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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불발, 그 배경과 시사점
[테크M=윤대균 아주대학교 교수]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에 브레이크를 건 최근 미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5년 싱가포르 기업인 아바고테크놀로지스에 브로드컴이 인수되면서 더 이상 미국 기업이 아닌 브로드컴이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인 퀄콤을 인수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 결정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루어졌다.
순탄치 않은 인수 과정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2017년 11월 6일 브로드컴은 1300억 달러에 퀄컴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던진다. 브로드컴은 1991년 설립된 이래 통신분야, 특히 유선통신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반도체회사로 자리매김을 한 회사이다. 2015년 싱가포르의 아바고테크놀로지스에 인수된 이후에도 브로드컴은 산호세에 기반을 두고 있는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브로케이드 커뮤니케이션 (Brocasde Communication Systems)을 인수하는 등 통신 분야에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아가고 있다. 브로케이드 인수가 완료될 즈음 퀄컴 인수를 선언한 것이다.
퀄컴 한 주당 60달러 현금 및 10달러의 브로드컴 주식제공, 즉 주당 70달러가 최초 브로드컴의 제안이다. 이는 2017년 11월 2일 퀄컴 주식 종가인 $54.84에 28%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퀄컴 주식은 지난 1년간 50달러 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브로드컴 인수 소식으로 60달러대로 오른 뒤, 트럼프의 인수 불가 명령 이후 다시 이전 주가로 내려앉았다. (그림 1)
브로드컴은 주당 70달러 인수 외에도 250억달러에 달하는 퀄컴의 순채무를 인수한다고 제안하였으며, 이는 당시 퀄컴이 진행 중이던 NXP 반도체 인수건이 종료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퀄컴이 주당 110달러로 NXP 인수를 진행 중이었던 것이 퀄컴 인수의 주요 변수 중 하나였는데, 이 인수 건이 속히 종료되어야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조건이 최종 확정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NXP 반도체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반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로, 자동차용 반도체에 특화된 회사이다.
브로드컴 관점에서 퀄컴의 인수는 제품 포트폴리오상 상호 보완적이며 매우 이상적인 거래라고 판단되었다. BOA(Bank of America), 메릴린치, 씨티은행, 도이치뱅크, 제이피모건, 모건스탠리가 파이낸싱을 제안했고, 이와 함께 실버레이크 파트너사는 50억달러 상당의 전환사채까지 약속한 상태였다. 그러나 퀄컴은 향후 회사의 미래 비전을 감안할 때, 이 제안은 자사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한 것이라고 폄하했다. 퀄컴 이사회는 브로드컴의 최초 제안이 있은 지 약 1주 후 이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절했다.
이에 브로드컴은 직접 투자자들을 접촉하며 반격했다. 브로드컴의 혹탄(Hock Tan) 대표는, 주주들과 퀄컴의 고객들이 모두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퀄컴이 이런 좋은 기회를 가볍게 보고 있다며, 퀄컴이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퀄컴과의 협상테이블 추진이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자, 브로드컴은 2018년 2월 5일 마지막이자 최선이라며 주당 82달러의 제안을 하게 된다. 60달러의 현금과 22달러의 브로드컴 주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최초 제안 당시 기준이었던 2017년 11월 2일 종가에 50%의 프리미엄이 얹혀진 것이다.
동시에 브로드컴은 퀄컴 주주들을 설득하며 퀄컴 이사진을 갈아치울 계획도 추진하게 된다. 퀄컴은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가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관련 법적 규제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로 거래 성사가 어려움을 피력했다. 아울러, 이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기초적인 노력을 브로드컴이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 또한 퀄컴의 주장이었다. 이 와중에 퀄컴이 추진하던 NXP 반도체 인수에도 변화가 있게 된다. 기존 주당 110달러 인수에서 127.5달러로 인수가를 퀄컴이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런 퀄컴의 행보가 주주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브로드컴은 기존 주당 82달러 제안가를 79달러로 내리고 아울러 주주들을 통해 퀄컴 이사회를 압박하게 된다. 주당 인수가격을 79달러에서 90달러로 올린다면 퀄컴 이사회의 인수 반대 의견이 철회될 수 있음이 한 때 관측되기도 하였으나 이를 충족시키는 브로드컴의 새로운 제안은 없었다.
