금융 중개자들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이는 이들을 중개자가 아니라 게이트키퍼로 만들었다. 이들은 요금을 임의로 책정하며, 정보에의 접속을 제한하고, 불필요한 단계를 만들어내며, 혁신을 방해하고, 자신들의 시장 지배력만을 강화하려 한다.

따라서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는 당신을 하룻밤 사이에 십억 달러(약 1조 800억 원)의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다거나 정부의 간섭을 피해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은 금융에 혁신적인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신용의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따라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낼 것이다.

블록체인이 새로운 복식부기법이라는 설명은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수천 년을 살펴보면 바빌론의 함무라비 시절부터 장부는 문명의 기초였다. 이는 사회가 가치의 교환 위에 비로소 성립하며, 이를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고, 누가 우리에게 돈을 빌렸으며, 우리는 누구에게 받을 빚이 있는지를 신뢰할 수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를 가지려면 서로의 거래를 기록하는 공통의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그 시스템이 바로 사회의 질서를 만든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제프 베조스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며, 아르헨티나의 GDP가 6200억 달러(약 669조 6000억 원)이고, 인류의 71%가 하루에 10달러(약 1만 800원) 이하의 돈으로 살아가며, 애플의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라는 사실을 알겠는가?

블록체인은 (비록 이 단어가 점점 함부로 쓰이고, 때로 블록체인이 아닌 기술에까지 쓰이긴 하지만) 트랜잭션 목록을 담은 전자 장부다. 여기서 트랜잭션은 거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서처럼 실제 돈의 거래 내역이 될 수도 있다. 가상 주식처럼 다른 자산의 거래 내역이 될 수도 있다. 주식을 사거나 팔라고 말하는 주문과 같은 지시사항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조건이 만족될 때 (예를 들어 특정한 주식의 주가가 1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특정한 지시사항(그 주식을 사라는)을 행하는 내용의 소위 스마트계약이 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을 다른 장부와 구별해 주는 것은 은행이나 정부처럼 하나의 중앙화된 기관이 아니라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의 수많은 독립된 컴퓨터에 그 장부의 사본들을 보관한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주체가 그 장부를 관리하지 않는다. 네트워크의 어떤 컴퓨터도 장부에 이미 기록된 내용을 바꿀 수 없으며,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합의 프로토콜’이라 부르는, 네트워크의 다수 컴퓨터가 그 내용에 동의할 때만 작동하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과해야 한다.

네트워크의 모든 컴퓨터는 합의 프로토콜에 의해 합의된 내용을 동시에 업데이트한다. 어떤 컴퓨터건, 합의 없이 장부에 내용을 추가하거나 이미 기록된 장부를 변경하려 할 경우 네트워크의 나머지 컴퓨터들은 자동적으로 그 내용이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트랜잭션들은 합의 알고리즘에 의해 암호화 기술이 사용된 특정한 크기의 블록으로 묶이며, 여기서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이 과정을 통해 그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제대로만 구성된다면 절대 바뀔 수 없는 ‘불변의’, 공유된 ‘진실’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일반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변형된 블록체인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합의 프로토콜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으며 어떤 방식이 더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크게 퍼블릭 또는 ‘허가가 불필요한’, 곧 누구나 자신의 컴퓨터를 이용해 참여할 수 있으며 비트코인 같은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여기에 속하는 시스템과 프라이빗 또는 ‘허가가 필요’하며 암호화폐가 사용되지 않는 시스템으로 나뉜다. 이 프라이빗 시스템은 제조사와 공급사처럼 공통의 장부가 필요하지만 서로가 상대를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이 모든 블록체인 시스템은 인간이 개입하는 기존의 시스템과 달리 수학적 규칙과 난공불락의 암호 기술에 의해 장부의 진실성이 보장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암호학자 이안 그리 그는 차변과 대변에 이은 불변, 곧 이론의 여지가 없는 공유 장부가 세 번째 검증도구가 된다는 의미로 블록체인 시스템을 ‘삼중부기법’이라 부른다.

이러한 탈중앙화된 모델이 가지는 이점은 오늘날 경제 시스템에서 우리가 치르는 신용 비용을 생각하면 분명해진다. 2007년 리만 브라더스는 기록적인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그 내용은 회계법인인 언스트앤영의 감사를 받은 것이었다. 9개월 뒤 같은 자산의 끝없는 추락은 158년 역사의 회사를 파산시켰고, 지난 80년 중 가장 큰 금융 위기를 세계에 불러왔다. 한해 전 리만 브라더스에 대해 이뤄진 평가는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었다. 곧이어 장부가 의심스러운 회사가 리만 브라더스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이 부풀린 장부 때문에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은행들은 수천억 달러(수백조 원)를 벌금과 보상비용으로 내야 했다.

