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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예측의 일곱가지 원죄
미래를 잘못 예측하게 만드는 잘못된 가정, 상상력의 한계, 그리고 다른 실수들
[테크M 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글 로드니 브룩스 리싱크로보틱스(Rethink Robotics) 회장]
우리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얼마나 강력해질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우리의 직업을 앗아갈 것인지에 대한 집단적인 히스테리를 겪고 있다.
나는 최근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사이에 현재 직업의 절반을 로봇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마켓워치의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에는 심지어 그 숫자를 증명하는 듯 한 그래프까지 포함돼 있었다.
한마디로 바보 같은 소리다. (나는 늘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들은 10년에서 20년 내에, 현재 미국에 약 100만 명의 청소 및 유지보수 노동자가 로봇에 의해 직업을 빼앗겨 5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현재 그 일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몇 대나 될까?
한 대도 없다. 로봇이 그 일을 맡을 수 있음을 현실적으로 입증한 회사는? 역시 한 군데도 없다.
그 기사는 특정 장소에 어떤 존재가 물리적으로 있어야 하는 직업의 9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기사에 언급된 모든 다른 영역에 위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고 대답 또한 같다.
대규모 직업시장의 붕괴와 특이점, 인간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공지능이 인간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같은 잘못된 예측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공포를 만든다. 우리는 이러한 실수를 막아야 한다.
사람들은 왜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일곱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려 한다.
1.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 미래연구소를 공동 설립한 로이 아마라는 현재 ‘아마라의 법칙’으로 유명하다. 이 법칙은 기술의 단기 효과는 과대평가하고 장기 효과는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수많은 진실이 들어 있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는 이 문장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한다. 미국의 GPS 시스템은 아마라의 법칙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24개의 위성을 궤도에 쏘아 올리려는 이 계획은 1978년 시작됐다. (지금은 여유분을 포함해 31개의 위성이 있다.)
목적은 미군 군수품을 정확한 위치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80년대 이 계획은 계속 연기돼 거의 취소될 뻔했다. GPS가 처음 실전에 사용된 것은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였다. 또 이 시스템의 효용성을 미국이 인정하게 된 것은 몇 번의 작전이 더 성공하고 나서였다.
오늘날 GPS는 초기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쓰이고 있으며, 아마라의 법칙에서 장기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할 좋은 예가 되었다.
내가 차고 있는 애플워치2의 위치 시스템은 내가 어느 길을 달리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초기 GPS 기술자들은 이 장치가 이렇게 작은 크기와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GPS 기술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물리학자의 실험을 동기화하는데 사용되고, 미국 전력망을 동기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고빈도 트레이더에게 치명적 손실을 줄 수도 있는 시간 오차를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크든 작든 모든 비행기가 이 기술을 바탕으로 하늘을 날고 있으며 감옥에서 가석방된 이들을 추적하는 데에도 쓰인다. 농장의 어디에 어떤 씨앗을 뿌려야 하는지 알아보거나 물류를 관리하고 운전자의 능력을 평가하는데도 활용된다.
GPS 개발 목표는 단순했고, 그 목표를 제대로 완수하는 데에도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 기술은 이제 우리일상의 수많은 영역에 들어와 있으며, 이 기술이 사라진다면 단순히 곤란한 데 그치지 않고 추위와 배고픔을 느낄 것이고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비슷한 현상을 보아왔다. 초기의 흥분과 이에 뒤따르는 실망 말이다. 하지만 기술의 효용은 서서히 증가해 마침내 처음의 기대를 넘어서게 된다. 컴퓨터, 유전자 분석,태양 에너지, 풍력, 심지어 식료품을 가정에 배달하는 일에서조차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인공지능은 1960년대와 1980년대, 거듭 과대평가됐고 나는 지금 다시 과대평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장기적으로 해낼 일은 과소평가되고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이 장기적이라는 표현이 과연 언제를 가리키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다음 여섯 가지 오류를 통해 인공지능이 제대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왜 과소평가 되고 있는지 설명하겠다.
