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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2018] 블록체인, 현장적용 효과 어떨까

2018-01-19김태환 기자

"보안과 비용절감 효과 뚜렸하지만 구현 어려워"

분산 원장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프로젝트가 금융을 넘어 공공,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등장한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효과를 볼 수도 있고 오히려 안하니만 못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현재 시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실질적인 효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한계는 무엇인지 현장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보안과 비용 절감 효과 커

“블록체인은 비용절감이 가능합니다.”

삼성SDS 관계자들은 블록체인의 가장 큰 효과로 비용절감을 강조했다.

기존 중앙집중식 시스템은 보안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다. 데이터를 끊임없이 검증하는데 따른 비용을 피할 수 없다. 또 사이버 공격자들에게 ‘단일취약점(Single-Point-of-Failure)’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래저래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하는 방식이다.

반면 블록체인 기술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Node: 단말기)들이 각기 같은 내용의 분산 원장을 보유하고 상호 합의아래 데이터를 자동 처리하다 보니, 데이터 위변조와 해킹 우려가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보안성을 확보, 기존에 쓰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5년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한 삼성SDS는 2016년에는 글로벌 블록체인 오픈소스 개발 컨소시엄에도 참여했다. 이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Nexledger)도 선보였다.

삼성SDS는 넥스레저를 활용해 최근 삼성카드 전자문서원본확인서비스(디지털 객장)를 선보였다. 회원신청서를 전자문서로 변환할 때 관련 정보를 블록에 등록하고, 위변조 시도를 실시간으로 검증, 위변조가 없는지 확인해 해킹을 막는 서비스다. 

또 전국은행연합회와 함께 은행권 블록체인시스템과 공동 고객인증서비스도 추진 중이다. 현재 공인인증서는 핵심 암호인 ‘공개키’를 중앙서버에 보관한다.

이용자들은 전자결제시 은행에서 인증서를 발급받은 후 공개키를 거래 은행에 따로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공동 고객인증이 가능해지면 지금처럼 일일이 거래은행에 인증서를 등록할 필요가 없다.

삼성SDS 관계자가 물류 접목 블록체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 SDS는 국내 38개 기관이 참여하는 해운물류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발족시켰다.

국내 38개 기관이 참여하는 ‘해운물류블록체인컨소시엄’도 등장했다. 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공유되는 원장기술을 활용해 물건이 출하되고 선적된 뒤 입항하는 모든 과정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삼성SDS 관계자는 “중개자가 없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 처리에 의한 보안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블록체인은 ‘조이스틱’…다양한 분야 접목

글로스퍼는 2015년 비트코인거래소를 열고 국제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증 사업에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노원화폐’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 노원구청과 함께 노원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상용화하는 프로젝트다.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했을 때 노원구에서 발행한 암호화폐인 노원화폐를 지급하고, 이를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노원구 노인회관에서 노인들을 돌보면 구청에서는 1노원화폐를 지급한다. 이 화폐는 노원구 내 공영주차장 사용료, 주민센터 강의료, 문화회관 이용료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원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이어서 자금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위·변조도 되지 않아 철저한 관리가 가능하다. 구청에서 과다하게 많은 비용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부정 요소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글로스퍼는 대구·경산시와 블록체인 기반 헬스케어 프로젝트 ‘마음톡톡’도 진행 중이다. ‘마음톡톡’은 의사들이 비대면 진료서비스를 통해 경찰과 소방관, 의사들의 정신적 트라우마 치료를 지원한다.

지금까지 경찰과 소방관들을 상대로 한 정신과 치료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루머로 인해 진료를 받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경찰, 소방관들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마음톡톡은 익명으로 진행된다. 경찰·소방관들이 입력한 개인정보가 비식별화된 형태로 등록된다.

의사들은 상태와 증상을 전달받은 뒤 적절한 진단을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진료를 받은 사람은 경찰청이나 소방서 등 관계기관만 알 수 있다.