이에 퀄컴은 이 거래에 대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사를 요청하게 된다. 퀄컴의 라이선스 사업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브로드컴이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 CFIUS 관여를 끌어낸 한 요인이기도 하였다. CFIUS가 거래 조건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여하는 것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정부의 자국내 이익을 최선으로 하는 정책에 부응하여 아직 진행 중인 거래에 제동을 건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5G에서 미국의 입지가 줄어들며, 이는 곧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에 주도권이 넘어가는 사태를 초래하여 국가 안보에서도 우려를 자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CFIUS는 어떤 기관?
결국 CFIUS의 권고에 따라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다. CFIUS는 국무부, 국방부, 법무부, 에너지부, 국토안보부 등 16개 정부기관이 참여하고 미 재무부 장관이 의장으로 있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 심의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설립되었으며, 외국인의 자국 내 투자에 대한 연구로부터 출발하여 그 활동 반경과 영향력이 점점 확대 되었다.
초기에는 전기/전자 분야를 리드하던 일본 기업에 대한 두려움이 CFIUS의 역할론 확대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1980년대 미국 대표 반도체 회사인 페어차일드(Fairchild)사가 일본의 후지쯔사에 자사를 매각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결국 레이건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무산된 일이 대표적인 예이다. 매각 반대의 이유는 중요 기술 기업이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은 국가안보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 이는 표면적인 이유였고, 그 이면에는 일본과의 무역 마찰 이슈가 더 작용을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CFIUS는 이 후 해외기업과의 인수 합병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을 검토한 후 이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파워를 지니게 되었다. CFIUS가 2015년 미 의회에 제출한 연차 보고서를 통해 이 기관의 활동 범위, 그리고 관련 국가들의 추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CFIUS가 심사한 387건의 사례 중 약 20%에 달하는 74건이 중국과 관련되어 있다.
이는 동일 기간 중 두 번째와 세 번째 심사 대상 국가인 캐나다의 49건, 일본의 40건을 압도하는 수치이다. 2017년에는 캐년브리지 캐피털(Canyon Bridge Capital) 펀드가 오리건 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래티스(Lattice)라는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CFIUS의 반대로 무산된 바가 있다. 캐년브리지 캐피털은 차이나 벤처 캐피털 펀드사(CVCF) 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CVCF 배경에는 중국정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1월에는 알리바바 마윈이 소유한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의 머니그램(MoneyGram) 인수 시도가 CFIUS에 의해 좌절되기도 했다. 미국내 금융 및 핀테크(Fintech)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려 한 알리바바 그룹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직후 미국에 백만개 일자리 창출을 돕겠다는 마윈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가 직접 인수에 제동을 건 사건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1980년대 일본 기업의 미국 진출을 저지하기 시작하며 힘을 모으기 시작한 CFIUS가 최근에는 주요 타겟을 중국으로 옮긴 것이라 볼 수 있다.
CFIUS는 ‘중요기술’(critical technologies) 영역을 정의하고 이와 관련된 거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이 정한 군수품 목록(United States Munition List)에 들어있는 국방 및 우주관련 기술, 기타 수출 금지 품목과 관련된 기술이 이에 해당한다. 중요기술이 적용되는 범위는 최근 정보기술 분야로 많이 확대되고 있는데, 반도체 회사 및 정보기술 관련 기업 거래에 제동이 많이 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사점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건이 성사되었을 경우 관련 업계의 반응은 어땠을지 예측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비록 퀄컴이 지난 2년간 비즈니스가 다소 부진했지만, 브로드컴이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퀄컴을 인수하는 것은 재무적 관점에서 많은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인수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곧 바로 주력사업인 모바일용 모뎀 칩 및 특허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제외한 비주력 비즈니스의 매각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이는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인 인텔 입장에서 많은 분야에서의 충돌이 불가피한 퀄컴이라는 잠재적 경쟁자가 사라지는 호재가 될 수 있는 반면 세계 2위의 반도체 업체인 삼성의 입장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대만의 TSMC를 주 파운드리(foundry) 업체로 활용하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게 되면, 퀄컴의 주 파운드리 파트너인 삼성의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번 브로드컴과 퀄컴건은 상호 인수합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CFIUS가 제제를 가한 첫 번째 케이스라고 한다.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하에서 CFIUS의 역할 및 권한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특히 중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CFIUS의 역할은 더욱 그 무게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수많은 하이테크 스타트업 및 그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부정적인 한 측면이기도 하다. 국가안보 강화와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이 두 가지 모두 미국 국익을 위해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상호 모순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딜레마이다.
한편, 퀄컴의 네덜란드 기업, NXP 반도체 인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테크M, 한국인터넷진흥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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