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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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술도 데이터가 알려준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인터뷰]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테크M=글 신다혜 기자·사진 송은지 ]
관심있는 남자가 보낸 메시지에 ‘ㅋ’ 가 많다면? 당신에게 관심이 있을 확률이 높다. 여자가 이모티콘을 자주 보내는 것도 호감을 표현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막연한 짐작 아니냐고? 챗봇 기반 스타트업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는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이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분석을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데이터와 분석 역량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창업 6년 차인 스캐터랩은 사람들이 메신저로 나누는 대화에 담긴 다양한 감정 상태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관계 기반 서비스로 차별화
출발은 창업자인 김종윤 대표의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대학시절,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다가 호감도를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 2013년 김대표는 감정분석 앱 ‘텍스트앳’을 내놓았다.
열쇠는 채팅 데이터였다. 문자메시지는 양도 적고 쪽지 같아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기 힘들지만 카카오톡은 다르다. 말을 훨씬 많이, 자주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삶과 감정, 상황, 상태 같은 정보들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스캐터랩이 텍스트앳을 통해 쌓은 카카오톡 데이터만 30억 쌍에 이른다. 이들 데이터는 카카오가 스캐터랩에 준 것도, 스캐터랩이 몰래 가져온 것도 아니다.
텍스트앳 사용자들이 자신과 대화를 나눈 이들의 감정 상태를 알고 싶어 스스로 제공한 것이다.
텍스터앳은 사용자 정보를 받아 호감도를 분석한다. A의 답을 보니 B에 대한 호감도가 70%라는 결과가 나오면 다시 이를 기반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분석한다.
70% 호감도를 가진 사람이 어떤 언어를 주로 쓰는지 데이터를 모으고 특징을 찾는 것.
김종윤 대표는 "데이터가 축적되면 상대방이 보낸 메시지 만으로 호감도를 유추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카카오톡 대화에 나오는 키워드, 말투, 스티커 사용 패턴 등을 분석하면 감정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스캐터랩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관계’다. 관심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었던 김종윤 대표의 호기심은 더 나은 관계를 위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이와 관련한 서비스 탄생의 계기가 됐다.
연인 애플리케이션 ‘진저’도 그중 하나다.
텍스터앳이 ‘썸’(남녀가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으로 서로 호감을 갖고 있는 단계)타는 관계에 집중한다면 진저는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안정성, 얼마나 오래갈지, 얼마나 자주 싸우는지 등의 정보에 바탕으로 서비스를 한다.
연애에 대해 인공지능의 조언도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인의 기분이 좋지 않거나 피곤하다는 것 등 놓칠만한 정보를 알려주면 사람들의 관계가 더 풍성해질 것”이라면서 “데이터가 쌓일수록 만들 수 있는 콘텐츠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썸, 선호도, 이별 예측 등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넘어 인간과 인공지능 간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진저는 대화에 ‘짜증’,‘속상하다’ 등 부정적인 키워드가 많을 경우 “요즘 부쩍 힘든 일이 많은가 봐요. 조금 더 힘낼 수 있도록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라며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스캐터랩이 현재 키우고 있는 것은 진저에서 발전한 관계형 인공지능 ‘핑퐁’과 연애 콘텐츠 사이트 ‘연애의 과학’이다.
핑퐁은 인공지능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주고자 개발됐다. 연애의 과학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서비스에 대해 김종윤 대표는 할말이 많아 보인다.
스캐터랩은 카카오 채널, 다음, 네이버, 피키캐스트 등 다양한 플랫폼에 연애의 과학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 수도 월 500만 명에 이른다. 마케팅에 큰 돈을 쓰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나름 거대한 유통망을 확보한 셈이다.
관계라는 것이 먹혀든 결과라는게 김종윤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연애 관련 콘텐츠 중에는 루머나 개인적인 경험, 근거 없는 속설에 기반하거나 자극적인 일회성 콘텐츠가 대부분”이라며 “여기에 아쉬움을 느껴 연애의 과학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심리학 논문을 보면 의미 있는 통찰이 많은데, 그걸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어렵다. 이걸 쉽고 재밌게 풀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는 설명이다.
‘핑퐁’은 아마존 에코에 탑재된 알렉사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와는 역할이 좀 다르다.
사람들은 보통 대화 중 ‘뭐하니?’, ‘밥 먹었니?’ 등 특별한 목적이 없는 말도 자주 하는데, 이를 AI 비서에 접목했다. 일상적인 대화를 위한 AI 비서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아마존 에코로는 힘든 ‘일상형’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핑퐁이 가진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와 대화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김 대표는 “핑퐁이 아직 자연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가까운 누군가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것을 인공지능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사용자들은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스캐터랩의 서비스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스캐터랩은 11월 1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행사에서 핑퐁을 콘텐츠와 결합시킨 ‘셀렙봇’을 선보였다.
셀렙봇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설정해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아티스트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핑퐁을 응용하면 다양한 사용자층을 파고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을 넘어 일본 진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연애의 과학은 올해 4월 일본에도 출시됐다. 메신저 라인을 통해 이미 채팅 데이터도 500만 쌍 넘게 확보했다.
김 대표는 첫 해외 진출 국가로 일본을 택한 것에 대해 “일본이 연애문화적인 면에서 한국과 비슷하고 유료 콘텐츠 시장이 발달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이나 영미권은 AI 스피커를 비서 개념으로 사용하는 반면 일본은 가상 캐릭터, 연애 시뮬레이션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아 수요가 많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스캐터랩은 앞으로도 계속 관계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 분석과 콘텐츠 기획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종윤 대표는 “연애라는 주제 하나만 봐도 이야기거리는 다양하다. 데이터는 점점 늘고 있고, 검증된 심리학 논문들도 많기 때문에 기획만 잘하면 콘텐츠는 무궁무진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핑퐁과 관련해서는 “목적이 불분명한 일상대화, 다양한 주제에 대응이 가능하도록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6호(2017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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