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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헬스케어 기술, 어디까지 의료기기로 봐야할까?

2018-01-30강진규 기자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의료 기술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AI 기반 의료 기술도 기존 의료 기기 분류 체계로 편입되는 양상이다. AI 기반 의료 기술을 의료 기기로 분류하는 기준도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각종 의료영상 분석에 AI 기술을 활용해 진단을 하거나 환자에게 최적화된 의약품을 찾아주는 기술 등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AI 의료 연구 발전에 따라 AI 의료기술에 대한 의료기기 여부 판정도 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AI 의료기술에 대한 의료기기 판정은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넘어선 SK C&C 에이브릴 항생제 어드바이저  

30일 정부 관계자들과 IT업계에 따르면 SK주식회사 C&C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에이브릴 항생제 어드바이저(Aibril Antibiotics Advisor)’에 문의해 비의료기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SK C&C가 고려대학교 의료원과 개발하고 있는 개발하고 있는 에이브릴 항생제 어드바이저는 감염병과 항생제 관련 국내외 논문, 가이드라인, 약품 정보, 보험 정보 등 방대한 양의 의료 문헌과 고려대학교 의료원의 사례 등을 학습한 후 환자 증상에 맞는 항생제를 추천해주는 기술 서비스다.

SK C&C 관계자는 “에이브릴 항생제 어드바이저를 개발하면서 이 기술이 의료기기인지 비의료기기인지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 판정을 의뢰했고 비의료기기로 판정받았다”며 “판정에 따라 고려대학교 의료원과 에이브릴에게 항생제 관련 정보를 학습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브릴 항생제 어드바이저가 자체적으로 진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기기로 판정받을 경우 임상시험 등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비의료기기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SK C&C는 식약처의 판정에 맞춰 에이브릴 항생제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준비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학습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쯤 실제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11월에 나온 AI 의료기술 가이드라인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 분야에 접목되면서 수년 전부터 AI가 적용된 의료시스템, 기기를 의료기기로 분류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AI가 다양한 의료 분야에 쓰이기 시작하고 있는데 어디까지를 의료기기로 봐야하느냐에 관한 것.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23일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식약처는 환자 맞춤으로 질병을 진단, 치료, 예방하는 의료용 소프트웨어(SW)는 일반적으로 의료기기로 구분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 건강관리에 사용하거나 의료 정보, 문헌 등에서 치료법 등을 검색하는 제품은 의료기기가 아닌 것으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에 해당되는 SW는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의 질병 유무, 상태 등을 자동으로 진단·예측·치료하는 제품과 의료영상기기, 신호획득시스템 등을 통해 측정된 환자의 뇌파, 심전도 등 생체신호 패턴이나 시그널을 분석해 진단·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주는 제품으로 나뉜다. 

구체적으로 폐 CT영상을 분석해 폐암 발병 유무 또는 폐암의 진행 상태를 자동으로 진단하는 SW, 심전도를 분석해 부정맥을 진단·예측하거나 피부병변 영상을 분석해 피부암 유무를 미리 진단하는 SW,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치료계획을 수립해주는 SW 등이 해당된다. 

반면 의료기기에 해당되지 않는 SW는 의료기관에서 보험청구 자료 수집·처리 등 행정사무를 지원하는 제품, 운동·레저 및 일상생활에서 건강관리를 위한 제품, 대학·연구소 등에서 교육·연구를 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품, 의료인이 논문·가이드라인·처방목록 등의 의학정보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법 등의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제품 등이 지정됐다.

에이브릴 항생제 어드바이저의 경우 종전에 처방받은 의약품이나 치료법 등 정보를 대체, 변경하지 아니하고 처방·진료에 관한 정보 등을 검색 및 정리해 제공하는 도구로 비의료기기 판정을 받았다. 한국IBM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 역시 11월 비의료기기로 판정됐다. 

AI 의료기술과 서비스가 의료기기 또는 비의료기기로 판정받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기기가 되면 보험수가 적용을 받을 수 있고 의료기기로써 전문화된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 보험수가 적용은 병원들의 도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면 의료기기로써 까다로운 규제와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의료기기가 되면 의료기기 관련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SW를 업그레이드할 때 다시 승인을 받는 것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보험수가 등을 적용받기 어렵고 전문 의료기술이라기 보다 보조도구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의료 SW업체 관계자는 “SW적 관점에서 보면 의료기기로 판정되는 것보다 비의료기기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의료기기가 되면 임상시험을 거쳐야하고 까다로운 규제도 적용받지만 비의료기기는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기기로 판정된다는 것은 그만큼 전문화된 기술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3개 AI 의료기술 임상시험 계획 승인

AI 의료기술에 대한 의료기기 논의는 여러 건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는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기도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에 대해 3건이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며 “이전에도 AI 의료기기에 대한 판정이 있었지만 이를 더 명확히 하고 기준을 기업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11월에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 등급 분류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지난 1월 25일 식약처가 공시한 ‘연도별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 승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6일 제이엘케이인스펙션은 인공지능 기반 뇌경색 진단 알고리즘 검증으로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 기반 뇌경색 자기공명(MR) 영상 진단 시스템으로 뇌경색 유형 분류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임상시험 계획을 요청했다.

뷰노코리아도 9월 26일 성장기 남녀 대상의 엑스레이(X-ray) 영상 기반의 인공지능 골연령 자동 측정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골연령 측정의 정확도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았다. 또 루닛은 지난해 10월 25일 흉부 단순촬영(X-ray) 영상에서 의료영상검출 보조 SW를 이용한 폐 결절 진단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았다.

의료기기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은 의료기기를 1~4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1등급은  잠재적 위해성이 거의 없는 의료기기, 2등급은 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3등급은 중증도의 잠재적 위해성을 가진 의료기기, 4등급은 고도의 위해성을 가진 의료기기다. 1등급 의료기기는 의료용 선반 등 단순 기기를 뜻하며 2등급은 진단 시약이나 단순 의료용 도구 등이 포함된다. 3등급은 정밀진단시약과 진단 및 측정시스템, 수술도구 등이 해당되며 4등급은 인공각망, 수술재료 등 민감한 것들이다.

현행법상 1등급 의료기기는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2등급 의료기기는 안전성 및 성능에 대한 입증자료를 제출해 인증받도록 하고 있다. 3, 4등급 의료기기의 경우는 기술문서심사와 함께 임상시험자료를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AI 기반 의료기기는 정밀 진단 및 측정과 관련이 높아 3등급 이상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제이엘케이인스펙션, 뷰노코리아, 류닛 등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중 1곳은 이미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기기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AI 의료기술에 대한 의료기기, 비의료기기 판정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I 의료기술 개발 기업들이 어떤 방향성을 잡아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어디에서 성공모델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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