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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거래소 규제 강화하되 암호화폐는 제도화해야"

바람직한 정부 정책 방향

2018-02-27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테크M=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암호화폐 버블과 거래소 폐지논란이 뜨겁다. 기존 체제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반 새로운 세계가 부딪히는 전선이 형성되고있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버블의 징후는 뚜렷하다. 한국 비트코인 거래량은 전 세계 위 수준이며,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하루 수수료는 30억 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

암호화폐가 제공하는 익명성은 제 3자 모니터링과 조세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규제차익에도 활용되고 있다. 해외에서 ‘김치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 가격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다. 1월 9일 기준, 홍콩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피넥스(bitfinex)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1만5132달러(약 1616만 원)였지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2400만 원에 달했다.(49% 차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조세회피 및 자금세탁경로로도 활용되고 있다. 일찌감치 가상공간이 제공하는 자유로움(?)에 눈을 뜬 이들이 기술과 규제 사이의 간극을 활용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국경을 넘어 활동하는 이들이야말로 일반인들의 새로운 시장참여를 가로막는 전면 규제의 원인 제공자들이다.

블록체인 분산시스템과 그위에서 돌아가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투기용으로 고안된 것은 아니다. 독점적인 위상을 가진 기득권 금융 회사들에 일반인들이 맞설 수 있는 대안적 가치창출 수단으로 고안됐다. 암호화폐 기반 암호경제(crypto economy)가 과거 버블 논쟁과 질적으로 다른 점은 모두가 디지털 세상에서 새롭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에 있다. 다수가 참여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례들이 늘어나면 실체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암호경제에 대한 회의론은 극복될 수 있다.

암호화폐 버블의 배경

거래소를 둘러싼 버블은 암호화폐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주변이슈로 볼 수 있다. AML(Anti-Money Laundering: 돈세탁 방지), KYC( Know Your Customer: 고객 신원 확인), 거래소 허가 및 거래내역 보고 의무화 등이 무시된 결과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규제차익을 노리는 투기 또는 범죄수단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본질과 거리가 먼 단기적 시장 안정 조치가 우선시 될 수 밖에 없다. 기술과 규제의 간극, 보다 엄밀히 말해 기존 체제의 준비부족으로 초래된 버블에 대해 과거의 천편일률적 처방이 되풀이 되는 분위기다.

가상과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인 거래소에 관한 규제는 사실상 가상세계에 대한 법적 해석 이전에 고객보호나 금융안정의 원칙이라는 틀안에서 충분히 가능한 조치다. 나라살림의 기초인조세 기반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당국의 개입은 전적으로 정당하다. 애당초 가상계좌를 활용한 거래소와의 연결고리부터가 현재 혼란의 씨앗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암호화폐 세상의 가치창출을 위해 법정화폐가 변환되는 거래소 기능이 필수적 인가? 단기적으로는 연결고리인 인터페이스 기능으로서 거래소 역할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단계인 현재로서는 자체적 검증 인센티브로 제공되는 소위 마이닝만으로 분산체제에 근거한 가치창출이 충분히 이뤄지기는 어렵다.

즉, 적어도 일정부분 법정화폐기반 기존 투자여력이 혁신 아이디어와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거의 모든 ICO과정도 결국 법정화폐 전환과정을 거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거래소에 관한 허가나 규제는 방치상태였다. 당장 법적 근거나 규제의 틀이 미비했던 점도 있지만 문제가 불거지기 전 개입을 꺼리는 관료체제의 특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뻔히 예상되는 문제의 소지가 있음에도 사전 개입이 지연됐던 이유는 분열적 지배구조, 보신주의적인 성과보상체계, 그리고 극도로 분화된 법과 규제체계 때문이다.

분산화와 탈중앙화의 가능성을 담은 지금의 변화에 대해 기존체제가 가진 인식과 대응체계는 현실을 부정하는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와해성 기술의 출현에 대해 기득권이 스스로 변화를 이끌 이유는 없다. 기존 체제의 변화유인은 오로지 사회구성원들의 요구에서 출발한다. 물론 세계 각국이 암호화폐경제에 나름 대비하고 있지만 어느 곳도 최근의 변화를 본격적으로 수용할 준비를 마친 곳은 없다.

이와 같이 국경은 물론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TTP: Trusted Third Party)를 필요로 하지 않는 암호화폐경제는 글로벌 지배구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세상은 국가가 기본단위이다. 그런만큼, 국가별로 상이한 법과 규제의 틀을 조율하고 조정해 나가는 협력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한국은 암호화폐 경제에 대한 신뢰가 낮다.

암호화폐가 사회적으로 수용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이 요구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정부가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라는 역할을 외면하고 일방적이고 뚜렷한 지향점도 없는 혁신만 강조하는 것은 의미없다.

