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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다시 불붙은 동영상 플랫폼 경쟁: NBC의 전략과 그 주변 상황들이 보여주는 것
[테크M = 최홍규 EBS 연구위원]
2018년 2월 25일 밤, 대한민국 평창 하늘에는 인텔의 슈팅스타 드론(Intel Shooting Star drones) 300대가 평창 동계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었다. 지난 2월 9일 시작된 올림픽이 마무리됨을 알리는 폐막식의 퍼포먼스였다. 그렇다 퍼포먼스 (performance). 시청자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되는 올림픽 퍼포먼스는 이번 올림픽에도 어김없이 고심한 흔적을 남겼다. 개막식에서 슈팅스타 드론 1,218대가 만든 오륜의 이미지는 멋졌지만 그 장면이 녹화로 진행되어 아쉬움을 남겼다면 폐막식에서는 생중계로 드론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이다.
공연 시작 5분전까지 날씨를 보고 결정해야 할 드론쇼를 굳이 폐막식에서 생중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생’방송이 아니라 생‘방송’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전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방송 시청을 권유해볼 수 있는 몇안되는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이때가 아니면 방송 시장은 또 4년 동안 방송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차가운 미디어 시장을 견뎌내야 한다. 웹과 앱 기반의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니까....
그러니 올림픽 폐막식 생방송은 방송 사업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이벤트인가. 그 안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에 고심, 또 고심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올림픽으로 간만에 방송사업자 노릇을 하다
그렇다. 올림픽으로 간만에 방송사업자는 방송사업자 노릇을 한다. ICT 기술을 기반으로 빠르게 이용자들을 확보해나가고 있는 동영상 포털이나 소셜미디어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방송이 동영상 미디어 시장에서 방송사업자다운 노릇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플랫폼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콘텐츠들과 각종 채널들 사이에서 방송 편성의 스케줄대로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확보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국의 경기를 기다리는 올림픽 시청자들을 4년 만에 만난 방송 사업자들은 비로소 그 4년 만에 사업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가 매 올림픽 시기마다 발간하는 IOC 마케팅 보고서(IOC Marketing: Media Guide-Olympic Winter Games PyeongChang 2018)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올림픽 개최로 인한 수익들을 계산해보면 그 비율상 방송중계권이 가장 높은 73%를 차지하고 있다. 방송중계권으로 인한 IOC의 수익 비율이 높다는 것은 올림픽 방송으로 거둬들이는 방송사의 광고 수익이 그만큼 받쳐준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얼마나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할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보고서에 밝힌 대로 IOC는 평창 올림픽을 위해 450대의 카메라로 5,000시간의 방송을 제공하고 이 방송을 전세계 200개국 이상의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인 VR(Virtual Reality)을 활용한 방송 제공도 약속했다. 이러한 IOC의 모든 기획은 방송 생중계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올림픽 이벤트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야말로 올림픽은 아직 방송 산업에 큰 활력을 줄 수 있는 이벤트인 것이다. 방송 미디어 시장에서 얼마 남지 않은, 방송 사업자들에게는 고마운 이벤트.
NBC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나.
올림픽 특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사업자는 단연 미국의 NBC이다. NBC는 2011년 6월에 평창올림픽의 미국 지역 중계권을 따냈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비롯해 2032년까지 올림픽 중계권을 따냈다.
1988년부터 미국 지역의 올림픽 중계권 독점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평창 올림픽 중계권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보다 24.2%오른 9억6,300만달러(한화 약 1조원)로 계약했다. 때문에 NBC가 올림픽 개ㆍ폐막식이나 경기 시간에 있어 영향력을 미친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림픽이 열리는 현지 시각보다 NBC의 주 시청층이 있는 미국 동부 시간대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리우올림픽에서 수영이나 육상 경기가 현지시각으로 밤 10시에 열렸다거나(동부 기준 오후 8시), 평창올림픽 개막식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오후 8시(동부 기준 오전 6시)에 치러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NBC가 올림픽에서 미국 지역 중계권을 가지고 있기에 그 영향력을 너무 행사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이 계시다면 아래 <표 1>을 보면 조금 진정은 된다. <표 1>은 NBC가 평창올림픽을 위해 투입한 리소스를 보여준다. 이를 살펴보면 NBC가 평창으로 보낸 직원만 2,000명, 방송시간은 2,400시간이다. 올림픽 주관 방송 서비스사인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에서 투입한 카메라 500대 외에 NBC에서 추가로 카메라 156대도 투입했다. 방송을 위해 저장된 비디오디스크 용량은 실제로는 8.5년 정도의 시간인 2,200테라바이트, 방송 제작에 활용된 케이블 127마일, 방송 장비들을 운송한 해상 컨테이너 개수도 99개에 이른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이며 1조원의 중계권 계약에 걸 맞는 규모의 투입량이라고 할 수 있다.
NBC가 평창올림픽에 공을 들인 것이 방송 제작 분야 뿐만은 아니다. 온라인 서비스에도 공을 들여 중계권 효과를 누리려 했다. 이미 NBC는 동영상 메신저 서비스인 스냅챗(Snapchat)이나 인터넷 뉴스 버즈피(BuzzFeed)에 투자하여 올림픽 관련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경기 영상이나 뉴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했다. 스냅챗에서는 라이브 동영상 툴인 스냅챗 라이브(Snapchat Live)를 활용해 경기 영상을 제공하고자 했고 버즈피드도 뉴스를 통해 이러한 콘텐츠들의 확산을 돕도록 했다. 이미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활용된 서비스 모델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때보다 지금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대한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어 이러한 NBC의 전략이 더욱 빛을 볼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NBC는 기존대로 평창올림픽 중계 웹페이지를 기반으로 각종 경기 관련 콘텐츠들을 공유하되 VR앱과 같은 서비스를 선보이며 스포츠 경기의 생동감을 극대화해 제공하고자 했다.
