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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 고슴도치 다루기

COVER STORY ICO 투자 주의사항

2018-05-17조한준 플릭파트너스 이사

[테크M= 조한준 플릭파트너스 이사] ‘고슴도치’. 햄스터와 비슷해 애완동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고슴도치는 귀엽기도 하고 행동도 아기자기해서 보기만 해도 절로 쓰다듬고 싶어진다. 하지만 많은 입문자들은 고슴도치의 생육을 잘 모르고 만지려 하다 가시에 찔려 상처가 난 뒤에서야 조심스레 접근하고는 한다.

요즘 ICO에 대한 뉴스나 주위 반응을 보면 고슴도치의 생육이나 습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사진만 보고 키우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A토큰 ICO에 투자했는데 어쩌죠? 괜찮을까요?” “누가 좋다고 해서 들어간 것뿐인데…”하며 상담을 받으러 오는 지인들에게 항상 고슴도치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는 한다.

암호화폐 시장은 등락폭이 심하고 불안정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통 투자자들은 단타매매에 집중해 짧은 시간 내에 현금화한다. 하지만, 하락장에서의 불안감 조성 전략(Fear, Uncertainty, Doubt, FUD)이나 상승·회복장에서의 포모증후군 (Fear of Missing Out, FOMO) 등 비이성적인 매매에 빠지기 쉬운 개미들의 투자습관상 단기적 거래를 가지고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결국 가치투자나 장기 매매로 스타일을 바꾸고는 하는데 그 가운데서 주위의 지인 누군가가 1000%, 2000%의 수익률을 ICO로 얻었다는 떠도는 소문을 듣고 가장 먼저 ICO에 접근한다. 그것이 최근까지 ICO의 열풍이 식지 않았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ICO가 종목을 잘 고르거나 시장 전체 상황이 호전되는 등 여러 가지 상황 조건들이 맞는다면 암호화폐 거래에 있어 다른 투자매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ICO에 대한 기초지식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투자하는 것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다를 바가 없어 한순간에 자산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자산이 많은 재벌이라 하더라도 잃어버렸을 때 아깝지 않은 돈은 없는 법이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더 안전하게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ICO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ICO가 가진 양날의 검

ICO(Initial Coin Offering)란 무엇인가? 직역하자면 신생 코인 지급이지만 주로 암호화폐공개라고 통용된다. 이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는 개념이 도입되며 새롭게 생긴 크라우드펀딩의 일종이다. 사업자나 기획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자금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 때 리스크를 무릅쓰고 투자를 해준 이들에게 증표로 암호화폐 형태의 토큰을 대가로 지급한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 이외에 어떠한 매력이 기업들이 이토록 ICO를 너나할 것 없이 진행하도록 만들었을까? 그것은 유사한 형태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와의 비교를 통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IPO는 비상장기업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재무내용을 공개하며 그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파는 자금모집 방식으로 투자에 참여한 이들은 주주로서 회사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IPO는 준비하는 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며, 요건 또한 일반기업의 코스닥 상장기준으로 기업이력 3년 이상, 자기자본 30억 원 이상, 시가총액 90억 원 이상, 자기자본이익율이 10%를 넘거나 당기순이익이 20억 원 이상으로 매우 까다롭다. 이는 코스닥이라는 시장의 신뢰를 유지함과 동시에 투자자를 최소한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ICO의 경우 IPO에서 볼 수 있는 절차나 요건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기획자는 단지 아이디어와 사업보고서라고 불리는 ‘백서(White Paper).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금모집이 가능하기에 단기간에 사업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정말 좋은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타트업은 자본금도 매출도 적은 경우가 많아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자금이 부족하여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ICO를 이용한다면 사업을 진행하는 충분한 시드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열정적인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후원한다는 자부심과 초기진입에 따른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아무것도 결과물이 없는 ‘애송이’ 사업에 투자를 하게 된다는 리스크를 안아야만 한다. 게다가 예금자 보호법에도 보호받지 못해 실패할 경우 물거품처럼 돈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ICO임에도 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점에 대해 제대로 고지를 하지 않고 투자자들을 유혹하곤 한다. 놀이공원에서 번지점프 등 가벼운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기 전에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한 숙지를 했음을 증명하는 서약서를 작성한다. 이보다 훨씬 위험한 ICO를 할 때에는 기획자들은 이에 대해 반드시 고지를 해야 하며 투자자들은 이러한 ICO의 장점과 위험성에 대해 이해한 뒤 접근해야 한다.

