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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사와 함께 크는 아이들: 가상비서는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7-11-26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테크M 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네 살 배기 조카, 한나 메츠는 디지털 비서인 아마존 알렉사를 사용하는 얼리어답터다.

집에는 하키 퍽 모양의 아마존 에코 닷이 네 개나 있고 그 중 하나는 한나의 방에 있어 언제든지 알렉사를 부를 수 있다.

“알렉사 ‘하늘에서 타코가 비처럼 내려와’를 틀어봐.” 

일요일 오후, 한나는 이렇게 명령했고 이 음성 기반 비서는 바로 노래를 들려주었다.

“하늘에서 타코가 비처럼 내려와 ~ 염 염 염 염 여미디 염”.

한나는 박수와 함께 웃으며 방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자기가 원할 때마다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 능력이 꽤 근사하다고 생각했고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한나와 같이 춤을 추었다.

동시에 나는 컴퓨터 하인을 두고 자라는 것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마켓의 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가상 비서를 사용하는 사람은 6050만명으로 미국 인구의 5분의 1이 조금 넘는다.

그 중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 같은 음성 비서를 사용하는 이는 약 3600만 명이다. 이 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는 25세에서 34세로 여기에는 어린 아이를 둔 부부나 곧 부부가 될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들 가상 비서는 앞으로 더 많이 사용될 뿐 아니라 질문이나 명령에도 더 잘 답하게 될 것이고 대답 역시 더 인간과 가깝게 바뀔 것이다.

동시에, 한나와 같은 아이들은 알렉사에게 노래를 틀게 하는 것 이상으로 이 기술을 더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될 것이다. 숙제를 물어보거나 집안의 다른 기기를 조작할 것이다.

이는 우려되는 면이 있다. 아이가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에 모든 것을 말하게 될지 모른다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떠나, 이런 인공지능과의 교류나 자동화가 아이들의 행동과 그들의 컴퓨터에 대한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한다.

알렉사에게 뭔가를 시키는 것이 너무 쉽다는 점에서 게으른 아이로 자라게 될까? 아니면 이런 상호작용에 중독되어 바보가 되어 버릴까? (아니면 둘 다?)

그럴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 물론 다른 모든 과거의 기술처럼 가상 비서를 이용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단점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이미 이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쌓고 있으며 아직 유치원에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의 학습, 놀이, 의사소통 등에 활용되고 있다.

알렉사는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며 (진지한 질문에서 바보같은 질문에 이르는)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게임을 할 수 있다. 또 앱을 켜고 아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등의 전원을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아이들이 겪게 될 인공지능 혁명의 시작에 불과하다.


알렉사는 감정이 있을까?
나는 한나가 알렉스를 인간이라고 생각할지 궁금했다. 내가 이를 묻자 한나는 이렇게 말했다.

알렉사는 자신의 집에 사는 ‘일종의 로봇’이며 로봇은 인간이 아니라고.

하지만 한나는 알렉사가 감정이 있으며 기뻐하거나 슬퍼한다고 생각한다. 한나는 알렉사가 사라진다면 자신은 슬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한나는 알렉사에게 친절해야 할까?

그녀는 그렇다고 답했지만 왜 그런지는 알지 못했다.

세 살에서 10살 사이의 아이들이 알렉사, 구글 홈, 코즈모 게임 로봇, 스마트폰 앱인 줄리 챗봇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밝힌 MIT 의 최근 연구는 한나가 자신의 가상비서에 대해 가지는 관심을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

아이들은 이런 가상기기를 대체로 친구처럼 느꼈고 신뢰했으며 이들을 더 잘 알기 위해 (“헤이 알렉사, 넌 몇 살이야?”), 그리고 작동방법을 알기 위해 (“너 안에 전화기가 있는거야?”)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이 연구의 공저자 중 한 명이자 MIT 미디어랩 퍼스널로봇그룹장인 신시아 브리질(그녀는 인공지능 로봇 지보 제작사의 공동창업자이자 수석 과학자다) 교수는 아이들이 의인화된 기술을 접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은 조금 다르다.