2. 마술에 대한 상상
나의 10대 시절, 아서 C. 클라크는 로버트 하인라인, 아이작 아시모프와 함께 ‘위대한 3인’에 드는 SF 소설가였다. 하지만 클라크는 발명가이자 과학저술가이며 미래학자이기도 했다. 1962년에서 73년 사이에 그는 오늘날 클라크의 3법칙으로 알려진 다음 세가지 법칙을 만들었다.
어떤 뛰어난, 그러나 나이든 과학자가 뭔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면, 그의 말은 분명 맞을 것이다.
그가 무언가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면, 그는 분명 틀린 것이다. 어떤 가능한 일의 한계를 발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불가능의 영역에 조금 도전해보는 것뿐이다.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인공지능이 더 천천히 발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첫 번째 법칙 중 두번째 문장을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주목하려 하는 것은 그의 세 번째 법칙이다.
17세기 말의 아이작 뉴턴을 타임머신을 이용해 그에게 친숙한 지금의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칼리지 예배당에 데려온다고 상상해보자.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 보여주고 화면을 켠 뒤 앱들로 빛나는 아이폰을 건네주자. 그는 프리즘을 이용해 태양광을 여러 색으로 나누었다가 다시 모아 백색광으로 만듦으로써 백색광이 여러다른 색들의 조합임을 밝힌 과학자다.
하지만 어두운 예배당에서 그렇게 작은 기기가 그처럼 선명한 색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것이다. 영국 교외를 보여주는 영화를 틀고, 그에게 익숙할 교회 음악을 들려주자.
500페이지가 넘는 뉴턴의 역작 프린키피아에 그가 직접 주석을 달았던 판본이 게시된 웹사이트에 들어가, 손가락을 이용해 그 판본을 자세히 볼 수 있음을 알려주자.
뉴턴이 이 작은 기기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미적분을 만들었고 광학과 중력을 설명한 과학자지만 연금술과 화학을 구분하지 못했다.
뉴턴은 무척 당황하고 이 기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혀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이 기기를 보며 그는 자신이 평소 많은 관심을 가졌던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에게 아이폰은 마법과 같다. 뉴턴이 진정 똑똑한 천재였지만 말이다.
만약 무언가가 마법에 의한 것이라면, 그 한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뉴턴에게 아이폰의 라이트 기능으로 어두운 예배당 안을 밝힐 수 있다는 것, 사진과 영화를 찍고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는것, 돋보기와 거울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계산기 속도가 얼마나 빠르며 얼마나 많은 자릿수까지 계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자. 그가 몇 걸음을 걸었는지 알 수 있고,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과 즉시 통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뉴턴은 그 기기가 또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프리즘은 영원히 작동한다. 그는 아이폰 역시 충전할 필요 없이 영원히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우리는 그를 마이클 패러데이가 탄생하기 100년 전의 세상에서 데려왔다는 것을 기억하라. 즉,그는 전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아이폰이 불이 없이도 빛을 낼 수 있으니, 납을 금으로 바꿀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을까?
이는 우리가 미래의 기술을 상상할 때 늘 겪는 문제이다. 만약 그 기술이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크게 멀어진다면, 우리는 그 기술의 한계를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그 기술이 마법과 구별 할 수 없게 되면, 그 기술에 대한 예측은 더 이상 반증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내가 일반 인공지능-우리가 만드는 로봇이 마치 다른 어떤 존재처럼 될 것이라는 생각- 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논쟁할 때 늘 겪는 문제다. 그들은 내가 일반 인공지능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논쟁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 그런 지능이 가능할지조차 알지 못한다. 나는 그것이 가능하기를 바라고, 이것이 내가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일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일반 인공지능 연구의 성과는 일반적인 문제를 다루는 능력 면에서나 스스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능력 면에서나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추론과 일반상식의 관점에서는 인공지능은 적어도 50년 동안 제자리걸음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내가 아는 모든 근거들이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하는지 조차 전혀 알려져 있지 않으며, 바로 그 때문에 그 일반 인공지능은 마법처럼 한계 없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 우주의 어떤 존재도 한계가 없을 수는 없다. 미래의 기술은 마법 같은 것이라는 주장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주장은 반박할 수 없다. 이는 믿음에 기반한 주장이지, 과학에 기반한 주장이 아니다.
