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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법 제정 추진 암호화폐를 어찌하오리까?

2018-04-12강진규 기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블록체인 기술이 과대 포장됐고 암호화폐는 허상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논란이 뜨거운 만큼 블록체인 관련법에 대한 생각 역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 폐쇄와 암호화폐 규제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 논의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블록체인 진흥과 암호화폐 허용에 대한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 정부 등에서 법안 제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실제 법안이 마련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폐쇄부터 진흥까지 법안 제정 움직임

2018년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법무부는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과열된 암호화폐 시장을 우려해 ‘암호화폐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규제하겠다는 뜻이었다.

법무부의 입장이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고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다. 정부 내에서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한 정책을 어떻게 해야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규제 반대 청원이 올라와 약 30만명의 국민들이 참여했다. 결국 정부는 “거래 과정의 불법행위는 막고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거래소 폐쇄 특별법에 대한 목소리는 작아졌다. 

이후 백가쟁명처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한 법 제정, 개정에 대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정태옥 의원(자유한국당) 등 11인은 2월 2일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암호화폐의 정의와 관련업에 대한 인가규정, 실명확인, 안전한 거래를 위한 보안조치, 이용자 피해 배상의무, 자율규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정 의원은 제안이유로 특별법을 제정해 암호화폐에 대한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투자자를 보호해 암호화폐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 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가상화폐거래업 또는 가상화폐계좌관리업을 하는 사업자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법 준수여부를 감독하고 가상화폐예치금도 예치하도록 했다. 이는 암호화폐 거래를 기존 금융 체계 안으로 넣겠다는 의미다.

2월 6일에는 정병국 의원(자유한국당) 등 10인이 ‘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 역시 암호화폐 정의규정을 마련하고, 암호화폐취급업의 등록 등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은 암호화폐 매매업, 거래업, 중개업, 발행업, 관리업 등을 할 경우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보안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과 시세조종, 자금세탁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앞서 2017년 7월 31일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0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기존 전자금융거래법에 암호화폐에 대한 부분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박 의원은 개정안에 암호화폐의 정의규정을 마련하고 가상통화취급업의 인가 등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이외에는 하태경 의원(바른미래당)과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위한 법개정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진흥에 초점을 맞춘 법률 제정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은 올해 2월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법 개정과 제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관련 법을 둘러싼 동상이몽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법 개정, 제정 논의가 활발하지만 어떻게 법을 만들지 그리고 무슨 내용을 담을지에 관한 주장이 제각각이다. 박용진 의원처럼 기존 법을 개정해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관한 진흥과 규제 내용을 담자는 주장이 있다. IT와 금융 관련 법 개정으로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태옥 의원의 사례처럼 법을 새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새로운 개념인 만큼 법을 새로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전문가들은 법 개정, 제정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실체가 없는 암호화폐를 법에서 정의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법을 개정, 제정하더라도 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도 여전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주장과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암호화폐는 규제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관계 논쟁은 법안을 따로 만들 것인지 통합해서 만들 것인지에 관한 논쟁과 연결된다. 또 블록체인 활성화에서 암호화폐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 블록체인 진흥법과 암호화폐 규제법이 상충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법무법인 충정의 안찬식 변호사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논의하기는 어렵지만 법안은 두 개로 가야한다고 본다”며 “블록체인법은 진흥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암호화폐법은 진흥과 규제가 모두 담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법을 따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안을 만들 경우 암화화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여부부터 논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를 돈으로 보고 있다. 반면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상품이나 유가증권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극단적으로 암호화폐는 디지털 코드일뿐이라고 보기도 한다. 암호화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규제와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암호화폐공개(ICO)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9월 국내에서의 모든 ICO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암호화폐 시장의 과열을 막고 우후죽순으로 ICO가 추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금융위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우회적으로 ICO를 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또 최근에는 금융위의 방침이 법적 근거가 없어서 국내에서 ICO를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ICO가 필요하다며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암화화폐 관련법이 만들어지면 ICO를 허용할지 안할지 또 어떻게 규제할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법 제정이 활발하지는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월 공개한 ‘가상통화 관련 주요국의 정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용자 보호 및 자금세탁·테러자금 조달 방지를 목적으로 ‘가상통화법’을 제정해 2017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가상통화 및 교환업자의 정의, 의무, 위반 시 제재 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업자에게 범죄수익 이전 방지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법은 암호화폐를 법정통화로 보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서 결제, 매매, 교환이 가능한 결제수단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암호화폐를 규제하기 위한 별도의 법안 제정이나 시행령을 내린 바는 없지만 기존의 법 범위 내에서 규제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전문가들은 법 제정과 관련해 암호화폐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더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블록체인 연구센터 센터장은 “블록체인이라고 하면서 암호화폐에만 너무 초점을 맞춰 법 제정 논의가 되는 것 같다”며 진짜 블록체인에 맞춘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록체인법은 3가지로 가야 한다고 본다. 우선 블록체인에 담긴 데이터의 법적인 성격 등을 규정하는 블록체인기본법이 있어야 한다. 또 스마트계약법도 있어야 하고 암호화폐에 관한 법은 따로 가야 한다”며 “블록체인을 단순히 암호화폐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과거 인터넷 같이 세상을 바꿀 기반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블록체인위원회를 만들어 장관급으로 힘을 실어주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법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에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추구하는데 법을 제정해서 통제하려고 한다면 탈중앙화에 역행할 수 있다”며 “오히려 민간에서 다양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에 어떤 법규들이 걸림돌이 되는지 찾아내서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60호(2018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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