암호화폐까지 규제해선 안 돼

현재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를 공인해줄 수 없다며, 암호화폐 거래를 권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을 유사수신행위로 취급하는 가칭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법안’도 작업 중이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온라인 쇼핑몰처럼 통신판매업자로 신고만 하면 운영이 가능하다. 글로벌 추세에서 벗어난 가상계좌와 느슨한 자기확인과정 및 자금세탁방지 절차는 현재 버블을 유발한 직접적 요인이다.

뒤늦게 나마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고객 자산에 대한 별도 예치 등 소비자 보호 장치와 본인 확인 절차 등 투명성을 높이는 기준을 제시하는 동시에 위반시 처벌규정도 마련하고 있다. 법무부는 암호화폐 거래 금지 법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거래소 폐쇄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핵심 규제 대상은 거래소이지 암호화 화폐 자체가 될 수 없다. 세계 각국의 규제 정책도 이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이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사이 비트코인 거래량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에서는 제도화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일본이 가장 선도적으로 금융 비즈니스의 혁신을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은 2017년 4월 자금결제법 개정, 가상통화 개념을 정의한 뒤 암호화폐 매매, 교환, 중개를 암호화폐교환업으로 등록하도록 하고 암호화폐 교환업자(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을 의무화했다. 소비세를 폐지하고 거래 차익에 과세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미국의 경우 FinCEN(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 금융 범죄 단속 네트워크)에서 암호화폐 중개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뉴욕주는 자금세탁방지, 이용자보호 등을 고려한 종합규제체계(BitLicense)를 마련해 암호화폐 거래소는 영업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CFTC(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상품 선물 거래 위원회)는 암호화폐를 상품(commodities)으로 보고 접근하며, 관련 혁신이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므로 현재 원칙들을 잘 이해하고 관련 규제 제정 및 시행을 강조하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옵션, 선물 상품 출시는 CFTC 규제 대상이라는 얘기다. CSBC(Conference of State Bank Supervisor: 은행감독협의회)는 TF를 구성해 활동 중심의 규제와 특정 비즈니스 활동에 대해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허가 기준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당장은 제도권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법과 규제의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는 근거를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CSBC TF는 대중 및 산업 참여자, 정부 규제기관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암호화폐 관련 활동은 허가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정책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주에서 허가하는 암호화폐 기업들에 대한 법적 허가, 소비자 보호, 시장 안정성, 자금세탁방지, 사이버 보안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규제를 적용했다.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은 재산으로 취급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침도 준비중이다. 이렇게 마련된 표준 규제체계(Model Regulatory Framework)를 기반으로 코인베이스가 미국 24개 주에서 인가받고 공인 비트코인 거래소를 개장했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세계 4위로 전체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EU)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는 디지털 통화(암호화폐) 거래 모니터링을 위한 TF 구성 결의안을 EU집행위원회에 제출했고 영국과 독일은 암호화폐를 금융 혁명의 일종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

독일의 분데스방크는 결제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디지털화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스웨덴 국립은행인 릭스방크( Riksbank)는 디지털 통화인 이크로나(e-Krona)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개인계좌를 통한 결제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다.


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는 암호화폐의 성장을 무시할 수 없으며 자체 암호화폐 발행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반면 일부 기관은 기존체제에 편향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ECB(European Central Bank) 총재는 암호화폐가 유로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며 중앙은행이 가진 화폐 독점에 위협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암호화폐 투자에 각별한 주의를 경고하며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설화폐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아직 온도 차는 있으나 해외 주요국들도 암호화폐 관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이전 체제와 이질적인 요소가 많고 위기 시 대응 근거가 전무한 상황이다. 화폐라는 측면을 따로 볼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이라는 토대위에서 판단하는 보다 포괄적인 시각이 견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투자와 관련해서는 매수자 위험 부담의 원칙인 카버아트 엠터(Caveat Emptor, Let the buyer beware)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측면도 있다. 합리적 차원에서 행위자체에 대한 규제보다 생태계를 키우는 차원에서 즉답적이고 개별적인 규율을 유예하는 세이프 하버(Safe Harbor) 접근 방식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정부가 추진하는 암호화폐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규제를 위한 규제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출처: 뉴시스]

한국은 앞으로도 계속 암호화폐 관련 해외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암호화폐의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고려하는 동시에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사회적 신뢰가 구축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일관된 정책 기조를 견지해나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분산시스템 작동에 필수적인 암호화폐의 미래는 사회구성원들 간 신뢰 여부에 달려 있다.

기존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면서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가 확인되어야 발전적 진화가 가능하다. 신뢰는 결국 초연결 환경에 노출된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공감대에 있어 핵심은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이로운 혜택이 고르게 제공되는 것이다.

그런만큼, 현재 과열되고 있는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투자는 미래가치창출의 가능성에 기초한 시장평가를 통해 균형을 잡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초기 과도한 버블에 대해서는 규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시각에서 미래의 가능성마저 속단하는 어리석음은 경계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8호(2018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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