글로스퍼는 음원콘텐츠 제공업체 ‘재미컴퍼니’와 블록체인 음원 저작권 플랫폼 ‘재미뮤직’도 구축하고 있다. ‘재미뮤직’을 통해 작곡가는 음원에 대한 정보를 블록체인상에 등록한다. 소비자들은 음원 사이트나 방송국을 통하지 않고 작곡가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작곡가 입장에서는 기존 플랫폼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기록을 변조할 수 없는 블록체인 특성상, 저작권 보호 환경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재미뮤직은 암호화폐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다. 음원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해당 암호화폐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하는 개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의료 정보 규제 틀 안에서도 서비스 구현

“개인의 의료정보는 모두 병원에 기록돼 있었습니다. 통합되지 않은 채로요. 하지만 의료시스템 특성상 중앙집중식 서버에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고등부 금상을 수상한 과학고 프로그래머 유망주였다. 하지만 대학은 의대로 진학했다.

이 대표와 고교동창인 고우균 대표 역시 카이스트 학사와 콜롬비아대학 석사과정을 밟고 삼성전자에 입사했지만, 치의대에 다시 진학해 치과의사가 됐다.

프로그래밍 경험이 많은 만큼, 이들에겐 의료 시스템의 단점이 눈에 보였다.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는 환자 데이터를 병원들이 각자 보관한다. 예를 들어 A씨가 감기 때문에 동네 의원에 갔다가 충치 치료를 위해 치과를 방문하고, 기침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했다면 A씨의 데이터는 각각의 병원에 저장된다.

환자 한 명의 정보가 세 군데의 병원에 나눠 저장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입장에서는 환자의 과거 병력과 상태를 확인할 수 없고, 환자 역시보험금 청구 등에서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중앙 서버에 각 의료기관 데이터를 모두 보관하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현행 법 제도 아래서는 불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상 개인 의료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개인 의료정보는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어 유출되면 사생활 침해 문제는 물론이고, 악용될 소지도 크다.

그렇다고 환자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보유할 수도 없다. 개인이 데이터를 보관할 경우 의료정보 조작 우려가 커져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암 환자가 아닌데도 암에 걸렸다고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장애가 있지 않은 경우에도 장애인 등록을 할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을 풀 수 있는 해법으로 메디블록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의료 종합 건강기록시스템인 PHR(Personal Health Record)을 구축하는 ‘메디블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개인이 가진 의료 데이터에 신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와 관련해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 블록체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메디블록 프로젝트는 신뢰받는 PHR을 만드는 게 기본 개념이다. 지금까지 의료정보 시스템에서 병원이 플랫폼 역할을 했다면, 메디블록은 블록체인을 통해 환자 스스로가 플랫폼이 되는 구조다.

메디블록을 이용하면 환자는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병원과 직접 주고받을 수 있다. 보험금 청구도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능하다.

지금처럼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 후 자신의 데이터를 바로 전송하면 된다. 인공지능(AI) 관련 프로그램도 적용해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분석도 가능하다.

의료기관들 입장에서 보면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유용한 프로젝트다. 의료전달체계란 종합병원(3차 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원, 병원을 먼저 방문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큰 병을 앓은 환자들은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뒤 1차, 2차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꺼려한다. 자신의 진료데이터가 모두 종합병원에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이 정착되면 환자가 1·2차 병원에 가서도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의료 데이터 체계가 단절돼 있다보니 가용성이 없었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데이터를 가용성 있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블록은 2018년말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국내병원들과 함께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메디블록은 오라클 메디컬 그룹과 제휴를 맺고 해외 시스템 테스트도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가상화폐 착각이 걸림돌”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담긴 핵심 개념인 탈중앙화를 구축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성인 P2P 환경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평가다.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중앙집중식 시스템에서는 신경 안써도 되지만 블록체인 환경에서는 네트워크에 흩어져 있는 노드(기간 회선과 단말이 연결되는 접속 부분)를 동기화하고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어렵다”면서 “시스템을 악용하려는 참여자를 막기 위한 시스템도 고려해야 하기에 일반 중앙집중식 시스템보다 구현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 구축이 항상 어려운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오히려 쉽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시스템을 구성할 때 다양한 검증·예외처리 항목을 블록체인 거래 메커니즘을 통해 손쉽게 표준화할 수 있으며, 분산원장을 보유하고 있는 노드들의 데이터 동기화나, 분산합의 프로토콜 등은 모두 블록체인 자체 알고리즘으로 자동 처리하는 기능이 있다”면서 “이러한 요소들은 이미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것이 검증돼, 구축 측면에서 오히려 중앙집중식 방식보다 쉽다”고 말했다.

최근 암호화폐 논란 때문에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긴 것도 프로젝트 과정에서 걸림돌로 꼽힌다.

김태원 대표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과 사업을 추진하다가도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부각되면서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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