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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CBS와 손잡은 구글, TV의 구글화 신호탄?

2017-11-06공동기획=한국인터넷진흥원

[테크M=최홍규 EBS 연구위원]

구글이 광고대행사 더블클릭을 인수한 것이 2007년이다. 인터넷 광고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며 광고를 유통하는 이 업체를 구글은 31억 달러에 인수했다.

31억 달러(한화 3조 5000억 원)라는 돈은 구글이 불과 1년 전인 2006년 유튜브를 인수할 당시 지출한 돈(16억 5000만 달러)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치열한 경쟁도 뚫고 구글이 거액을 들여 인수하였으니 더블클릭은 당연히 시장에서 주목을 끌었다.

동시에 사람들은 더블클릭으로 구글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주목했다. 당시에도 구글이 더블클릭을 통해 신문, 라디오, TV와 같은 올드 미디어 광고 시장을 준비할 것이라는 예측은 있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2017년 10월 19일, 구글의 제품 관리 담당 이사인 래니 응이 더블클릭 퍼블리셔 블로그에 올린 글은 흥미롭다.

그녀는 TV 광고 제공을 위해 제작된 도구인 ‘더블클릭 포 퍼블리셔’의 여러 기능들을 소개했다.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광고의 길이를 잘라 CPM 시나리오를 제시해주는 ‘스마트 애드 브레익스' 시스템과 효과적인 광고 배치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TV 콘텐츠 탐색기 등이 그것이다.

더블클릭의 스마트 애드 브레익스를 이용해 광고를 집행하면 같은 90초짜리 TV 광고라도 최대한의 노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6초, 15초, 30초, 60초 등 다양한 길이의 광고의 조합이 자동 설정된다.

이용자는 이렇게 분절된 광고들의 단가도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또 더블클릭 이용자들은 수백만개의 콘텐츠 내용 신호를 분석한 TV 콘텐츠 탐색기를 통해 콘텐츠의 장르, 시간대 등을 명확히 구분해 광고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더블클릭이 제시하는 광고 제공 툴들은 흥미롭다. 콘텐츠가 지니는 계절적 추세나 예기치 않은 시청률의 상승 등을 미리 예측하고 광고를 게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더블클릭에서 제공하는 툴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보다 정확하게 콘텐츠를 이해해 적절한 상황과 시점을 고려해 광고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자동화된, 이용자들에게 맞춤화된 시스템으로 말이다. 왜 10여 년 전 구글이 더블클릭을 무리해 인수했는지 이해가 간다. 또한 조금씩 TV 광고 시장의 영역을 점유해나가고자 하는 구글의 방향도 조금은 감지된다.

TV 광고를 CPM 시나리오에 따라 분절해 삽입해주는 시스템 : DoubleClick for Publisher-Smarter Ad Breaks 출처 : doubleclick-publishers.googleblog.com

 

TV 광고엔 우회 전략을 취하다

이미 2009년과 2012년에 인쇄, 라디오, TV 광고 영역에서 사업을 접은 적이 있는 구글. 이에 대해서는 구글이 다른 전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대부분은 구글이 TV 광고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구글이 TV 광고 영역 사업에 주춤했던 당시만 해도 아직 TV에 인터넷 네트워크와 디지털 기술이 완벽히 입혀지지 않았던 시기여서 넷플릭스, 훌루 등 스트리밍 기반의 OTT 서비스도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이라 단언하기 힘든 때였다.

또한 기존 TV 채널 사업자들도 TV 콘텐츠가 웹 플랫폼에 어울릴 것이라 확신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화된 TV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장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니, 자연스레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광고 서비스를 접목할 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구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구글은 최근 CBS와 파트너십을 맺고 스트리밍 서비스 ‘CBS 올 엑세스(CBS All Access)’의 신작 '스타트렉' 시리즈에 광고 기술을 제공했다.

물론 이것이 기존 TV 광고 사업의 지형을 바꿀만한 사안은 아니다. 단지 구글에게는 기존에 형성된 두터운 광고 시장을 우회해 공략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정도의 이슈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이 자신감은 지나간 구글의 TV 광고 사업 진출의 노력들을 보면 소중한 자산이다.

CBS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올 엑세스(All ACCESS)’ 홈페이지 메인 화면  출처 : cbs.com/all-access

어차피 미국 내에서는 인터넷 상에서 TV 광고를 하는 사업자로 프리휠의 컴캐스트가 선두주자다. 하지만 대형 TV 채널 사업자들에게 구글이 제공하는 데이터 기반의 광고 매개 서비스는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 아무래도 첨단, 혁신, 과학적인 기업의 이미지에 구글이 더 가깝기 때문에.

실제 이번 구글과 CBS 간의 파트너십은 광고 타겟팅 전략에 활용할만한 구글 데이터의 독점적 제공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구글의 광고 기술을 채택한 CBS와 그 외 대형 TV 채널 사업자들에게도 커다란 인상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검색 서비스 강자인 구글이 아직도 미국 내 검색 시장 점유율 60%를 상회하고 있으니, 시장은 아직도 구글에 분석과 매칭이 가능한 데이터가 즐비할 것으로 인식한다.

구글과 파트너를 맺을 어떤 TV 사업자들이라도 이러한 데이터에 기대감을 가질 것은 분명하다.

또한 CBS 올 엑세스 서비스는 약 2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정도이지만, 구글은 이미 50개 이상의 기업들과 광고 제휴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다.

이처럼 CW, AMC, 라이프타임, 블룸버그 등 유수의 TV 네트워크 기업들에 지속적으로 광고 기술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구글이 CBS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구글이 TV 광고 시장으로 무난히 재진입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구글의 TV 광고 시장 진출을 알리는 전격적인 신호탄이기 때문에 그렇다. 더군다나 미국 내에서 CBS는 성인층 대상으로는 가장 인기있는 채널 중 하나여서 광고 시장의 영토를 확장하는 전초기지로 적합했다.

