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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돌 맞은 아이패드, 지속적인 성장 가능한가
ISSUE&TREND 태블릿의 현재와 미래
[테크M =최호섭 IT컬럼니스트] 애플이 지난 3월 21일 6세대 아이패드를 발표했다. 애플이 봄에 신제품, 특히 아이패드를 내놓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이 이벤트가 여느 행사와 달리 독특했던 것은 바로 주제였다. 초청장부터 제품보다 ‘교육’이라는 주제가 도드라졌고 키노트도 실제 수업이 이뤄지는 고등학교에서 진행됐다. 제품보다 제품이 주목하는 시장과 기기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애플로서도, 또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 제조사 전체적으로 봐도 흔치 않은 일이다. 태블릿 시장을 이끌고 있는 애플도 이 기기의 역할 자체를 돌아보거나 재정의하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탄생 9년째를 맞이한 아이패드의 고민은 곧 태블릿 시장의 숙제이기도 하다.
애플의 의도대로 6세대 아이패드는 시작부터 ‘교육용’이라는 꼬리표가 확실하게 붙었다. 학교에만 판매할 제품은 아니지만 메시지와 제품의 성격이 명확하게 세워졌다. 아이패드, 그리고 태블릿의 역할은 교육 시장에만 초점을 맞춰야할까? 그건 아니다. 하지만 교육 시장은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기기의 형태에 대한 문제로만 볼일은 아니다.
태블릿 시장은 왜 교실을 주목할까
2010년 봄, 스티브 잡스가 무대에 들고 올라온 9.7인치 아이패드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커다란 ‘아이팟 터치’라는 혹평도 있었지만 아이패드는 똑같은 운영체제가 강력한 프로세서와 함께 큼직한 디스플레이와 결합되면 그 용도가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뜨거운 시장에는 한동안 구글도, 마이크로소프트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여러 회사들이 아이패드의 경쟁 제품을 내놓을 수록 사실상 아이패드는 태블릿을 대표하는 제품이 되었다.
애플의 아이패드 전략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실 최근 태블릿 시장은 그리 달콤한 상황은 아니다. 가트너를 비롯한 시장 조사기관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태블릿 시장의 정체를 지적했고, 시장에서도 애플을 제외하고는 눈길을 잡아 끄는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 추세다. 사실상 태블릿 시장 자체가 가라앉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들에게도 구색을 맞추기 위한 용도에 가깝고 이른바 ‘전략 스마트폰’이나 플래그십 같은 수식어가 붙는 제품도 거의 없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태블릿은 기회보다 위기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는 특정 기기 카테고리의 문제가 아니라 PC 등 화면이 크고 성능이 높은 기기 전체가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다. 컴퓨팅 환경이 화면 크기를 가리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애플은 지난 몇 년간 태블릿 시장의 위기론 속에서도 화려한 아이패드 라인업을 갖춰나가고 있다. 이미 애플은 지난해 전문가를 위한 아이패드 프로, 그리고 일반 이용자들을 위한 아이패드로 용도를 뚜렷이 구분했다. 애플은 전문가들이 아이패드를 쓰는 목적을 ‘창의성’에 두고 키보드와 펜 인식을 지원하는 상위 제품을 만들어냈다.
태블릿은 이제 기기의 발전보다도 그 역할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처음 아이패드 프로가 등장했을 때는 줄어드는 태블릿 시장에서 용도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고급화하는 것으로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기도 했다.
반도체 기술은 아이패드가 처음 나올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고 클라우드는 컴퓨팅의 잠재력을 끌어올렸다.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풍경도 크게 변했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첫 인상 뿐이다. 태블릿 업계에 떨어진 진짜 숙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기의 역할을 다시 정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역할에 따라 기기를 진화시키는 것이다. 애플은 이 두 가지를 다 이끌어가고 있다. 애플의 전략과 사례를 먼저 살펴보자.
애플이 일반 ‘아이패드’ 브랜드로 교육 시장을 강조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전문가용으로, ‘아이패드’를 교육용으로 투입하려는 모습이다. 물론 학생증을 확인하고 판다거나 전문가 시험을 통과해야 제품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잣대로 애플의 정책을 보면 고급형과 저가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으로 양분하는 것은 제품과 브랜드의 가치를 해칠 뿐 아니라 저가형 제품을 쓰는 이들에게 상실감을 준다. 가격 대신 용도로 나누는 것은 제품에 적절한 역할과 의미를 주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도 나쁠게 없다.
당장 저가 제품이 필요한 산업은 무엇이 있을까? 교육 시장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 교육계와 정부, 그리고 기업들이 교육 환경을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나, 기기를 더 팔기 위해서라기보다 컴퓨터와 미디어를 통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사고 방식과 생활 습관을 갖게 된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교육을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른바 21세기 인재 교육이다.
19세기 학문을 20세기 교실에서 배우는 데 따른 거리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교실과 세상 밖의 괴리를 끊는 방법으로 디지털 기반 교육 철학들이 개발되고, 그에 따라 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가격과 성능,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교육 방법 등 교육과 태블릿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생산성에 대한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반도체 성능이 매년 높아지면서 성능을 태블릿의 한계로 잡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스마트폰이 그렇듯 태블릿도 말 그대로 하나의 컴퓨터가 됐다. 시작은 콘텐츠의 효과적인 소비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충분히 글을 쓰고, 동영상을 편집하고,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는 기기가 됐다. 아이패드 프로의 키보드와 펜슬은 바로 태블릿이란 기기의 역할 변화를 반영하는 방법이다. 변화는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시장이 원하는 부분이다.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만으로 과거의 가치관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태블릿을 둘러싼 변화는 애플만의 일도 아니다.
