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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기업에서 필요한 기술인력이 없다는 말은 틀렸다

2017-11-30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테크M 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근로자들이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정치적 배경의 전문가들이 믿고 있는 주장이다. 특히 기술 중심주의자들과 기업가들은 이 주장을 보편적 상식처럼 강조하고 있다. 

최근 이 ‘기술 격차’에 대한 논쟁을 더 뜨겁게 만든 두 가지 새로운 소식이 있었다.

바로 실업률이 5% 이하로 내려간 것과 자동화가 비숙련 노동자를 영구적으로 직업 시장에서 내몰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진 것.

이 주장을 하는 이들은 직관에 호소하는 이야기를 한다.

정보기술이 미국의 회사를 회오리 바람처럼 몰아치고 있으며 기술 보유자의 수요는 높아지지만 그렇지 못한 미국의 노동자들은 버려지고 있다는 것.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높은 수요와 저숙련 노동자에 몰린 공급이라는 불일치는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성장률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의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

게다가 오늘날 미국의 경제가 처한 문제를 비생산적인 부정적 자세로 노동시장의 공급측 문제, 곧 근로자의 문제로만 편협하게 보는 것은 근로자의 기술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수많은 연구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술의 숙련도를 직접 측정한 연구는 거의 없다.

나는 제조업 노동자, IT 헬프 데스크, 실험실 기술직 등 다양한 기술 관련 직업에 대해 수 차례 전국적 조사를 했다.

회사의 사업과 채용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부서장급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의 기본 질문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의 종류와 이런 고급 기술을 가진 이를 채용하는데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많은 전문가나 업계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상시적인 고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수 년 전, MIT슬론 경영대학원의 폴 오스터만과 나는 한 자리 이상의 생산직 결원을 3개월 이상 충원하지 못한 제조업체 수는 전체의 4분의 1 미만임을 발견했다. 당시 업계는 전체의 4분의 3 이상이 고숙련 노동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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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위험을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비생산적인 부정적 자세를 유도할 뿐 

지금 노동자가 가진 기술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방법을 생각하는 생산적인 태도를 막는다.

 

최근 나는 IT 와 바이오 분야에서 회사가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조사했다. 노동 시장은 경색되고 있는 반면 이들 분야는 신입들에게도 높은 기술 수준을를 요구하므로 회사가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IT 헬프데스크 분야에서 주어진 기간 내에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회사는 15%에 불과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적절한 사람을 찾지 못한 기간이 더 길었지만, 이 직업들의 상당수는 야간 근무가 필요한 직업, 곧 근무 조건에 비해 보수가 충분하지 못한 자리였기 때문일 뿐 구조적으로 기술을 가진 노동자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한 자리 이상의 결원을 장기적으로 채우지 못한 임상 진단 실험실은 4분의 1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이 조사에는 몇 가지 진짜 고용 문제가 나타났지만 그것이 흔히 알려진 기술 격차 때문은 아니었다. 사실 조사 결과는 첨단 기술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고용 문제를 겪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가진 이들이 부족한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더 많은 기술 지식을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조사 결과는 암시했다. 

기술격차 이론을 주장하는 수많은 이들과 심지어 학계에서 조차도, 미국이 직면한 노동 시장의 문제와 경제 성장의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위 STEM 이라 알려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을 더 늘리는 것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 조사 결과는 상급 수준의 컴퓨터 실력자를 찾는 기업들은 적절한 사람을 찾는데 그리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 분야에서 상급 수준의 수학 실력을 가진 이들을 때로 잘 찾지 못하는 일은 있었지만 IT 헬프데스크나 바이오 실험실에서는 수학 실력 때문에 고용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고 있었다.

그럼 고용에 어려움을 야기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술들은 무엇이었을까?

제조업에서는 상급 수준의 읽기 능력이, 그리고 헬프데스크 직원은 상급 수준의 쓰기 능력이 문제가 되었다.

기술 격차 이론을 말하는 사람들은 고용 현장에서의 문제가 STEM 기술의 부족 외에 젊은 노동자의 태도 불량이나 대인 관계와 같은 소프트 스킬의 부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 관리자의 지시 없이 새로운 작업을 하는 능력 같은 몇몇 소프트 스킬 외에, 협동심이나 팀웍 같은 대부분의 소프트 스킬을 요구하는 것이 고용의 어려움을 야기하지는 않았다.

