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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판 하드웨어 전략, 왜 AI 퍼스트인가

2017-10-05황치규 기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퍼스트 전략으로 승부하겠다."

개인용 하드웨어 시장에서 애플, 아마존을 압박하기 위한 구글의 밑그림이 'AI 퍼스트'란 비전 아래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AI 경쟁력을 기반으로 구글 서비스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AI 퍼스트에 담긴 핵심 메시지다.

4일(현지시간)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미디어 이벤트를 열고 AI 퍼스트를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신제품들을 대거 공개했다.

구글이 선보인 제품은 픽셀2와 픽셀2 XL 스마트폰, 가상현실(virtual-reality: VR) 헤드셋 데이드림 업데이트 버전,  프리미엄 및 보급형 스마트 스피커, 태블릿과 노트북 겸용 제품인 픽셀북, 정사각형 카메라 픽셀 클립스, 무선 이어폰 '픽셀 버드' 등이다.

구글은 이들 신제품이 모두 AI 퍼스트 비전 아래 개발됐음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AI 퍼스트를 통해 자사 웹서비스들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애플과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경쟁사들에게 견제구를 던진다는 전략이다.

구글에 따르면 AI 퍼스트는 사용자들이 보다  대화식으로, 또 감각적인 방법으로 컴퓨터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컴퓨터가 PC나 스마트폰 외에 주변의 다양한 기기들에 탑재돼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맥락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구글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AI 기술이 이같은 시나리오를 가능하게 해줄 것 임을 분명히 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하드웨어 디자인은 경쟁력을 가진 AI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면서 "컴퓨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구글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AI 간 고유한 조합을 제시할 수 있는 고유한 시점에 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글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구글은 하드웨어 협력 업체들이 애플 아이폰에 맞설 수 있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개발하도록 효과적으로 유인하지 못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긴밀하게 통합하는 전술로 구글과 제조 업체들이 협력해 만든 것과 비교해 '디테일'에서 한 수 앞서는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애플은 모바일 결제, 음성 기반 비서 '시리'와 같은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했고 최근에는  디지털과 실제 세계를 결합하는 증강현실 분야에도 진출했다. 자사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아마존의 질주도 구글 입장에선 위협적이다. 구글은 알렉사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와 이를 탑재한 에코 같은 하드웨어에 힘입어 스마트홈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로 부상했다.

AI 퍼스트는 차세대 디지털 하드웨어 시장에서 애플, 아마존을 상대하기 위해 구글이 던진 승부수 성격이다. 음성 비서 플랫폼인 구글 어시스턴트 등 다양한 AI 기반 구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제공한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구글은 지난해 한때 해체됐던 하드웨어 관련 프로젝트 조직들을 모토로라 임원 출신인 릭 오스터로의 지휘 아래 재편했다. 이후 구글 서비스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하드웨어들을 개발해왔다.

이번에 공개한 신제품들은 이같은 노력의 중간 결과물이다. 구글은 신형 픽셀 스마트폰 2종에 대해 구글 어시스턴, 음성 검색 인터페이스, 음악 등 자사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999달러에 판매될 예정인 픽셀북 역시 AI를 중심으로 소개했다. 399달러 스마트 스피커인 '홈맥스'의 경우 구글 소프트웨어 기반 스마트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최적화된 음향을 제공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리시 챈드라 구글 부사장은 "위대한 하드웨어는 위대한 소리를 제공하는데 충분치 않다"면서 소프트웨어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했다.

구글은 선도적인 AI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한 업체로 평가받는다. 디지털 비서 소프트웨어는 복잡한 질의(쿼리)를 처리하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이란 얘기도 있다.

그럼에도 구글은 디지털 비서를 활용한 하드웨어 시장 점유율에선 아마존에 한참 뒤져 있다.

최근 시장 조사 업체 코웬에 따르면  아마존 에코 판매량은 구글홈의 두 배에 달한다. 그리고 아마존 시장 점유율은 계속 늘고 있다.

애플과 아마존 하드웨어 판매량이 늘수록 사용자들이 구글 서비스에 접근하는 통로는 좁아진다.

애플과 아마존 모두 독자적인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늘려나가고 있다. 서비스로 먹고 사는 구글 입장에선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파트너들이 애플과 아마존을 제대로 견제해주면 좋을텐데, 그것도 현재로선 무리가 있다. 안드로이드 관련해 구글과 협력했던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AI 기반 음성 비서만큼은 독자 노선을 들고 나왔다. 

구글 입장에선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드웨어 투자를 늘리는 것도, 최근 11억 달러에 대만 스마트폰 업체 HTC 기술 전문가들과 지적 재산을 인수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늘어나는 타사 하드웨어들에 자사 서비스가 포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사 AI 서비스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로 타사 하드웨어를 침몰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테크M=황치규 기자(delight@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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