3. 성능 대 역량
우리는 어떤 사람의 특정한 업무 결과를 바탕으로 그가 다른 작업을 얼마나 잘 할지를 추측하는데 익숙하다. 외국의 도시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을 때 그녀가 길을 잘 가르쳐준다면, 우리는 그녀에게 버스를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특정 사진을 가리켜 공원에서 프리스비를 하고 노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우리는 이 사람이 ‘프리스비는 어떻게 생겼나요? 사람은 프리스비를 얼마나 멀리 던질 수 있나요? 사람이 프리스비를 먹을 수 있나요? 대충 한 번에 몇 명 까지 프리스비를 하며 놀 수 있나요? 세 살 난 아이는 프리스비를 할 수 있나요? 오늘 날씨는 프리스비를 하기 적당한가요? 같은 질문에도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에다가 ‘공원에서 프리스비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이름붙인 컴퓨터가 위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컴퓨터는 오직 사진에 이름만 붙일 수 있으며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접어두고라도, 컴퓨터는 사람이라는 게 뭔지 알지 못하며 공원은 보통 야외에 있고 사람은 나이라는 속성을 가지며 날씨는 사진을 어떻게 바꾸는 것 이상의 무엇이라는 사실들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런 시스템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검색 엔진에는 이런 기능이 꼭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일을 하는 로봇 혹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성능을 능력으로 오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수행 가능한 다른 일을, 인공지능 역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로봇과 인공지능의 능력은 매우 한정적이다. 인간에 적용 할 수 있는 일반화를 적용해서는 안된다.
4. 여행가방 용어
마빈 민스키는 다양한 뜻을 가지는 단어를 ‘여행가방 용어’라 불렀다. ‘학습’은 매우 강력한 여행가방 용어다. 이 단어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경험을 일컫는다. 젓가락 사용을 배우는 것은 새 노래를 배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프로그래밍을 익히는 것과 낯선 곳에서 길을 익히는 것은 매우 다르다.
머신러닝이 새로운 몇몇 분야에서 특별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이를 사람이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해한다.
그러나 사실 머신러닝은 매우 불안정한 과정으로 인간 연구자와 개발자가 수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특별한 목적의 프로그램, 특별한 목적의 훈련 데이터, 그리고 새로운 문제마다 그에 맞는 특별한 학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날 머신러닝은 사람이 새로운 분야를 배울 때 뇌를 수술 받지 않아도 스펀지처럼 이를 흡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는 컴퓨터가 체스 챔피언을 이겼을 때(1997년)와 바둑 챔피언을 이겼을 때(2016년) 사람들이 마치 컴퓨터가 사람처럼 게임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컴퓨터는 그 게임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사실 자신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또한 그 프로그램들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없다. 인간은 게임의 규칙이 조금 바뀌어도 쉽게 적응하지만, 알파고나 딥블루는 그렇지 않다.
여행가방 용어는 기계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얼마나 잘 하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도록 한다. 그 책임은 일부, 인공지능 연구자들(자신들의 성과를 여행가방 용어를 통한 예시로 설명하는)에게 있으며, 그들이 속한 기관의 홍보부에 더 큰 잘못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예시’다. 바로 이 때문에 디테일이 사라지고 만다. 기사 제목은 이런 여행가방 용어를 널리 알려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왜곡시킨다.
5. 지수적 증가
‘지수주의’는 많은 이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컴퓨터의 성능이 마치 정해진 스케줄을 따라 계속 나아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무어의 법칙에 대해 누구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고든 무어가 실제로 한 말은 집적회로 위에 올라가는 소자의 수가 매년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비록 두 배가 되는 시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서서히 늘어났지만, 이 예측은 대체로 50년 동안 지켜져 왔다. 하지만 이제 끝이 보이고 있다.