그러면 ICO에 진입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무엇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먼저 백서를 살펴봐야만 한다. 백서는 주식으로 말하면 사업보고서와도 같아 프로젝트의 개요와 비전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우리가 주식투자하기 전에 산업의 근황을 보고 경쟁업체를 분석하고 기업의 재무제표를 확인하듯 ICO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의 전망과 경쟁 코인들과 비교한 뒤 투자하고자 하는 코인 백서를 꼼꼼하게 확인해야만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백서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백서에는 표준화된 기준이나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럴듯해 보이는 내용을 일부러 어렵게 작성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백서가 매우 많다. 뉴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러 스캠 ICO의 대부분은 백서를 정교하게 작성해 투자자들이 의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피해가 더 커졌음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사업의 주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더라도 진행하는 설립자(Founder)가 경험이 부족하고 능력이 부족하다면 중간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CEO를 믿고 주식에 투자하듯, 사업을 진행하는 개발진들의 이력을 귀찮더라도 하나하나 찾아보는 습관을 꼭 익히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스캠을 일으키고자 하는 이들의 수법도 투자자들의 지식에 맞추어 교묘하게 바뀌고 있어 사기를 피하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2018년 1월 270만 달러(약 27억 원)의 피해를 입힌 베네빗(Benebit) 토큰의 경우 글로벌 시스템, 세계화, 블록체인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해 깔끔한 백서를 작성했고 홍보 활동에 막대한 비용을 사용하여 많은 투자자들을 현혹시켰고 2018년 유망 ICO에도 오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게다가 ICO 평가사이트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 누가 보아도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사실 이 ICO의 개발 운영진은 모두 영국 시골의 한 하우스 스쿨의 선생님들이었으며 그들의 업계 이력은 모두 거짓된 것이었다. 만일 투자자들이 다른 커뮤니티의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위의 원칙에 따라 운영진의 이력을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보았다면 분명히 피할 수 있던 악재였을 것이다.

 

2018년 ICO를 대하는 법

 2017년 한 해는 가히 ‘원숭이도 손만 대면 오르는 장’이었으며 ICO의 황금기와도 같았다. 그렇다면 2018년 ICO는 어떠할까? 개인적으로 리버스 ICO와 DAICO를 대표적인 키워드로 뽑는다. 리버스 ICO(Reverse ICO)는 ICO에 대한 인기가 많이 늘어나자 기존 기업들이 이에 편승하기 위해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이다. 이들 기업은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ICO를 진행한다. 기존의 ICO는 자금을 먼저 모집하고 나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갖고 있던 반면, 리버스 ICO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업을 가지고 자금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프로젝트가 뒤집어지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비교적 작다.

또한 스타트업의 경우 운영진의 이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력 자체도 없을 때가 많아 ICO에 투자하는데 불안할 수 있다. 리버스 ICO는 실체가 존재하고 업계에서 이미 경력을 충분히 쌓고 있는 이들이 주관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신뢰가 간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신들이 진행하는 사업의 정보들을 모두 공유하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인 탈중앙화가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을 수 있다.

DAICO(Decentralized Autonomous ICO)는 2018년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분산형 자율조직인 DAO에서 착안해 제안한 ICO의 새로운 모델이다. 기존의 ICO가 단일 프로젝트에서 판매사가 주관해 투자자가 한 번 투자하고 나면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는가에 상관없이 투자자가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반면 DAICO는 스마트 계약을 통해 투자자가 지급한 코인을 개발자가 마음대로 출금할 수 없게 하고 프로젝트가 실패하였을 경우 남은 투자금을 환불할 수 있도록 투표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능동적으로 ICO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개발자가 많은 부분의 토큰을 가져갈 경우 의미가 없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미완성된 모델이고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개선 가능성을 지켜보는 것도 좋은 자세일 것이다.

ICO는 암호화폐의 꽃이라고도 불릴 만큼 매력적이고 수익성이 높다. 다만, 가시가 달린 장미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는다면 투자자가 다칠 수 있어 주의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ICO가 유사수신으로 취급되어 사실상 금지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ICO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 투자자들이 ICO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숙지하고 나서 규제나 앞으로의 트렌드를 접한다면 훨씬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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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는 암호화폐의 꽃이라고도 불릴 만큼 매력적이고 수익성이 높다. 다만, 가시가 달린 장미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는다면 투자자가 다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1호(2018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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