이는 NBC가 미국 지역 중계권을 독점하였기에 올림픽 관련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가능한 일들로, TV 수신기 앞의 시청자들 외에 더 많은 웹과 앱의 이용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다. 경기를 기다리는 시청자 외에 경기관련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온라인 동영상 소비자들을 겨냥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 선택지들, 그러나 올림픽 앞에서는 ‘단순 매개’ 서비스
동영상 콘텐츠의 내용이 올림픽에 국한되어서 인지는 몰라도, 올림픽이 시작되며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들이 나왔지만 서비스에서 그다지 감동이 몰려올 정도는 아니다. OTT(Over The Top) 서비스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훌루(Hulu)나 슬링TV(Sling TV), 다이렉TV(DirecTV) 등은 올림픽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공하고, 일부는 특화된 화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유튜브는 예상한 대로 올림픽 채널을 만들었고, 우리나라의 네이버는 포털 서비스 답게 동영상과 뉴스를 모두 한꺼번에 제공하여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네이버 TV를 통해 주요 영상과 종목별 영상을 제공했다. 카카오TV도 마찬가지로 올림픽 경기 방송관을 따로 오픈하여 경기 종목별로 콘텐츠를 제공하며 올림픽 경기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기 용이하도록 구성했다.
각 사업자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올림픽 경기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NBC만큼 색다른 콘텐츠를 선보이거나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웹/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콘텐츠에 대한 중계권이 방송사에 있고 앞서 말한대로 미국내에서는 NBC가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여지가 적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콘텐츠나 자체적으로 리소스를 투입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콘텐츠 생산력을 확보하곤 하는데, 올림픽의 경우는 중계권 문제 때문에 콘텐츠 기반의 참신한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힘든 것이다.
결국, 올림픽 앞에서는 어떠한 동영상 서비스도 단순 매개형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차별화 전략이 보이는 서비스가 올림픽 경기별로 세분화한 큐레이션 서비스류인 것이고, 이용자들이 경기를 보고 열광하는 모습이나 경기를 따라하는 패러디 영상을 모아놓은 정도의 서비스인 것이다. 하지만 역시 올림픽에서 가장 파급력을 가질 콘텐츠는 경기 생중계 영상이므로 장기적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이 동영상 영역에 안착하려면, 올림픽과 같은 전세계적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스포츠 이벤트는 누가 선점할 수 있는가
앞서 언급한 바대로, NBC는 이미 2032년까지 미국지역의 올림픽 중계권을 따냈다. 금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이미 우리 돈으로 1조원을 투입하였기 때문에 벌써부터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측하는 기사들도 나오고 있다. NBC가 이번에 본전을 거둘 수 없을지라도 그들은 2032년까지는 자금이 확보되는 한 올림픽 기간만큼은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수급 받아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다. 그러니 올림픽 기간에 미국에서 NBC와 경쟁하려면 올림픽 경기가 지닌 화제성이나 흥미성을 겸비한 콘텐츠를 동일한 기간 내에 대량으로 생산해내야 하고, 반대로 NBC와 협력하려면 NBC 콘텐츠의 단순 매개형 서비스로 포지셔닝하여 콘텐츠 확산을 돕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그럼 과연 올림픽이 웹과 앱에 익숙한 10대~20대에게도 확산력을 지닐만큼 매력적인 콘텐츠인가 하는 점이다. 언제나 올림픽이 개최될 때마다, 방송 제작이나 광고에 투입되는 가치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를 하지만 실제 미디어 영역에서 거둬들이는 이익과 이것이 플랫폼 단위로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스마트폰이 정착하고 최근 몇 년간은 10~20대 이용자들에 대한, 특히 10대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 행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과연 올림픽이라고 예외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올림픽을 짧은 영상으로 재가공하고 거기에 이용자들이 참여한 영상이 붙는다고 해서 10대들에게 열풍적인 e스포츠만큼 이용자 집중도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e스포츠가 선수 참가 규모나 투입 물량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지 그 인기로 따지면 올림픽과 비교해볼만한 것이 아닌가.
그러니 스포츠 이벤트를 올림픽이나 월드컵으로 한정지어 생각하는, 딱 바로 그만큼 기존 방송 사업자들이 겪게 되는 혼란도 클 것이라고 본다. e스포츠 영역은 아직 10대들이 주로 열광하는 시장이고 그 것이 올림픽만큼 큰 감동을 줄 것이라는 점을 기성세대는 분명 간과하고 넘어갈 것이기에.
기존의 거대한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이나 월드컵 영역에서는 방송 사업자가 헤게모니를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말이다. 그렇지만 스포츠 이벤트의 영역을 e스포츠로 확대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92개국이 참가한 평창 올림픽처럼 e스포츠가 성장하는 것은 요원한 얘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용자가 성장하고 있다. 올림픽을 틀어놓고 가족들이 모여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장면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이미 이러한 광경이 이미 옛날 광경은 아닌가.
이번 올림픽 참 잘 봤다.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폐막식을 보면서는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동시에 최근에 보았던 TV 뉴스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그 뉴스의 영상에서는 우리나라 경기를 응원하는 한 지역의 주민들 모습을 담았는데, 다들 응원하고 열광하는 와중에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는 한 아이의 모습이 잠깐 스쳐갔다. 그 아이는 사람들의 응원과 열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을 쳐다봤다. 그 아이의 모습이 폐막식을 보는 내내 기억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아이도 성장할 것이다. 결국에는.
[테크M, 한국인터넷진흥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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