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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규제와 싸우는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자세

2018-01-13황치규 기자

우버와 에어비앤비 성장 스토리 다룬 '업스타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관대하다 알려진 미국이라고 해도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성장 스토리를 다룬 책 '업스타트'를 보면 두 회사 모두 창업과 함께 규제 이슈에 수시로 시달렸다. 

미국은 해서 안되는거 빼고 다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환경이어서,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스타트업들 역시 정부로부터 큰 제재를 받지 않고 사업을 해온 것 처럼 보이지만 책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한국과 강도에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미국 역시 기존 경제시스템과 충돌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오면 기존 업체들이 반발하고, 이를 규제하려는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책을 보면 기존 법체계를 교란하는 듯한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막으려는 미국 공무원들의 전투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미국은 스타트업에 친화적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장면도 꽤 있다.

이를 감안하면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건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과 자신들을 규제하려는 미국 주정부들의 압박을 돌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맞을 듯 싶다.

규제 이슈를 대하는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자세는 차이가 있다. 

우버의 경우 강경파에 가깝다. 최근까지도 회사를 이끌었던  트래비스 칼라닉 공동 창업자의 성격이 저돌적이서 그런지 우버는 규제 이슈에서도 정부와 날카롭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공격성은 트래비스 법칙으로 불려진다. 트래비스 법칙은 정부 규제와 싸울때 사용자들까지 적극 동원하는 것도 포함한다.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앞세워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정치인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업스타트를 보면 우버가 사용자들을 활용해 규제 이슈에 정면 대응하는 사례가 여러차례 등장한다.

 "이용자들에게 우버를 지지하는 트윗을 올리고, DC택시기사위원회에 직접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 항의해달라고 요청했다.이것은 그해에 점점 중요해진 일, 고객들을 동원해서 우버 대신 싸우도록 하는 1단계 작업에 해당됐다."

트래비스의 법칙은 어느정도 먹혀들었다. 우버는 미국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시장 점유율에서도 경쟁업체인 리프트를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트래비스 법칙이 우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을 늘린 계기가 된 것도 사실. 이 때문에 우버식 대응은 다른 스타트업들이 벤치마킹할만한 것이 못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메리카온라인 창업자 스티브 케이스도 우버 스타일에 부정적이다.

그가 1년여전에 쓴 책 '미래 변화의 물결을 타라'에서 정부와의 협력은 혁신을 꿈꾸는 기업들의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정부를 적으로 보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우버는 일단 저지르고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해결하자는 식이다. 나름 성공한듯 보이지만 다른 회사가 참고할만한 사례가 되기는 어렵다. 책의 일부를 인용한다.

"우버의 영업 사전에 파트너십이나 허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버는 기존 택시 업계의 질서를 무시하고 교통 중개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일반인을 기사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하루 아침에  큰 성공을 거뒀다. 파트너십에 의존하지 않는 전략이 우버에는 먹혔다면 다른 곳은 왜 안되는가. 

우버의 상황이 예외인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우버는 기본적으로 지방 정부 단위로 거래했다. 규정, 지지기반, 영향력 등이 제각각인 수십, 수백개 지역이 영업 대상이 됐다. 따라서 이른바 분할정복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전국이라는 큰 단위가 아니라 세분화하여 도시별로 접근하는 일종의 각개격파 방식을 취했다. 지역단위 접근법이라면 이러한 전략이 먹힐 수 있다.

그러나 사세 확장과 함께 영업의 범주가 지역의 단위를 점점 넘어서게 되면서 문제에 봉착했다. 거의 10여개 주에서 송사에 휘말렸고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독일, 네덜란드, 브뤼셀, 태국, 오스트레일리이 일부 지역, 인도, 남아프리카 등지에서 우버의 영업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스페인과 한국에서는 대중의 거센 반발에 밀려 영업 정지 처분을 받고 철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버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영업 활동을 지속하면서 자잘한 분쟁에 계속 휘말리고 있었다. 그러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분쟁이 심화되지 않는한 우버의 시장은 건재할 것이다.

우버에게는 전 세계의 여러 시장에서 법정에서 그리고 여러 정부와 다중전을 벌이는데 필요한 자본이 있다. 

또 우버는 정부의 지원 없이도 전혀 무리 없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있다. 굳이 정부의 힘이나 협력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쪽이 더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버에게는 대중이라는 든든한 우군이 있다. 우버의 적은 경쟁사이지 고객이 아니다. 즉 우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 아니라 기존의 택시 회사의 보호를 위한 규정과 싸우고 있다.

우버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혹은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규정과 싸우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여론을 자기편으로 돌려세웠다. 

에어비앤비는 상대적으로 온건파다. 

업스타트를 보면 에어비앤비는 필요하다 싶으면 우버처럼 세게 밀어부쳤지만 전체적으로는 진지하게 표정 관리를 하면서 정부 규제에 대응했다. 그랬음에도 크고 작은 규제 이슈에 시달렸다.

헛발질도 여러 차례 날렸고 표정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시민사회와 사용자들을 분노케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에이비앤비는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규제 이슈에 대응하는 나름의 노하우를 갖추게 된다.

업스타트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스타트업이 규제를 돌파할 수 있는 전략으로 크게 2가지를 강조한다.

"인터넷에 멋지고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면 그건 아주 훌륭한 일입니다.

하지만 새로 인터넷 사업 모델이 당신 주위, 당신 아파트 건물로 들어왔는데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경우 사람들은 갑자기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가정하고 많은 두려움을 갖게 되죠.

따라서 이때 기업이 해야 할 일이 몇가지 있습니다.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정말로 정말로 빠르게 성장하는 겁니다.

기업은 레이더에 잡하지 않기를, 혹은 잘 알려진 존재가 될만큼 충분히 커지기를 원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이 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는 거죠.

적들은 기업에 대해 알고 있지만 기업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큼 충분히 큰 조직이 아닐 때 입니다. 제 생각엔 탈출 속도라고 부를만한 지점에 도달해야 합니다. 발사된 로켓은 궤도에 도달하기전에 평탄치 않은 비행을 하고, 그러다가 좀 더 차분해지죠.

두번째로 해야할 일은 도시들과 기꺼이 파트너가 돼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의사를 가지는 겁니다. 저는 직접 가서 시 관리들과 만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싫어하거나 미워하면 당신은 종종 그들을 무시하거나 피하거나 당신 역시 그들을 미워하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유일한 해결책은 당신 회사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겁니다. 바로 가까이에서는 미워하기는 힘들다는 격언이 있는데, 저는 그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당신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미워하기는 정말로 힘든 일입니다."

규제에 맞서기 위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우버의 방식은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마음에 안들더라도 정부와 계속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브라이언 체스키의 메시지에 대해 이런저런 규제로 고생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부와의 소통은 할만큼 했다고 보고 있을까?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업스타트'를 어떤 느낌으로 읽었을지 궁금해진다.

[테크M=황치규 기자(deligh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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