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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과 아이폰, 기술과 혁신의 차이
ECONOMY 경영
[테크M=송경모 미라위즈 대표]오늘날 터치스크린 없는 모바일 기기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자동차도 더 이상 수송기계가 아니라 일종의 스마트 전자제품처럼 인식되면서 터치스크린은 더욱 일반화될 기세다. 감성 터치, 실감 터치 등 인간의 오감을 총동원하는 HMI(Human-Machine Interface) 개발사에서 터치는 항상 그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기나긴 성숙기가 필요했다.
1960~70년대 초기 기술 개발기
1965년 영국 맬버른(Malvern) 로열레이더국(Royal Radar Establishment)에 근무하던 존슨(E. A. Johnson)이 처음 정전용량식(capacitive) 터치스크린을 개발했다. 유리 표면에 코팅된 이산화인듐(ITO) 같은 도체에 손가락이 닿으면 그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었다. 그의 방식은 단일지점 터치였고 압력을 인지하는 기능은 전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일렉트로닉레터(ElectronIc Letters)에 터치디스플레이(Touch Display)라는 이름으로 출판했다.
그는 이 장치가 인간과 기계를 연결하는 효율적인 교차점(an efficient coupling between man and
machine)이 될 것이라고 썼다. 정전용량식은 한동안 저항막 방식(resistive, 감압식)의 위세에 눌려 확산이 느렸지만, 훗날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뒤 2010년대 이후 대부분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적용되면서 대세가 됐다. 결국 HCI(Human-Computer Interface)의 핵심 장치로 부상했다.
저항막 방식(resistive, 감압식)은 존슨의 것보다 나중에 개발됐다. 아이디어는 우연히 나왔다. 1969년 허스트(G. Samuel Hurst) 박사가 켄터키대학(Unversity of Kentucky)에서 입자물리학을 연구하던 중이었다. 가속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사용 중이라서 밤까지 기다리던 중 연구팀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전기가 통하는 도체 표면에서 X, Y의 위치 조합을 이용해 컴퓨터에 전송함으로써 계산 문제를 풀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연구팀은 이 방식으로 여러 날이 걸렸을 계산 문제를 몇 시간 안에 해결했다.
허스트는 이 방식이 단지 물리학 연구용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용도가 있을 것이라고 착안했다. 그는 1970년 오크리지국립연구원(Oak Ridge National Laboratoy)에 복귀하자마자 동료들을 모아서 지하 연구실에서 실험에 몰두했다. 이후 스크린이 손가락의 압력을 감지해 X, Y 좌표를 전송하는 방식의 터치스크린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엘로그래픽스(Elographics)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그리고 지멘스의 지원으로 개발한 제품에 터치스크린(Touch Scree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엘로그래픽스는 곧이어 곡면터치스크린 개발에 성공해 특허를 취득했다. 엘로그래픽스는 실리콘밸리의 투자를 받고 회사명을 엘로터치(Elotouch)로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저항막 방식은 정전용량식보다 훨씬 생산 비용이 저렴했고 내구성이 뛰어났다. 정전용량식보다 뒤늦게 등장했음에도 식당의 주문계산 처리, 공장의 제어 시스템, 병원 업무 처리 시스템에 더욱 널리 적용됐다.
한편 1970년대에는 스크린의 여러 지점에서 감지된 손가락의 위치를 인식하는 멀티터치(multi-touch) 기술도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 용어는 2007년 애플이 대중화시켰지만, 1970년대 초기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동작증강입력(gesture-enhanced input), 유연기계인터페이스(Flexible machine interface)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됐다.
1972년 덴마크의 전기엔지니어 스툼페(Bent Stumpe)의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CERN, 토론토대학, 카네기멜론대학, 벨연구소 등에서 멀티터치 기술 연구가 수행됐다. 특히 1982년 토론토대학의 메에타(Nimishi Mehta)와 벅스턴(William A. S. Buxton, 1949~), 미국의 컴퓨터아티스트 크뤼거(Ann Krueger) 등이 스크린에서 감지되는 여러 손가락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 멀티터치 스크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연구는 HCI로서 터치스크린이 한 단계 진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다양한 터치스크린 사업화 시도
1980년대는 터치스크린 기술의 사업화가 다양하게 시도됐다. 1983년 애플은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전화기를 선보였다. 기술 제공자는 엘로그래픽스였다. HP는 MS-DOS 운영체제와 소니의 CRT모니터로 구성된,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최초의 컴퓨터 HP-150을 선보였다
GM은 1980년대 후반 에어컨과 오디오를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는 뷰익 승용차 모델을 출시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버튼식 계기판에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특히 작동이 불편하고 오류가 빈번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1986년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아타리(Atari)의 POS 장치가 컴덱스(COMDEX)에 등장했다. 1987년 카시오(Casio)는 단 16구역의 터치 영역만이 분할돼 있는 원시적인 형태의 LCD스크린 포켓 컴퓨터를 출시했다. 하지만 터치스크린은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불편한 기술이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 전자수첩과 PDA폰이 등장하면서 다소 확산되기는 했지만 성장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1993년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전자수첩으로 애플의 뉴턴(Newton)이 등장했다. 같은 해 IBM은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 사이먼(Simon)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당시 휴대폰과 비교했을 때 계산기, 메모장, 이메일, 오락 기능이 추가돼 훗날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선구가 됐다. 물론 이들 제품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시장에서 이내 사라졌다.
