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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에 경제 강국 답 있다" 김정일 시대부터 10년 넘게 추진
북한의 IT산업 육성 목적
[테크M=변학문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연구위원] 김정은 시대부터 북한은 경제, 교육, 체육, 의료 같은 국가 전 영역에서 과학기술에 기초한 빠른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2016년 노동당 제7차 당대회에서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자신들의 ‘선차적 과제’로 규정한 건 이 때문이다. 북한은 특히 ‘경제의 정보화’, ‘교육의 정보화’, ‘체육의 정보화’ 등 구호를 내걸면서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하면 으레 3대 세습, 핵, 미사일, 숙청, 경제난 같은 말을 떠올리고, ‘과학기술’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 일부 전문가들조차 “김정은이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건 아버지와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IT를 필두로 한 과학기술의 힘으로 국가를 발전시키겠다는 북한의 정책 기조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하면서 갑자기 만든 게 아니라 김정일 시대에 만들어져 이미 10여 년째 시행 중이다.
더 깊이 살펴보면 북한은 정치군사, 과학기술, 경제, 문명 등에서 고루 강한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거치며 정치군사 강국은 이미 달성했고, 현재 ‘총력을 집중해야 할 기본전선’은 경제 강국 건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경제 강국을 달성하기 위한 선차적 과제로 설정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북한은 경제·교육·국방·문화 정책 등 국가 전 영역에서 과학기술에 기초한 빠른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의 정보화 추진
북한은 정보화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며,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라는 구호를 등장시켰다. 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는 북한이 제2차 7개년 계획(1978년~1984년)을 시작한 이래 40년 이상 경제의 기본 과업이자 발전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여기에 정보화를 추가함으로써 현 시기의 핵심 경제 과제임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정보화 목표는 생산과 경영활동 전반에서 컴퓨터 이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주요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고, 이를 컴퓨터망으로 연결해 통합생산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경영 전반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활용도 제고하고 있다.
북한의 정보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첨단수준에 올라선 부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다”고 인정할 정도로 부문 간, 기업 간 격차가 큰 상황이다.
우선 평양을 중심으로 일부 공장과 농장을 먼저 현대화하고 정보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대학과 과학원의 연구진은 물론 인민군 산하 기술과 인력도 투입 중이다. 그 결과 식품, 의류, 신발, 가방, 화장품, 학용품, 비누, 농업, 양어, 양묘 등의 본보기 단위들을 조성했고, 이 과정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단위의 정보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북한은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와 새 세기 교육혁명을 표방하며 교육정보화도 추진하고 있다.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는 정보산업 시대 담론 등장 때부터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목표는 모든 주민을 4년제 이공계 대학 졸업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새 세기 교육혁명은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 체제와 내용의 개혁을 뜻한다. 북한은 초·중등 의무교육을 11년에서 12년으로 확대했으며, 교과서를 개편하고 수학과 과학 수업을 더 늘렸다. 또 고등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주요 대학을 종합대학으로 승격하고, 부문별 또는 지역별로 종합대학을 중심으로 대학들의 교육개혁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성인 과학기술 교육을 위한 전국적인 과학기술보급망 구축과 원격교육대학을 확대하고, 주민들의 과학기술 수준을 높여 학습과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북한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다기능 교실(최근 3년 7만 8000여 개)과 다기능 강의실을 조성하고 있으며, 모든 학교에 전자도서관을 설치하고 국가망으로 연결하고 있다.
북한의 IT 정책
북한에서 IT의 핵심 부문인 전자공학과 컴퓨터 같은 분야에 대한 육성 필요성은 북한이 ‘자동화’를 기술혁명의 주요 목표로 설정한 1960년대부터 부각됐다. 제2차 7개년 계획에서는 전자공학, 자동화공학 부문의 전문가 양성과 연구 확대가 과학기술 분야의 첫째 과제로 제기됐다.
또 ‘과학기술 발전 3개년 계획(1988년~1991년, 1991년~1994년)’, ‘2000년까지의 과학기술 개발 장기 계획’에서도 ‘경제 주요 부문의 전자계산기화(컴퓨터화), 로봇화를 위한 전자공학 발전’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강조했다. 1998년 ‘강성 대국 건설’과 이를 위한 ‘과학기술 중시 정책’ 천명 이후 정보산업과 정보기술이 여러 첨단 부문 중 하나가 아니라, 다른 부문의 현대화를 이끌 핵심 부문으로 강조됐다.
북한은 과학기술 예산을 대폭 증액(2003~2011년 연 평균 약 20%)하고, 과학계의 사기 진작과 동기 부여를 위한 ‘2.16 과학기술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하며, 과학자 복지편의를 확대하고 있다. 또 1990년 설립된 조선콤퓨터쎈터(KCC)를 집중 육성하고, 독자적인 운영체제(OS)와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컴퓨터 수재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만경대학생궁전, 평양학생소년궁전, 금성제1고등중학교 등에 컴퓨터 수재반을 설치하고, 김일성종합대학에 컴퓨터학과를 신설했다.
