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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스마트팩토리 역사가 말하는 일자리의 미래

2017-09-20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테크M=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자동화(automation)의 기반은 제어이론(control theory)이다. 이 이론은 투입과 산출이 일방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산출결과를 피드백(feedback)해서 투입수준을 조절하고 그에 따라 원하는 산출에 도달하는 시스템을 다룬다. 원하는 산출을 얻기 위해 사람이 투입을 정해서 부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스스로 투입을 조절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어이론이 학문적으로 정립되기 전 이미 인류는 오래전부터 그 지혜를 활용해 왔다. 줄타기를 하는 사람이 넘어지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크테시비우스(Ctesibius, BC 285–22)가 발명한 자동인형 물시계나, 17세기에 발명된 자동온도조절기도 그 원리를 따랐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도 일정 시간 비행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제어장치를 활용했다. 사실상 역사 속 수많은 기계장치가 이미 자동화의 원형인 제어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토메이션과 포드자동차

포드자동차 초기 공장자동화 도입의 주역들

컨베이어벨트와 대량생산 시스템 도입으로 20세기 초 인류 경제사의 물길을 통째로 바꾼 포드자동차는 공장 자동화에도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1947년 포드자동차는 오토메이션이라는 명칭을 처음 만들어 사용했다. 그 전까지 통용되던 단어는 오토매티즘(automatism)이었다.

기존의 조립라인에 수력, 전기장치, 기압설비를 결합함으로써 사람이 손을 대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는 공정들을 도입했다.

자동차 자체가 오토모빌(automobile)이라고 부르는 데에서 알 수 있듯,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이미 자동이라는 개념에 익숙해 있었다. 특히 기계를 다루는 문제에 관한 한 천재에 가까웠던 헨리 포드 자신이 그렇기도 했다.

당시 주역은 델마 하더(Delmar S. Harder, 1892-1973) 부사장이었다. 포드사가 그 개발에 착수하게 된 이유는 2차 대전 이후노동력이 부족하고 실질 임금이 상승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보다 적게 사용할 유인은 이처럼 언제든지 존재했다. 여하튼 그의 신조어 오토메이션은 이내 산업계에 유행어가 됐다.

포드의 오토메이션 디파트먼트(Automation Department)는 처음에 5명으로 시작, 1년 뒤에는 50명으로 늘었다. 생산 품목도 처음에 밸브, 피스톤에서 점점 코일, 휠, 차체, 차축으로 확장됐다.

1949년 자동화 공정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압연 공장이 버팔로에 건설됐다. 이듬해에는 클리블랜드 엔진 공장에 자동화가 도입됐다. 새로 건설된 공장에서는 이른바 기계손(iron hand)이 처음 도입됐는데, 이를 통해 각종 장비와 부품을 자동으로 이송 배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종전까지 사람이 행했던 검사, 측정, 중량계측 같은 업무도 자동화 장치가 수행하게 됐다. 1954년경에 이르러 포드자동화 공장의 성과는 명백히 입증됐다.

종전의 조립라인에 비해 직접 노동 시간은 49%, 공장의 총 바닥면적은 17%나 절감됐다. 노동조합은 인력 감축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지만, 포드는 기계 때문에 사람을 해고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1954년에는 5만 명을 추가로 고용하기까지 했다.

 

 

지멘스의 스마트팩토리

1950년대에 포드가 자동화 공장을 도입해 성공한 이후 미국과 유럽 각국의 기업들은 서서히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스웨덴, 일본, 독일의 회사들은 물론이고 화학, 전기, 서비스 등 모든 업종으로 자동화는 확산됐다. 20세기 후반 공장 자동화 확산의 또 다른 주역은 전기회사였던 독일의 지멘스(Siemens AG)였다.

이 분야 지식을 수십 년간 축적한 결과 지멘스는 오늘날 스마트팩토리, 소위 인더스트리4.0의 선두를 점하고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멘스는 CAD/CAE/CAM, MES에서 드라이버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전 세계 공장자동화 장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지멘스는 1958년 자신의 자동화 시스템 기술에SIMATIC(=Siemens+Automatic) 이라는 이름을 붙여 특허를 등록했다.

독일기업 지멘스는 자동화시스템(위)과 트랜지스터(아래)를 통해 스마트팩토리로 자리매김했다.SIMATIC은 점점 진화해 오늘날 모바일 통신 시대에 인더스트리4.0을 대표하는 첨단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벨연구소가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해가 1948년이었다.

이듬해에 지멘스도 최초로 게르마늄 트랜지스터를, 그리고 1955년에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56년 시멘스헬스케(Siemens&Helske)는 세계 최초로 트랜지스터 컴퓨터 ‘2002’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을 이용해 기존공장의 제어시스템을 구성하는 계전기(relay)를 트랜지스터로 교체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1958년 최초의 트랜지스터자동제어 시스템인 SIMATIC을 특허 등록하기에 이르렀다.

1963년에는 유럽과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증기기관 자동화 장비를 개발했다. 1971년에는 SIMATIC이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 기반의 자동제어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이윽고 1979년에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제어장치를 선보였다.