다시 본질적인 고민, ‘PC와 스마트폰 사이’
당초 태블릿이 목표로 삼았던 카테고리는 스마트폰과 노트 사이에 있는 기기다. 이 영역은 매우 넓고 애매하다. 태블릿에 앞서 이 시장을 파고든 기기는 PC업계가 내놓았던 넷북이었다. 넷북은 노트북보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값이 싸고 배터리도 오래 갔다. 약점은 윈도를 운영체제로 쓰기에 성능이 낮다는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윈도를 대신할 수 있는 운영체제가 없었다. 넷북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 무렵 등장한 아이패드는 프로세서 성능과 적절한 운영체제, 그리고 기존에 아이폰으로 다져진 앱 생태계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
아이패드는 확실히 넷북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넷북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동안 태블릿 시장은 아이패드와 거의 똑같은 기기를 만드는 데 집중됐다. 하지만 시장이 서서히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사실상 아이패드와 직접 경쟁하는 것이 버거워지면서 기업마다 제품을 바라보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특히 구글의 행보가 눈에 띈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아이패드의 가장 큰 경쟁 제품들에 탑재된 운영체제이자 플랫폼이다. 하지만 구글은 이 플랫폼이 주력하는 기기 형태를 바꾸고 있다. 바로 노트북 형태의 ‘크롬북(Chromebook)’이다.
구글은 여전히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업데이트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태블릿에 대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고,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꾸준히 새로운 태블릿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이전과 달리 조금 주춤한 상태다. 스마트폰처럼 고성능 프로세서나 새로운 디자인이 강조되기보다는
가격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제조사들도 스마트폰만큼 태블릿 알리기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구글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태블릿으로 아이패드와 경쟁하는 것에서 크롬북을 전진배치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2016년 구글은 크롬북에서 안드로이드용 앱을 돌릴 수 있도록 통합했다. 태블릿과 비슷한 10인치 대 화면이지만 크롬북은 노트북과 비슷한 구성이기 때문에 태블릿용 앱과 스마트폰용 앱을 부담 없이 창으로 띄울 수 있다. 태블릿 전용 앱이 아니어도 어색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태블릿 앱이 적은 안드로이드에서 억지로 태블릿 앱을 늘리는 것보다 PC와 똑같은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주는 크롬 웹브라우저에 스마트폰용 앱을 올리는 방식이다.
애플 아이패드 만큼이나 크롬북의 원동력은 교육시장에서 온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교육에 디지털을 접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고가의 PC를 제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200~300달러 대 기기들이 교실에서 쓰이고 있는데, 크롬북은 크롬 브라우저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고 키보드를 갖춘 노트북 형태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교실에서는 태블릿보다 효과적으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구글의 목표 변화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전략 변화로도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이 회사의 전략은 태블릿 외에 새로운 선택지를 하나 더 꺼내 놓고 있다. 바로 ‘덱스(Dex)’다. 덱스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독(Dock) 형태의 기기인데, PC에 쓰는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등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마트폰을 덱스로 연결하면 모니터에는 PC와 비슷한 화면이 뜨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나 구글 크롬브라우저 등 앱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큰 화면의 유연성을 생산성으로 연결하는 것을 노린 전략이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상당 수준에 올랐고, 생산성에 대한 수요도 늘어가고 있다. PC를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스마트폰이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론적인 해석인 셈이다. 일상에서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혹은 게임을 위해 무거운 태블릿을 들 필요가 없을 만큼 스마트폰의 화면이 커졌고, 다소 불안정한 이동중의 생산성을 고민하는 것보다 기기의 변화를 고려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반도체 성능 발전을 가장 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PC와 휴대전화 사이의 틈새를 처음 파고 든 넷북은 바로 인텔 아톰 프로세서와 윈도XP로 시작한 기기다. 하지만 10년 전 아톰 프로세서는 성능의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톰 프로세서가 빨라진 것 뿐 아니라 노트북에 쓰는 코어 프로세서도 전력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 번 충전해서 10시간씩 쓰는 기기들이 늘어나고 있다. 터치스크린과 키보드를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2in1 기기의 대중화도 윈도에게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결국 하드웨어의 한계가 줄어들면서 윈도 생태계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기기의 폭이 넓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교육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소프트웨어적인 대비를 하고 있다. 바로 윈도10S다. 윈도10S는 특정 조건을 맞춘 기기에 대해서는 윈도 스토어의 앱만 쓰는 것을 조건으로 라이선스 비용을 받지 않는다. 이를 이용한 태블릿이나 2in1, 혹은 노트북 형태의 기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교육 시장을 노리는 동시에 제품의 역할별 구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초기 태블릿의 역할은 PC로 불리는 형태의 컴퓨터를 벗어나는 데에 있었다. 태블릿은 그 기기의 모양 중 하나였다. 현재 태블릿은 기기의 형태나 역할, 가격 등 모든 부분에서 가장 유연한 카테고리로 진화하고 있다. 잠시 주춤하지만 그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동시에 점점 더 컴퓨팅의 경계를 허물어갈 것이다. 어떻게 보면 카테고리의 구분을 새로 해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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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태블릿의 역할은 PC로 불리는 형태의 컴퓨터를 벗어나는 데 있었다. 태블릿은 그 기기의 모양 중 하나였다. 현재 태블릿은 기기의 형태나 역할, 가격 등 모든 부분에서 가장 유연한 카테고리로 진화하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1호(2018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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