집적회로에 올라가는 소자의 수가 두 배가 되었을 때, 컴퓨터의 속도 역시 두 배가 되었다. 이는 2년 마다 메모리 용량을 네 배로 늘였다. 카메라의 해상도 역시 매년 높아졌고 LCD 스크린의 해상도 또한 지수적으로 높아져왔다.
무어의 법칙이 성립했던 이유는 이 법칙이 참과 거짓만을 묻는 디지털 소자에 대한 법칙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회로이건, 그 회로의 신호는 전하가 있는지, 전압이 존재하는 지로 결정되었다.
소자가 아무리 작아져도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이런 결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소자의 크기가 양자 효과가 나타나는 전자 몇 개의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것이 오늘날 실리콘 기반 칩 기술의 상황이다.
지수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지수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어의 법칙이나 다른 지수적으로 보이는 법칙들은 원래 지수적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틀릴 수밖에 없다.
10여 년전, 나는 MIT의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연구소를 이끌고 있었고 90개가 넘는 연구팀의 연구비 지원을 도와야 했다. 나는 후원자들에게 얼마나 세상이 빨리 바뀌는지를 말하기 위해 아이팟의 메모리 용량을 보여주었다. 당시 400달러로 살 수 있는 아이팟의 용량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이를 통해 몇 년 뒤를 추정해, 주머니에 이렇게 많은 용량이 있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하게 될 것인지를 말했다. 당시의 지수적 증가가 그대로 유지되었다면, 올해 아이팟은 16만GB의 메모리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가장 비싼 아이폰(400달러 보다 훨씬 비싼)의 용량도 256GB 밖에 되지 않으며,이는 2007년 아이팟 용량의 두 배도 되지 않는다.
이런 지수적 증가는 메모리의 용량이 한 사람이 상식적으로 가질 수 있는 음악과 앱, 사진, 동영상을 저장하기에 충분히 커졌을 때 갑자기 멈추게 된다. 지수적 증가란 어떤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거나, 아니면 경제적 이득이 없을 때 사라지는 것이다.
최근 딥러닝의 성공에 의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갑작스런 성능상승도 이와 비슷하다. 많은 이들이 이런 인공지능의 발전이 꾸준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딥러닝의 성공에는 30년이 걸렸고, 이 성공은 독립된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사건이 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날 버려진 기술 하나가 다시 새롭게 나타나 여러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성능을 향상시킬지 모른다. 단지,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말해주는 ‘법칙’은 없다는 것이다.
6. 할리우드 시나리오
할리우드 SF영화의 특징은 그들이 그리는 미래가 한 가지 변화를 빼면 오늘날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리차드 마틴(샘 닐)이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는 동안, 로빈 윌리암스가 연기한 말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은 그를 기다리고 서 있다. 리차드는 아침을 먹은 후 신문을 집어 든다. 종이 신문이다! 태블릿도 아니고 아마존 에코처럼 기기가 기사를 읽어주는 것도 아니며, 인터넷에 바로 신경 접속을 하지도 않는다.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와 자칭 권위자, 특히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배를 벗어나 사람들을 죽일 것이라고 말하기 좋아하는 비관주의자들이 이와 비슷한 상상력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그렇게 영리한 기기를 만들 정도가 되었을 때, 세상 또한 훨씬 더 많이 바뀌어 있으리라는 사실을 무시한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그런 초지능의 존재에 대해 그렇게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기술적으로 서서히 진화한 결과이며 우리의 세상 또한 다른 지능들에 의해 넘쳐나고 있을 것이며, 이미 우리는 많은 경험을 한 뒤일 것이다.
