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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개인정보보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

2017-09-11강동식 기자

 

지난 7월 13일 아산나눔재단과 구글캠퍼스서울이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는 실태와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누적 투자액 기준 상위 100개 글로벌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중 70%가 한국에서는 규제에 저촉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주요한 규제의 하나로 지목된 것이 개인정보보호 관련 제도다.

포괄적이고 모호한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로 빅데이터 혁신이 가로막혀 있으며, 특히 보유한 데이터가 거의 없는 스타트업의 혁신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률은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글로벌 평균의 20~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원인은 빅데이터에 대한 인식 부족, 관련 기술 부족 등이 거론되지만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활용에 제약으로 작용하는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제도 또한 빠지지 않고 지적되고 있다.

현재 국내의 개인정보보호 제도가 특히 불만을 사고 있는 부분은 매우 포괄적인 개인정보 범위와 중복규제, 규정의 모호함 등이다.

국내 개인정보보호 관련 제도는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산업별 개별법의 중복규제로 인해 법에 대한 이해도와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어떤 법이 어떻게 적용될지 파악하기 어렵게 해 데이터 활용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복잡한 법 준수 확신 갖기 어려워

한 종합병원 정보책임자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정이 모호해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헬스케어 기업들과 함께 분석하고 활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른 어느 국가보다 강력하다는 국내 개인정보 보호 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보 주체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자가 사전에 정보 주체로부터 개별적 사전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급증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개인정보 이용 사전동의를 하기 쉽고 사후 통제권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사전동의 요건이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는 반면, 추후 자신의 개인정보 이전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개인정보 삭제를 사업자에게 요청,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둬 최근의 정보 이용 환경에 좀 더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데이터 활용 확대와 좀 더 실효성 있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개인정보보호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민감한 개인정보를 강력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막혀 관련 제도의 개선은 국회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빅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개인정보보호 기조의 후퇴라며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얻고 있을 뿐이다. 법이 아닌 가이드라인이라는 한계로 인해 행정처분의 기준이 근거는 될 수 있지만 법원 판결의 근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개인정보보호 개선 노력이 벽에 부딪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사이 해외에서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안전한 이용의 조화를 꾀하면서 실효성을 높이는 추세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어 국내와 해외의 데이터 활용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현재의 개인정보보호법 체계가 얼마나 혁신성을 막아 국민 후생 향상을 어렵게 하는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산업계와 시민단체 간 개인정보 보호와 혁신 서비스 관계에 대한 인식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심우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 개선의 경우 무엇보다 충분한 분석을 거쳐야 한다"며 “현재의 규정을 적용해 통계를 내보고 규제를 풀었을 때 얼마나 편익이 향상되는지 계산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데이터 활용의 관련 저촉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규정의 복잡함과 모호성으로 인해 법을 어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 국내에서 개인정보보호 개선 노력이 벽에 부딪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사이 
해외에서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안전한 이용의 조화를 꾀하면서 
실효성을 높이는 추세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어 
국내와 해외의 데이터 활용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등록제 폐지도 검토 대상

또 해외 대부분의 국가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환경의 결정적인 차이로 지적되는 주민등록번호의 광범위한 사용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만 알면 생년월일, 남녀 여부를 알 수 있어 민간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비식별화 조치의 실효성을 의심받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주민등록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공공부문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전향적인 개선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 제도는 국가마다 다르다. 이는 각자 처한 상황과 구성원의 정서에 따라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의 균형점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별로 정하는 개인정보보호 수준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데이터의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것 하나도 무시돼서는 안 되며, 결정의 기준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가 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테크M = 강동식 기자(dongsik@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3호(2017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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