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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에 생각하는 ‘과학과 미래’
COLUMN 미래의 눈
[테크M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영국 시인 엘리어트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드는 잔인한 달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4월은 과학의 달이다. 4월 21일이 과학의 날이기 때문이다. 1967년 4월 21일, 과학기술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 과학기술처가 발족한 날을 기념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근대화에 뒤처져 나라를 빼앗긴 뼈아픈 역사를 겪었던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시작하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자각했고, 경제개발만으로는 부족하며 과학입국과 기술자립이 절대 필요함을 깨닫는다. 이렇게 해서 과학기술처가 출범해 과학기술행정을 시작한 지 올해로 51년째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최초의 과학의 날은 훨씬 이전이다. 정부가 4월 21일을 과학의 날로 정하기 이전, 이미 일제 치하에 과학조선을 주창하며 ‘과학데이’ 행사를 치렀던 선각자가 있었으니 바로 김용관이다. 그는 경성공업전문학교 요업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공업학교에서 유학을 했던 과학기술자였다. 일본 근대화의 비결은 바로 과학기술에 있음을 깨닫고 식민지 조국이 과학대중화를 이뤄야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김용관은 1924년 발명진흥단체인 발명학회를 창립했고, 1933년에는 ‘과학조선’을 창간했다.
과학조선은 비록 발명학회 기관지로 발간됐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종합잡지다. 창간호의 권두 창간사에 보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을 창조하고 진주성의 정평구는 비차를 제작했으며 이장손은 세계 최초의 박격포 비격진천뢰를 만들었고 변이중이 화차를 만들었던 조선 과학의 역사가 언급돼 있다. 또한 조선 태종 3년(1403년) 주자소가 설치돼 동활자를 주조한 것은 서양 활자보다 50년 앞섰으며 세종 때 측우기를 만들어 강우량을 측정한 것도 서양보다 2세기나 앞섰다고 강조한다. 그런 조선이 일제 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과학발전에 뒤처져 자주독립할 힘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제1회 과학데이 행사는 1934년 4월 19일에 개최되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의 날이다. 과학데이를 4월 19일로 정한 것은 그날이 마침 근대과학의 상징인 진화론의 주창자 찰스 다윈 서거 50주기였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과학데이 행사는 사흘에 걸쳐 열렸는데, 4월 19일 저녁에는 종로 YMCA회관에서 과학강연회가 열렸다. 언론인 1명, 과학자 2명 등 세 명의 연사가 대중과학강연을 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이정섭은 ‘과학의 개념’을 주제로 강연했는데, 뉴턴의 중력법칙을 수학적으로 정교하게 만든 라플라스를 비롯한 프랑스 과학자들 이야기를 바탕으로 과학의 객관성 및 사회의 합리화에 대해 강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사카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이채호는 ‘산업과 발명’을 주제로, 규슈제국대학에서 응용화학을 공부한 안동혁은 ‘화학공업의 현재와 장래’를 주제로 각각 과학강연을 했다. 과학데이 행사 당시에 뿌려진 전단에 나와있는 문구들을 보면 ‘한 개의 시험관은 전 세계를 뒤집는다, 과학의 승리자는 모든 것의 승리자다, 과학대중화운동을 촉진하자, 과학은 힘이다, 배우고 옹호하자’ 등 이었다. 식민지 조선의 과학기술자들이 느꼈던 과학에 대한 절박함을 충분히 짐작할만하다. 생활의 과학화, 과학의 생활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식민치하의 과학대중화운동은 1938년 김용관의 체포로 중단되고 말았지만 암울한 시대에 과학의 소중함을 일깨우려고 했던 선각자들의 노력은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김용관은 1967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해에 과학기술처가 출범한 것 또한 기막힌 우연이다.
그해 12월에는 현재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신, 한국과학기술후원회라는 민간단체도 출범했다. 이는 정부 차원의 과학기술진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민간 차원의 과학문화풍토조성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설립취지문에는 “돌이켜보면 너무나 오랫동안 과학기술을 천시하고 등한시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비록 한때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어 우수한 과학기술의 진경을 보였던 역사의 기록도 있습니다만 비과학적인 인습과 사회풍조가 그 계속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말았던 것”이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일제 강점기 과학조선 창간이나 과학데이 행사의 취지와 같은 맥락이다.
올해 4월 19일은 과학데이로부터 84주기가 되는 날이고, 4월 21일은 제51회 과학의 날이다. 역사 속에서 ‘과학의 날’의 족적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과학의 가치와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패권국가들이 최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과학의 저력 덕분이었다. 선박기술로 해상권을 장악했던 네덜란드와 스페인, 과학아카데미, 백과전서를 바탕으로 과학정신을 주창했던 합리성의 나라 프랑스, 기술발명과 산업혁명으로 일거에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했던 영국,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첨단과학기술의 힘으로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 등 패권국가들의 비밀은 과학과 기술에 있다. 기술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사회에서 변화와 발전의 핵심동인은 과학연구와 기술개발이다. 또 한 번 치열한 경쟁이 치러질 4차 산업혁명 역시 국가 간 첨단과학기술 각축전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미래는 상당부분 과학에 좌우될 것임은 분명하다. 요컨대, 과학은 미래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전망하고 예측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1호(2018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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