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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고기를 무조건 5일 안에 식탁까지

물류 혁신 현장을 가다 '정육각'

2017-10-17강진규 기자

물류 혁신 현장을 가다 '정육각'

과거 고기, 야채 등 신선식품은 시장이나 슈퍼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구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되면서 정육점에서 사던 고기를 인터넷으로도 주문할 수 있게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판매뿐 아니라 신선식품 유통과정의 혁신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출범한 정육각이다.

2016년 2월 법인을 설립해 그 해 11월부터 돼지고기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닭고기, 계란 등으로 판매 대상을 넓히고 있다. 정육각은 도축부터 유통까지 10일에서 20일이 걸리던 돼지고기 유통기간을 5일로 단축했다.

돼지고기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간 단축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유통기간 단축이 사기 아니냐며 의심하기도 한다.

정육각이 유통 혁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하고 유통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 또 여기에 I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도가 맞아 떨어졌다.

창업자인 김재연 대표는 정육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카이스트 응용수학과 출신이다. 다른 공동 창업자들 역시 IT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이들은 단지 '맛있는 돼지고기를 좋아해서' 회사 설립에 참여하게 됐다.

“돼지고기를 먹다가 정부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으로 도축된 날짜를 확인해 봤다. 보통 10~20일이 지났고, 어떤 경우는 90일이 경과한 사례도 있었다. 신선한 돼지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도축장까지 직접 찾아가서 확인을 했다. 도축장에 가서 돼지고기를 구매해서 먹어보니 맛있었고 친구들에게도 줬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재연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기존 돼지고기 유통은 주로 B2B(기업 대 기업) 거래였는데 B2C(기업 대 고객)로 바꿔보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돼지고기가 도축장에서 유통 과정을 거쳐 슈퍼마켓으로 진열되고 가정에서 이를 구매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도축장, 이송, 도매, 소매 등을 거치는 단계도 영향을 주지만 가격도 영향이 크다.

도매상의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저렴할 때 대량 구매해 저장한 뒤 값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판매한다. 또 소매상 역시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는 가격이 중요하기 때문에 품질보다는 가격에 초점을 맞춰 유통한다.

 

도축 5일 후가 최고의 맛

정육각은 가격보다는 품질을 우선시 하고 직접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돼지고기 도축 후 최대 5일까지가 맛 좋은 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2~5일 사이에 고객에게 돼지고기를 배송하고 있다. 도매, 소매 등 과정을 생략하고 그 과정에 IT를 접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

김재연 대표는 “정육각을 준비하면서 관련 업계 사람들을 만났는데 (유통기간 단축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직도 빠른 시일 안에 유통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육각은 고기 판매량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자동화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물량 예측을 실패해 5일이 지난 돼지고기를 직원들이 계속 먹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제는 고기가 바로바로 나가기 때문에 정육각에 재고가 거의 없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도축장, 유통 과정 등에서 전화하고 계약하는 과정도 간소화했다. 유통 과정의 관계자들이 문자와 시스템으로 필요한 고기 물량과 운송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문자를 자동으로 발송한다.

정육각은 유통 과정과 관련된 데이터를 계속 수집하고 IT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 활용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돼지 농장의 환경, 유통 과정의 온도, 습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며 “현재는 유통 프로세스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향후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통 환경도 관리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육각은 또 특정 세대가 선호하는 고기 등 고객들의 소비 패턴도 분석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고기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장되고 있는 정육각 고기 모습

정육각은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고객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홈페이지에서 해당 고객이 선호할 수 있는 고기를 먼저 보여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경험(UX) 개편을 연구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문자 메시지로 자동 상담을 통해 주문을 받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문자 메시지는 모든 세대가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며 “고객이 문자 메시지로 상담을 하거나 주문을 하면 자동으로 응답을 해주고 주문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개발되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생각하고 실제로 주문, 결제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육각은 2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현재는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유통에 집중하고 있는데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소고기 유통도 준비하고 있다. 또 내년 초까지 정육각이 판매하는 고기를 실제로 맛볼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도 고려하고 있다.

김재연 대표는 “고객에게 마지막으로 배달되는 과정을 택배에 맡기고 있는데, 이 부분도 개선하고 싶다”며 “물류 스타트업과 협력해 고객이 필요한 시간, 가령 고기를 구워먹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에 맞춰서 고기를 배달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육각은 매월 약 20%의 판매량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정육각은 앞으로도 고기 품질과 맛에 초점을 맞춰서 유통을 진행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정육각 서비스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고기 맛을 본 후에는 의구심이 사라졌다”며 “균일하고 고품질의 고기를 계속 공급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4호(2017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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