이는 중앙화된 조직이 내부적으로 장부를 조작할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예다.

금융위기는 신뢰의 비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경제의 다른 영역에도 이런 비용이 포함돼 있다. 고층 빌딩의 사무실을 빽빽이 채운 회계사들이 하는 일은 회사의 장부와 거래처의 장부가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며, 이는 그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매우 많은 시간이 들고 따라서 비용도 많이 든다.

한편 지금 우리가 비용을 치르고 있는 일뿐만 아니라 비용 때문에 미처 하지 못하고 있는 일들을 통해서도 우리는 신뢰 비용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은행이 그들의 자산과 신원 기록을 믿지 못한다는 이유로 은행 계좌를 갖지 못하게 해서,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합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계에 20억 명이 된다. 한편 앞으로 상호작용하는 자동화된 기기 수십억 개가 서로 통신하게 될 사물인터넷(IoT) 기술에서 기기간의 거래내역을 값비싼 중재가 필요한 중앙화된 장부로 기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 외에도 중앙화된 시스템이 혁신을 저해하는 수많은 예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마치 인터넷 시대 이전에 사업자들이 매달 청구서를 보내기 위한 우편물 비용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겼듯이, 은행계정 조정과 같은 오늘날의 시스템을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중앙화된 시스템 비용을 좀처럼 인식하지도 분석하지도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사실 때문에 뛰어난 경제학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무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블록체인의 비용을 정당화할만한 이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 비용을 오늘날 사회가 신뢰를 위해 치르고 있는 비용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깨닫고 있다.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세상에 조용히 공개된 뒤, 블록체인 지지자들은 자유주의적 급진주의자에서 월스트리트 출신과 실리콘밸리 출신, 그리고 세계 은행의 개발과 원조 전문가 같은 이들로 확장됐다.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 경제에서 새로운 시대를 부를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이들은 인터넷이 불러온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부를 것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 인터넷 혁명은 굴뚝 산업이 디지털 중개자로 대체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다음 혁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중개자라는 개념 자체에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이들이 규모의 경제학과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해 사실상 독점인 거대기업이 된 이유 중에는 중개자와 신뢰의 필요성, 그리고 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비용이 숨어있다. 이들 대기업은 사실상 방대한 양의 ‘트랜잭션’을 기록하는 중앙화된 장부이며, 여기에 기록된 것은 어떤 이들이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화폐’라고 부르는 바로 우리에 대한 데이터다. 이 기록을 통제함으로써 이들은 우리를 통제한다.

이렇게 깊게 뿌리 박힌 중앙화된 시스템을 뒤집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바로 암호화폐 시장으로 사람들을 달려가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며, 여전히 시장이 요동치는 이유다. 다수의 아니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암호화폐에 투자했으며, 이 기술이 왜 중요한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된 것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기차나 전기 같은 과거의 혁신적인 기반 기술이 등장했을 때도 이런 불같은 투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생성하거나 파괴할 것인지, 어떤 기업이 승리하거나 패배할 것인지에 대한 적절한 판단 기준을 투자자들이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블록체인이 객관적 진실을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는 믿을만한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며, 이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IBM과 폭스콤은 불변성이라는 특징을 이용해 무역 금융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급망을 더 투명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어떤 티셔츠가 노동착취공장에서 만들어졌는지 아닌지 같은,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에 대해서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블록체인의 중요한 특징은 디지털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이전에는 누구도 디지털 세상에서 자산을 소유할 수 없었다. 디지털 콘텐츠를 복사하는 것은 실행은 쉽고 막기는 어려운 일로 MP3 음악 파일이나 전자책 제공자들은 고객에게 콘텐츠의 소유권을 주는 대신 이를 대여했고, 법적인 제한을 통해 고객이 허용된 범위 안에서만 이 콘텐츠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아마존 킨들에서 친구에게 책을 빌려줄 수 있는 기간은 14일로 제한했으며, 종이책처럼 다른 이에게 팔거나 선물로 줄 수 없도록 했다.

비트코인은 어떤 가치 있는 대상이 디지털인 동시에 검증 가능한 유일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였다. 누구도 장부의 내용을 바꿀 수 없으며, 비트코인을 ‘이중 사용’할 수도 없고, 복사할 수도 없기 때문에 유일한 ‘대상’ 또는 자산으로 여겨진다. 이는 부동산 등기나 음악 등 가치를 가진 무엇이든 블록체인의 트랜잭션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서로 다른 형태의 가치를 이렇게디지털화 함으로써 소프트웨어들을 통해 이들을 관리할 수 있게 만든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아이템은 ‘만약 X 라는 조건이 만족될 경우 Y 를 실행한다’ 같은 특성에 의해 주어질 수 있다. 다른 말로는 화폐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토큰을 이용하면 스마트계약 조건에 따라 엔진이 작동되거나 멈추는 전기자동차를 잠시 빌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는 오늘날 지폐나 동전이 사용목적과 완전히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큰 차이다.