1960~1970년대에 공장 자동화는 주로 에너지 분야에서 도입됐다. 1980년대에 자동차 제조에 CIM(컴퓨터 통합제조)이 채택되면서 SIMATIC은 다시 진화했다.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이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를 도입하면서 공장 자동화의 선두에 섰고, 지멘스의 시스템은 크게 성장했다.

물론 당시는 지멘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수의 전기·전자 회사들, 예컨대 알렌브래들리, 미쓰비시, 오므론, 모디컴, GE, 히타치, 도시바 등이 이미 공장자동화 시스템 공급을 주력 사업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1990년대 이후 PC의 보급, 인터넷의 폭발적 확산, 그리고 2000년대 모바일 ICT 기술의 확대 단계를 거치면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역시 거대한 단절이 아니라 긴 연속선상에서 진화했다.

스마트팩토리는 흔히 말하는 4차 산업혁명에 준하는 사건이라기보다, 2차 대전 이후 디지털 컴퓨터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하면서 커 온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포드가 2차 대전 직후 전디지털(pre-digital) 시기의 전기 기술에 의거해 최초의 발판을 제시했고, 수많은 전기·전자 기업들이 반도체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도약한 것뿐이다.

 

누가 실업자가 되는가

공장 자동화 구현에 따른 실업 우려는 포드자동차가 최초로 이 방식을 도입했을 때부터 있었다. 그러나 자동화와 일자리 문제는 항상 양면이 있다.

제어이론의 개척자이자 싸이버네틱스(cybernetics) 이론의 창시자인 MIT대학의 비너(Norbert Wiener, 1894-1964)는 로봇을 통한 자동화가 임금노동자를 기계의 노예로 만들고 경제를 불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인간이 자동화의 주인으로 역할을 잘하면 인류의 행복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1970년대 이후 일본을 통해 공장 자동화를 시작했던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지적하며 1985년 한국생산성본부의 한 연구위원이 게재한 기고에는 공장자동화가 실업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글에서 재미있는 것은 일본은 구미 선진국보다 공장 자동화가 더 잘 이뤄져 있음에도 실업률이 선진국 중 가장 낮은 2.7%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해석이었다.

글은 그 원인을, 일본은자동화 설비의 수출국인 반면 우리나라는 수입국이라는 데서 찾았다. 다시 말해 일본은 자동화 설비를 통해 실업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자동화 설비 공급 사업이 번창해 오히려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소 단순화한 해석이라는 느낌은 있지만 자동화와 관련된 미래의 일자리 구조에 대해 많은 암시를 준다.

2010년대에 이르러 값싼 임금을 찾아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수 많은 제조기업과 달리, 공장자동화 설비 공급의 선두주자인 지멘스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는 이유나, 독일이 전반적으로 높은 생산성과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 있는 것이 아닐까.

자동화는 자동 통제(automatic control)와 다름없다. 다만그 통제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장비와 절차라는 점이 다르다. 통제 대상이 사람일 때, 특히 그 사람이 과업 목표에 대한 자기통제가 전혀 없는 상태일 때 우리는 그것을 명령(command)이라고 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과업 목표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y)과 자기통제(self-control), 그리고 피드백이 병행될 때 드러커(Peter F. Drucker)는 그것을 경영(management)이라고 불렀다.

드러커는 포드자동차가 최초로 도입한 자동화 시스템을 가리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기계를 작동시키는’ 단계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가 경영을 가리켜 ‘지식이 지식을 통해 성과를 낳는’ 현상으로 해석했던 점에 비춰 봤을 때, 사람의 지식은 자동화 추세 속에서 과연 어떤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사람이 거의 사라진, 완벽에 가까운 스마트팩토리가 도입 되면 과연 경영은 사라질 것인가? 아니다.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도록 과업 처리 방식을 설계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을 갖춘 사람은 여전히 남아서 경영을 해야 한다.

기계는 사람이 근원적인 지식을 통해 점화(點火)시키지 않는 한 절대로 스스로 지식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먼 미래에는 오직 드러커식의미에서 경영을 할 줄 아는 사람만이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실업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공장 자동화가 처음 이뤄지기 시작한 20세기 후반만 해도 대부분의 기계화 공장에서 숙련공의 지위는 비교적 안전했다.

최근 인더스트리4.0으로 진화한 공장을 마주한 숙련공이나 전문가들은 17~18세기 공장제 도입에 위협 당했던 장인(匠人)들과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는 것 같다.

물론 기계가 정교해졌어도 숙련공만이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남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동일한 설비를 사용하는 사출 공장이라 해도 숙련공의 수준에 따라 생산성은 차이가 나곤 한다.

사람의 숙련기술 또는 전문지식이 개입하는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자동화는 많은 경우 숙련 기술자나 전문가가 없어도 되는 상황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직 어떤 형태로든 ‘지식을 생산하는 지식’을 갖춘 사람만이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이미 정립된 지식과 기능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전문가는 안타깝게도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숙달된 프로그래머라 해도 늘 새로운 목표와 그에 적합한 일처리 방식을 창의적으로 찾아낼 줄 모른다면, 즉 드러커식 표현으로 ‘경영 마인드’가 없다면, 역시 그런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3호(2017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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