인류를 없애려는 사악한 초지능이 나타나기 한참 전에 덜 똑똑하면서 덜 호전적인 기계가 등장할 것이다. 그 전에, 상당히 짜증나는 기계가 존재할 것이다. 또한 그보다 앞서, 거만하고 불쾌한 기계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새로운 기술에 맞추거나 혹은 더 새로운 기술을 다른 기술에 적응시키면서 세상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나는 그러한 도전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이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7. 도입 속도
어떤 산업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새 버전이 매우 빠르게 깔린다.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은 새로운 기능을 거의 몇 시간마다 추가한다. 새로운 기능이 내부 테스트에서만 문제가 없다면, 일단 그 기능을 추가한 뒤, 혹시 나중에 문제가 생겨 다시 이 기능을 뺀다 해도 별로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와 웹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이런 속도에 익숙해져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를 수정하는데 드는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경우는 한계비용이 매우 크다.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이를 잘 알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구매하는 자동차는 아직 자율주행차가 아니며 소프트웨어로 구동되지도 않는다. 이 자동차들은 아마 2040년까지는 도로 위를 다닐 것이다.
이는 모든 자동차가 자율주행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의 근본적인 한계를 만든다. 오늘 새로 집을 지었다면, 우리는 그 집이 100년은 갈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빌딩은 1904년 지어졌지만 이 주변에서 그렇게 오래된 빌딩도 아니다.
물리적 하드웨어는, 설사 신기술이 이를 이미 대체했거나 존재 자체가 문제된다 해도 자본비용 때문에 오래 존재할 수밖에 없다. 미국 공군은 B-52 폭격기의 한 형태인 B-52H 폭격기를 아직 쓰고 있다. 이 버전은 1961년에 개발됐으니 이 폭격기들은 56살이다. 가장 마지막에 제조된 것은 1962년으로 55년 전이다. 이 폭격기는 적어도 2040년까지는 쓰일 것으로 예상되며 어쩌면 더 길어질 수 있다. 이들의 수명을 100년으로 늘리자는 이야기도 있다.
나는 전 세계를 다니며 수십 년 전 지어진 공장을 종종 본다. 1990년 출시된 윈도 3.0 이 깔려있는 PC도 봤다. 여기에는 “고장 나지 않으면 고치지 않는다”는 철학이 있다. 그 PC들과 소프트웨어는 20년 이상을 아무 문제없이 잘 작동한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 중국에 있는 최신 공장들을 포함해 모든 공장의 주조종실에는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란 장치가 있다. 이 장치는 1968년 전기기계적 릴레이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코일’은 가장 기본적인 소자이며 PLC는 24볼트 전기기계적 릴레이를 제어하고 있다. 몇몇 전선은 이더넷 케이블로 대체됐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 대신 각각의 선이 점에서 점을 잇고 있으며 새로 나온 구식 컨트롤러를 통해 작업의 순서가 그대로 물리적으로 구현돼 있다.
세계 대부분의 공장에서 작업 순서를 바꿔야 할 필요가 생기면 몇 주 동안 컨설턴트가 시스템을 파악하고 새로운 순서를 디자인한다. 기술자들은 여기에 맞도록 전선을 다시 잇고 하드웨어를 재설정해야 한다. 이 장비를 만드는 주요 제조업체 중 하나는 최근 나에게 세가지 소프트웨어를 20년마다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원칙적으로는 더 나은 방법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않다. 나는 심지어 오늘 테슬라가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의 공장을 위해 PLC 기술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봤다.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전자기 릴레이 에뮬레이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인공지능 연구자와 자칭 권위자들은 세상이 이미 디지털로 돌아가며 새로운 인공지능 시스템이 즉시 각 분야와 공급망, 공장, 그리고 제품의 디자인에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로보틱스와 인공지능 분야의 모든 혁신이 실제 현장에 쓰이기까지는 그 분야와 분야 바깥의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7호(2018년 1월) 기사입니다>

저자인 로드니 브룩스 (Rodney Brooks) 는 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소의 소장 을 역임했다. 이 글은 그가 자신의 블로그 rodneybrooks.com 에 올린 것을 그의 허락을 받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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