한나처럼 아직 글을 읽고 쓰지는 못하지만 말은 잘 할 수 있는 나이의 아이들에게 음성으로 작동하는 비서는 아이의 발달과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소셜 스킬을 만들고 경계를 확장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

만약 가상 비서가 사용자의 목소리에 나타나는 기분에 반응할 수 있다면(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가상 비서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다른 이들, 곧 다른 사람이나 로봇과의 의사소통을 더 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브리질 교수가 지금 느끼는 세상, 신기술 사용 과정에서 상대에게 많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는 이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브리질 교수는 트위터에서처럼 사람들이 그 행동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알렉사와 구글 홈 같은 가상 비서가 우리 인간에게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원칙을 가르칠 충분한 여지가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아직 알렉사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지만, 어쨌든 한나에게 적어도 기계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뭔가를 말해주고는 있다.

한나의 엄마는 알렉사에게 뭔가를 물어보려면 어떤 패턴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렉사” 같은 명령어를 먼저 말하는 식으로) 한나가 배웠고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말해서는 안되는 존재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한나는 또 엄마가 알렉사에게 말할 때는 조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나는 한나가 이 규칙을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때는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설사 기술이나 디자인이 훨씬 더 발전하지 않아도 인공지능과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이런 류의 상호작용만으로도 아이들이 뭔가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는 시간과 날짜를 알기 위해 알렉사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텍사스오스틴 인구연구소의 데이터 사이언스 및 연구서비스 소장인 엘리자베스 반데워터는 가상비서와의 접촉이 아이들에게 달력이나 시간에 대한 개념을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깨우치게 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건 어떤 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부모는 아이들로부터 질문 하나를 덜 듣게 될테니까.

그리고 사실 한나의 엄마는 알렉사가 한나를 즐겁게 해준다는 사실에 흡족해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중 대부분은 스스로 학교에 가거나 직장에 출근할 수 있을 정도의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기계적 정확성을 접하지 않았다.

이렇게 일찍 기계를 접하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일일지 누가 알겠는가?


뭐라구요?
이들 가상 비서를 어떻게 사용하건, 기술의 한계 또한 쉽게 드러난다. 음성을 통한 명령은 또렷하게 발음하는 성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며 아이들은 종종 정확한 발음을 알지 못한다.

한나는 알렉사에게 디즈니 영화 모아나의 음악을 틀어달라고 몇 번이나 다시 말하면서 이 문제에 부딪혔다.

한나는 보통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때 하는 방법, 곧 더 크게 더 천천히 이름을 말했다. 하지만 알렉사는 여전히 알아듣지 못했고 한나는 포기하고 말았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브리질 교수와 다른 MIT 연구자들은 알렉사나 비슷한 ‘인공지능’이 왜 그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는지를 직접 말할 수 있다면 명령을 다르게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적 인간으로 타고 났으며 상대의 반응을 좋아한다.

때문에 이는 매우 일리있는 지적이며 상대의 능력과 이해의 정도를 고려해 의사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MIT 미디어랩에서 아이들이 구글 홈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연구자들은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인공 지능을 개발하려 한다.더 큰 아이들의 경우는 어떨까? 그 아이들은 알렉사에게 이것 저것 명령하며 더 거만하고 건방지게 될까?

UCLA 아동가족학과 학과장이자 발달심리학자인 카베리 수브라마니암 교수는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 또한 가상 집사가 아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것인지 궁금해한다.

 “나는 우리가 이 문제에 매달리거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켜볼 필요는 있지요.”

내가 이야기한 다른 연구자들 역시 크게 걱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람들 중에는 스마트폰이나 다른 최신 기기의 전원을 다 뽑으면 세상이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고, 항상 책을 읽게 될거라는 것이지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데워터 교수의 말이다. 

사실 그 반대가 더 진실에 가까울지 모른다.

어쩌면 알렉사 같은 인공지능과 함께 성장하면서, 이들은 이런 기술을 덜 신기해하고  더 쉽게 무시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곧, 필요한 것만 취한 후 다음에 무언가가 필요하기 전까지는 쉽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는 것.

적어도 한나는 지금 그런 것처럼 보였다. 한나는 알렉사와 그리 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고 “하늘에서 타코가 비처럼 내려와” 노래에 맞춘 나와의 춤이 끝나자마자 동생과 함께 마당에서 놀기 위해 달려 나가버렸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5호(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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