‘제2차 과학기술 발전 5개년 계획(2003~2008)’에서 북한은 정보화와 정보기술 비중을 높였다. ‘정보기술에 입각한 경제의 현대화’ 관련 과제도 증가하고 있다. 지리정보시스템(GIS), 위성항법시스템(GPS), 수자식(디지털) 탐사 기구를 이용한 지질 탐사법 개발, 전력 손실 감소를 위한 각종 디지털 통제 장치 개발, 석탄 CT 탐사 기술과 정보처리기술 도입, 기계공업 부문에서 CAD/CAM 체계 확립,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컴퓨터 수치 제어)의 전단계인 ‘수자 조종 종합 가공반’과 ‘수자 조종 공작기계’의 품종 확대 등이 그것이다.
첨단 과학기술 부문에서도 IT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과제로는 정보 설비 생산, 자동화 기술 개발, 전국적인 광통신망 구축을 위한 기술 연구와 설비 생산과 통신망 건설, 조선어 정보처리 기술, 인공 지능·화상 처리 같은 프로그램 개발과 응용, 위성정보 하부구조 구축, 기상 수문 정보체계 구축, 정밀 농업 체계 개발, 경영관리와 생산공정 관리의 정보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진 이후 지명된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했다. 이때 나온 구호가 CNC다. 2009년 4월 5일 북한은 장거리 로켓 ‘은하 2호’로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발사했고, 5월 25일 2차 핵 실험을 진행했다. 인공위성 발사 직후부터 북한은 과학기술 발전의 상징으로 CNC를 부각시켰다. 북한은 자력으로 쏘아올린 인공위성이 “강성 대국의 대문을 두드리는 승리의 첫 포성”이며 이러한 성과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세계 최첨단 수준의 CNC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에서는 새 세기 산업혁명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새 세기 산업혁명은 경제를 최신 과학기술에 기초한 기술 집약형 경제(지식경제)로 전체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 노선의 핵심 개념이다.
새 세기 산업혁명 강조
북한에서 말하는 ‘지식경제’는 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제 또는 현대 과학기술 지식에 기초해 발전하고 전진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지식경제 시대가 ‘첨단 돌파’, ‘과학기술 강국 건설’ 등의 구호와 함께 자주 쓰이면서 점차 정보산업 시대를 대체했고, 이로써 북한의시대 담론이 좀 더 보편적인 내용을 갖추게 됐다.
김정은 정권의 새 세기 산업혁명 추진과 과학기술 강조를 김정일에 대한 차별화로 바라보는 견해도 있었지만, 사실 이 두 가지는 김정일 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즉 북한은 CNC를 부각시키고 지식경제 시대 담론을 유포하면서 후계자 김정은 시대의 경제노선을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물이 ‘새 세기 산업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새 세기 산업혁명이 북한 매체에서 처음 등장한 때는 2011년 11월 2일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CNC 공작기계 개발의 핵심 공장인 희천련하기계종합공장을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이 공장의 성과들이 “새 세기 산업혁명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이 내용을 소개한 로동신문 사설은 련하기계와
같은 ‘지식경제 시대의 본보기 공장’처럼 경제 전 부문에서 설비와 공정 전반의 CNC화, 경영 활동의 정보화를 추진해 생산의 무인화와 통합 생산 관리 체계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자신들의 선차적 과제로 설정했다. 과학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방력을 강화하며 문화 수준을 높이는 등 사회주의 강국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일관되게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교육·국방·문화 정책 등 국가 전 영역에서 과학기술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특히 새 세기 산업혁명, 인민경제의 정보화, 교육의 정보화, 체육의 정보화 등에서 알 수 있듯이 IT는 여러 산업 또는 과학기술 분야 중 하나가 아니라, 국가 전 영역의 빠른 발전을 이끄는 핵심 분야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말부터 김정일 정권이 추진한 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연속선상에 있다. 특히 2001년 김정일 위원장이 정보산업 시대 담론을 제기한 이래 IT를 기반으로 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위해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해왔으며, 2009년경부터는 CNC로 상징되는 가시적인 성과들을 도출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이 같은 김정일 집권기의 정책과 성과를 이어받아 김정일 시대에 달성하지 못한 경제 강국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를 위해 과학기술 강국을 선차적 과제로 규정하고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 구호를 제기하는 등 과학기술과 IT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과학기술 중시 정책과 정보화를 추진하며 구체적인 성과도 김정일 시대보다 많이 이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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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과학기술 강국을 선차적 과제로 규정하고,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 구호를 제기하는 등 과학기술과 IT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2호(2018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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