1996년 팜 OS가 첫 선을 보였고 팜 OS가 장착된 PDA, 팜 파일럿(Pilot)이 1998년 출시됐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대중들이 비로소 터치스크린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 태블릿에 터치스크린이 장착됐다. 하지만, 빌게이츠의 웅대한 포부와 달리 마이크로소프트의 터치스크린 태블릿은 실패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터치스크린 PDA 운영체제 팜 OS의 위상은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CE 1.0을 개발한 이후 흔들렸지만, 윈도CE가 탑재된 터치스크린 장치들의 운명도 험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벤처기업 싸이버뱅크가 PDA와 휴대폰을 결합한 PDA폰, PC-이폰(EPhone: 윈도CE 3.0 기반, 640×480TFT 해상도)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비록 스마트폰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웠지만 대기업들이 아직 터치스크린 모바일 장치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무명의 벤처기업이 이룩한 쾌거였다. 훗날 싸이버뱅크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지만, 이를 필두로 삼성의 MITs(훗날 갤럭시로 이어짐), LG 모바일(옵티머스, G시리즈로 이어짐), KT의 모바일 폰 MPH시리즈 등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HP의 아이팩(iPAQ) 등이 출시됐다. 그러나 여전히 터치스크린 모바일 기기는 피처폰을 대체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스마트폰이라는 용어는 1997년 에릭슨(Ericsson)의 GS8(일명 Penelope)이 출시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PDA와 이동전화라는 배다른 형제가 물리적으로 어색하게 결합된 형태로서 오늘날과 같은 스마트폰 개념은 아니었다. 단일 운영체제로 구동되는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은 노키아가 2004년 출시한 노키아7710(운영체제 심비안 v7.0)이었다.
노키아7710은 자판 없이 오직 방향키와 대형 스크린(640×320픽셀 LCD, 스타일러스펜 입력)으로만 이뤄져 있었다. 음성통신과 웹브라우징, 멀티미디어(음악, TV방송 등)를 모두 즐길 수 있도록하자는 개념이었다. 스마트폰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게임기처럼 보인 이 제품은 잠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으나 시장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어쨌든 터치스크린 모바일 기기가 대중의 일상이 되기까지는 아직도 더 오랜 개선과 고객 수용성 향상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터치스크린이 대중 사이에 확산되도록 불을 붙인 사건은 2004년 게임기 닌텐도DS의 출시였다. 경쟁사인 소니의 PSP가 버튼으로 조작되는 기존 게임기의 패러다임을 고수할 때, 닌텐도DS는 복잡한 버튼 대신 터치스크린을 채택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PSP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닌텐도DS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단순성과 편리성으로 연령대와 무관하게 광범한 고객을 창출할 수 있었다.
닌텐도는 하이테크가 아니라 하이터치(high-touch)로 제품 개념을 전환시킴으로써 기술 중심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감성과 체험을 중심으로 하는 개발 철학을 구현했다. 이는 마치 곧 이어 등장하는 애플의 아이-시리즈를 예고하는 것 같았다.
2007년 애플의 관성스크롤 구현
UI로서 터치스크린의 일대 혁신은 아이폰의 운영체제가 그동안 현저히 개선된 멀티터치와 관성스크롤을 도입한 데서 비롯됐다. 이전 시대의 스마트폰 스크린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지점이 바로 여기였다. 특히 관성스크롤은 손가락으로 문서를 터치해서 이동시키면 마치 플라이 휠처럼 손을 뗀 뒤에도 잔여 스크롤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마치 책장을 날려 넘기듯 자연스러운 반응이 기계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이 부드러운 감각에 사람들은 알게모르게 빠져들었다.
이 혁신이야말로 오늘날 모바일 천하의 도래를 앞당긴 일등공신이라고 할 만하다. 그 전에도 PDA 애플리케이션에 부분적으로 이런 기능이 있기는 했지만, 운영체제 차원에서 이 성능을 포함시킨 것은 애플이 처음이었다. 이를 개발한 인물은 애플의 UI 디자이너 바스 오딩(Bas Ording)이었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의 관성스크롤은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안드로이드폰도 이를 모방했다.
사실 애플이 관성스크롤을 선보이기 전, 고전적인 터치스크린은 시장 확산에 제약이 많았다. 한두 번 터치 후 영상이나 음악을 감상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긴 문서를 넘겨가면서 읽기에는 매우 불편했다. 자그마한 휴대폰 구석에 위치한 수직 또는 수평 스크롤바를 눌러 당기는 식으로 화면을 이동시키는 일이란 얼마나 번거로웠던가? 마우스는 휠스크롤(wheel scroll)로 이 문제를 크게 해결한 반면, 터치스크린은 관성스크롤로 이 장벽을 극복했다. 덕분에 아이폰은 유아나 노인들조차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장치로 다가설 수 있었다. 비로소 천지는 모바일로 개벽했다.
기술의 궁극적 지향점은 사용자에게 기술이 전혀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오직 사람의 뜻이나 동작과 일체가 된 듯한 느낌만이 경험돼야 한다. 터치는 바로 그 지점을 향해 약 50년을 달려왔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등장한 것처럼 허공의 손짓만으로 컴퓨터를 온통 조작하는 단계를 넘어, HMI는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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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궁극적 지향점은 사용자에게 기술이 전혀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오직 사람의 뜻이나 동작과 일체가 된 듯한 느낌만이 경험돼야한다. 터치는 바로 그 지점을 향해 약 50년을 달려왔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9호(2018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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