나는 STEM 기술이나 소프트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특정한 과정을 이수하게 만들려면 그러한 기술을 필요한 직업의 요구사항이나 기업의 수요를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어떤 종류이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하는 것은 안전한 충고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국에서 컴퓨터, 수학 분야 직업 중 두번째로 큰 IT 헬프데스크 직종은 프로그래밍 실력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 헬프데스크 직종 중 프로그래밍 실력을 요구하는 비율은 15%로 이는 제조업에서 생산 노동자에게 프로그래밍을 요구하는 비율보다 오히려 약간 더 낮다. 헬프데스크 직원을 고용하는 이들은 네트워크 지식, 운영체제 지식, 그리고 쓰기 능력이 훨씬 더 필요하다.

게다가 각 직업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에는 큰 차이가 있다. IT 헬프 데스크와 제조업 중 대수나 통계 같은 상급 수준의 수학 실력이 필요한 경우는 약 3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의 직업이 같은 기술 요구사항을 갖고 있다거나 모든 노동시장의 노동자가 일관적인 기술 요구사항을 느끼고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된다.

여러 경제학이나 경영학 분야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기업이 여러 가지 다른 기술을 조합해 많은 수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업의 기술 요구사항과 노동자의 기술 수준을 동시에 높이고 이를 통해 생산성과 보수를 모두 높이려면 노동자의 기술 수준뿐만 아니라 기업의 태도의 변화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기술 격차’ 개념이 가진 문제를 말해준다. 미국의 경제와 노동자가 처한 어려움을 이 관점으로 보게 하는 것은 모든 노동 시장의 문제를 공급의 문제, 곧 노동자의 기술력 부족 때문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학생과 구직자에게 같은 고가의 범용 기술 습득을 요구하는 것은(또는 더 나쁘게도 그저 ‘상급 학교’에 진학하게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인 투자와 잘못된 선택을 야기할 수 있고 수많은 이들을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게 만들 수 있다.

사실 경제학자나 노동 시장 전문가들조차 특정한 직업에 필요한 정확한 기술 수준이나 조합을 알지 못한다.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어떠한 정부 조사도, 예를 들어 실험실 기술직 중 확률과 통계를 요구하는 비율이나(내 연구에서는 55%로 나타났다) IT 헬프데스크 직종 중 모바일 운영체제 지식을 요구하는 비율(76%)을 말해주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 시장의 공급(노동자와 그들이 가진 기술)과 수요(기업과 그들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 사이를 연결해주는 대리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노동자와 학교에 책임을 돌리기 보다는 고용센터나 협회, 기술대학 같은 교육기관과 회사의 연결, 사내훈련 등의 노동 시장의 중간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 조사 결과는 우리가 아직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제조업 조사 결과는 미국 공장 중 생산직 직원들에게 정식 훈련을 하는 곳이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마지막으로 제조업 훈련에 대한 전국적 조사를 한 1990년대의 70~80%와 매우 대조적인 수치다.

한편 IT 헬프데스크는 직원을 채용하거나 직업훈련을 하는 교육기관과 관계를 가진 사례가 52%에 불과했다. 임상 실험실 역시 지역에 훈련기관이 없을 때 고용의 어려움이 크게 올라갔다.

우리는 기술 격차의 핑계를 대기 보다는 노동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맞물리게 할 수 있는 진짜 문제를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실적으로 재정이나 교육 제도 변화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 견습생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저숙련 노동자의 부족을 끊임없이 탓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기술 발전의 가치와 로봇이 모든 직업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기술의 발전은 직종의 변화를 가져왔다. 헬프데스크 직원은 한때 사람들의 비밀번호를 리셋하는 것과 같은 일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런 작업은 자동화되었지만, 다른 컴퓨터 문제들이 생겨났고 이와 관련된 직종은 계속 성장했다.

진짜 문제는 인간이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사라지거나, 혹은 배워야할 기술 수준이 말도 안되게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 격차에 대한 잘못된 불안감 때문에 진정 필요한, 노동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노력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문제는 노동자의 낮은 수준이 아니라 바로 이런 연결의 부재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5호(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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