그야말로 모든 정황상 구글-CBS 간의 제휴는 구글의 TV 광고 시장 점유를 위한 신호탄으로 적절했다.

 

아직 무시할 수 없는 TV 광고시장

인터넷 광고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미국에서 TV 광고 시장은 71억 달러(한화 8조 2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라디오, 신문, 영화 등의 올드 미디어와 견주어 보면 아직 살아있는 시장임이 분명하다. 아직도 TV기반의 광고 시장만 제대로 공략한다면 전체 광고 미디어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니 구글이 광고주에게 DBM(Doubleclick bid manager)과 같은 기술을 제공하여 TV 광고 판매 규모를 늘리고 전문화된 기업으로의 이미지를 굳히는 노력은 당연한 전략이다.

본래 DBM은 구글의 광고 전문 에이전시에게만 그 이용 권한을 부여하는 전문 솔루션이다.

구글은 이 DBM을 통해 광고주와 대행사가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광고를 관리할 수 있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DBM이 구글 검색 데이터와 연동이 가능하다는 점, 과학적인 이용자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내세워 구글의 광고 사업자적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의 광고 미디어 시장 규모 (2017년 vs. 2020년) (단위 : 십억 달러)  출처 : Marketing Charts & PwC (2017)

결국 구글이 DBM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것은 TV 광고에 불과하지만, DBM 이용자들이 구매하는 것은 명확히 타겟으로 설정된 TV 광고 시청자 데이터, 높은 CPM(조회수 1,000 회당 비용), 잠재적인 고객의 숫자 등으로 여겨지도록 포장된다.

DBM만 가지면 효과적인 방법으로 광고를 구매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게끔 말이다.

구글의 래니 응 이사의 말은 구글이 TV 광고 영역에서 실제 얼마나 과학적인 추론 방법을 통해 광고 구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지 그 노력을 피력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가장 포괄적인 예측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구글의 다양하고 확장된 인프라, 기계 학습 및 고급 시뮬레이션을 활용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오프라인 TV 데이터를 가져와 예측 모델에 적용하고, 과거와 미래의 예측 결과들을 나란히 볼 수 있습니다."

 

전체 TV 이용자가 목표?

TV, 라디오, 인쇄매체 등과 같은 올드 미디어가 완전히 디지털화되기 전에는 확실히 구글이 인터넷 검색 광고 영역 이외에 두각을 보이기 힘들었다.

금번 구글과 CBS의 시너지는 웹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CBS 올 엑세스’가 인터넷 네트워크 기반의 서비스로 정착해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 면에서 TV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구글이 TV 광고 시장의 중개자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점이 금번에 증명된 셈이다.

기존의 최강자 프리휠의 컴캐스트를 따라잡는 것도 먼 미래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희망도 발견되었다.

구글은 그간 TV 미디어를 자사의 서비스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안드로이드를 TV 수신기에 심기 위한 시도도 있었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넥서스 Q’나 ‘크롬캐스트’를 보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TV의 구글화’는 아직 미완의 상태로 남았지만 이를 통해 고려했을 TV 광고 시장 진출이 이번 CBS와의 제휴로 인해 어느 정도 실현된 셈이다. TV 광고 시장 진입을 위한 순로(順路)를 닦는 데는 미진했지만 우회로(迂廻路)를 발견하기는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은 우회로의 발견에만 만족하고 있을까? 당초 그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당연히 아니다.

유튜브는 지난 4월 6일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 TV’를 출시했다. 유튜브 TV의 이용자들은 월 35달러(한화로 약 4만원) 정도면 CBS, ABC, FOX, ESPN 등 40개 채널을 이용할 수 있다.

계정은 6명의 이용자와 동시에 이용할 수 있고 동시 시청 기기도 3대까지 가능하다. 또한 유튜브 TV 서비스에 가입하면 광고없는 유튜브인 ‘유튜브 레드’ 서비스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유튜브 TV는 주요한 TV 채널들을 모아 놓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하고 OTT 서비스의 편의성을 더했다.

TV를 섭렵하기 위해 TV 기기에 구글의 서비스를 입히려던 노력은 웹과 모바일 기반의 시청층이 확보될 수록 쉽게 실현되는 것처럼 보인다. 기존에 유튜브로 쌓아놓은 브랜드 이미지도 있으니 구글의 ‘TV 미디어 되기’는 당분간 순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 TV는 초기부터 미국 지역의 가장 대도시인 5개 지역(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에 우선적으로 출시되었고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으니 말이다.

 

유튜브 TV 화면과 이용 가능한 채널들  출처 : tv.youtube.com & youtube.googleblog.com(유튜브 공식 블로그)

구글의 TV 광고 시장에 대한 흠모는 CBS와의 협력을 통해 그 속마음을 들켜버린 셈이지만, 유튜브 TV를 통해 드디어 공개 구혼이 시작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구글은 결코 작은 시장을 노릴 사업자가 아니다. 애플에 이어 전세계 인터넷 기업 중 2번째 시가총액 규모를 자랑하는 구글이 그럴 리가 없다.

구글에게 흠모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상을 향한 적극적 대시와 공개 구혼이 어울린다.

구글이 CBS와의 협력, 나아가 유튜브 TV 론칭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는 서비스 방향에 따라 차차 자세히 밝혀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기존의 TV 광고 시장이 그들이 점유하고자 하는 사업 영역에서 빠질 리 없다는 점이다.

현재 추진하는 사업들의 양상으로만 봐도 ‘보다 많이’, ‘모든 TV 광고 시장’을 원하는 것 같다.

<테크M=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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