이렇게 프로그램이 가능한 돈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이 자동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매달 정해진 날짜에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감시에서 컴퓨터가 특정한 계약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스마트계약 관계자에게 이 계약이 공정하게 행해질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이 기술은, 예를 들어 화주와 수출업자가 그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분산된 소프트웨어에서 암호화폐를 통해 지불하거나 암호학적으로 위반 불가능한 지불 약속을 했을 때 화물의 소유권을 자동으로 이전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누구도 상대방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으면서도 제 3자에 의존하지 않고 화물의 소유권 이전을 자동화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스마트계약은 자동화를 더 개방적이고 글로벌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프로그램 가능한 돈과 스마트계약은 공동체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유지의 비극’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다는 잘 알려진 문제를 어쩌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지난해 본에서 열린 UN 기후변화 컨퍼런스의 부속 행사였던 Hack4Climate에 참여한 100명의 개발자들이 제안한 블록체인 기술들에서 잘 드러났다. 우승팀은 게인포리스트라는, 취약한 우림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증명가능한 활동을 했을 때 기부자들이 여기에 보상을 주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제안했고 이미 개발에 들어갔다.

물론 아직 현실은 이러한 유토피아적이고 중개자가 존재하지 않는 ‘토큰 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중국과 한국, 미국의 규제기관은 토큰을 만들고, 이를 거래하는 이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들이 만드는 화폐가 세상을 바꿀 새로운 경제 모델이라기보다는 증권 법을 피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사람들을 유혹하며 투기를 조장하는 도구로 보고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암호화폐공개’ 또는 ICO라 부르는 이름으로 토큰을 판 뒤 그 돈으로 실제 제품을 만들지 않는 이들도 있다. 퍼블릭 또는 ‘허가가 불필요한’ 블록체인 중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완벽한 개방성과 불변성 때문에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는 암호화폐들은 점점 더 많은 현실의 문제와 부딪히고 있다. 비트코인은 아직도 초당 7회 이상의 트랜잭션을 처리하지 못하며, 트랜잭션 비용 또한 종종 급격하게 올라간다.

한편 은행처럼 이 기술에 의한 위협을 직접 받고 있는 중앙화 된 기관이 블록체인 기술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규제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이 규제는 표면적으로는 은행이 정직을 유지하도록 만들었지만, 사실상 스타트업이 업계에 뛰어들지 못하게 만드는 장벽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뉴욕주의 금융감독국이 암호화폐 송금업체에게 요구한 ‘비트라이센스’는 과중한 보고 자료와 자본 기준을 제시해 결과적으로 기존 기관들을 보호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오픈 소스 속성과 이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열기, 그리고 암호화폐들의 가격 상승은 능력이 뛰어난, 열정적인, 또한 금전적인 동기를 가진 개발자들로 하여금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게 만들 것이다. 그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계속 개선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가정이다. 과거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개발되고 확장 가능한 프로토콜이 커다란 혁신을 가져온 것과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술은 너무나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기반의 프로토콜이나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 중심의 블록체인, 아니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플랫폼 중 어떤 기술도 오늘날의 형태와 다를 것이다.

작금의 암호화폐 버블은 닷컴 버블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기술이 이용하게 될 기반 시설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버블과 닷컴 버블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번 경우에는 물리적 기반이 아닌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낼 것이다. 개발자들이 전지구적인 협력망을 통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들어갈 내용을 서로 논의하고 같이 개발하게 만들 것이다.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아직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실행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바로 이런 기반 위에 탈중앙화된 미래의 경제 시스템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누구도 구글과 페이스북, 우버의 등장을 예측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이 버블의 폐허 위에 어떤 블록체인 기반의 응용기술이 등장해 탈중앙화된 미래를 지배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확장 가능한 플랫폼이 가지는 특징이다.

인터넷 공개 프로토콜이든 블록체인 핵심 요소인 합의 알고리즘과 분산 기록방식이든, 이러한 기술이 가지는 진정한 강점은 바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혁신가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블록체인의 혁신가들이 오늘날의 중앙화된 경제를 지배하는 게이트키퍼 기관들과 어떤 형태로든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3호(2018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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