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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에너지 생태계 새판을 짜라

[커버스토리] 뉴 에너지 플랜

2017-08-31최준균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테크M=최준균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최근 미래 에너지 기술 개발에 미국이나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나 중남미 국가들까지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제3차 산업혁명이란 저서를 통해 미래의 에너지 체계가 문명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했다. 에너지 수급체계가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문명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습은 인류 문명의 발전을 보여준다. 불로 음식을 익혀먹던 구석기 시대를 거쳐 가축의 노동력을 농업에 활용했고 증기기관을 이용해 기차를 발명했다. 석유를 이용하면서 자동차 산업이 일어났고 에디슨과 테슬라가 발명한 전기 에너지를 기반으로 지난 100여 년간 엄청난 문명의 발전을 이뤘다. 앞으로는 태양열과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와 저장장치를 통해 잉여 전기 에너지를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나눠 쓰는 새로운 에너지 소비 패턴이 등장할 것이다.

그러면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새로운 에너지 문명은 어떤 것일까? 문명의 발전은 자연 상태로 있던 지구에서 에너지를 사용해 건물과 도로를 건설하고 인위적으로 가공을 하는 과정이었다.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면 도시나 공장, 빌딩의 산업용기기나 에어컨, 냉장고 같은 가전기기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자세히 알 수 있다.

에너지 소모량뿐만 아니라 제대로 동작을 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마치 중국 명의인 화타가 손목의 맥박만으로 사람의 체질과 병명, 과거의 질병까지 알 수 있었다는 내용을 생각나게 한다.

장비나 건물의 에너지 흐름을 알면 에너지 소비 생태계의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게임에서 보여준 것처럼 가전기기의 에너지 소비패턴을 잘 분석하면 해당 기기의 오작동이나 고장 가능성까지 찾아내고 사용자의 생활 패턴, 심지어는 개인의 성격까지 알 수 있다. 가정의 전기 사용량을 측정하는 것도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말하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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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에너지가 부족한 국가도 에너지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데에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에너지와 정보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세대 교통, 금융, 의료, 문화, 그리고 교육 시스템 등 도시 전체를 스마트 시티로 바꾸기 위한 계획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변화 동인은 에너지-ICT 융합

과거 100여 년간 우리는 에너지의 원가를 절감하는 것만을 고민해 왔다. 미래의 에너지 생태계는 이 같은 에너지 수급체계의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에너지 기술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최신 ICT 기술이 서로 융합, 지금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전망이다.

과거 중동 특수를 통해 고도성장을 한 것처럼 최근 에너지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바람이 반영돼 있다.

에너지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어떻게 하면 값싸게, 대량으로 에너지를 생산할지를 고민했지만 이제는 에너지를 생산하더라도 스마트도시와 빌딩, 공장, 교통, 의료, 전기자동차 등 모든 산업 생태계를 더 이해하고 생태계 내 사람들의 고민까지 해결해주는 똑똑한 에너지 시스템을 원하는 것이다.

 

에너지 공유 모델 등장

신재생 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저장기술을 결합, 남는 에너지를 나눠 쓰고 서로 공유하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고, 블록체인 같은 가상화폐를 사용해 결제하며 할인 쿠폰 등을 사용하는 다양한 에너지 유통산업이 일어날 것이다.

단순히 에너지를 판매, 유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의 두레나 최근의 쏘카 같은 카셰어링 서비스처럼 에너지를 같이 사용하는 새로운 공유 문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설악산 대청봉에서 몽고 유목민에게 에너지를 배달하는 것 같은 에너지 유통산업이 등장할 수도 있다. 에너지 생태계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세계 모든 나라의 고민이다.

이제 아무리 에너지가 부족한 국가라도 무조건 에너지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데에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최신 정보통신 인프라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탑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도 같이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다. 에너지와 정보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세대 교통, 금융, 의료, 문화 그리고 교육 시스템 등 도시 전체를 스마트 시티로 바꾸기 위한 계획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미래 에너지 생태계는 에너지 유통체계만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물리적 생태계와 모든 사람의 지식 유통 생태계를 아우르는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처럼 정체된 에너지 산업의 돌파구로 고효율의 신재생 에너지 생산시설과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만을 수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 인프라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과 교통이나 금융, 의료, 교육 인프라, 심지어 전자정부 인프라까지 종합적인 상황 파악 아래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ICT 인프라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인프라를 갖고 있다. 때문에 미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국가 전체 인프라를 고도화하는데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로운 사이버 문명에 친숙하고, 새로운 미디어 문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덕분에 세계 많은 나라의 젊은이가 따라하는 K-POP 문화를 이끌 수 있었다. 뉴욕이나 런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사람이 만드는 새로운 에너지 소비 패턴을 따라할 수도 있다. 4차 에너지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성공적으로 일으키게 되면, 세계 각지에서 한국인의 에너지 소비습관에 주목하고 우리나라 기업으로부터 배우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저가 위주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과 고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면서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가격이나 기술만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나라만의 확실한 경쟁력을 가져야 국제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세계가 주목하도록 미래 에너지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면 세계 최고의 ICT 강국뿐만 아니라 에너지 강국으로서 세계 각국의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가장 먼저 도움을 줄 수 있는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장 잘해왔던 ICT 기술과 에너지 기술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지능형 에너지가 새 비즈니스 창출

 

세계 시장 질서가 미래 지식 데이터 생태계를 중심으로 바뀌어가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미래 에너지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즉, 에너지 소비 패턴을 분석해 지능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은 미래 지식사회로 고도화하는 시작점이고 새로운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여명의 빛이 될 것이다.

최소한의 삶의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였던 에너지가 미래에는 새로운 소비를 이끄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것이다. 국내 에너지 기업이 해외의 에너지 부족 국가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는 있지만 단순히 에너지 산업 자체만으로 새 시장에 진출하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호아래 에너지와 ICT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결합, 신규 먹거리를 창출해 우리나라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할 것이다. 미래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기존의 많은 직업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과도한 규제 환경을 개선,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서로 윈윈(win-win) 하는 생태계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산업별로, 분야별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각자의 장점과 능력을 결합해 최선의 결과로 이끌어내는 2002년 월드컵의 히딩크와 같은 생태계 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변화를 기다리는 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제조, 유통, 교통, 및 의료 등 모든 산업 간에 경계를 허물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여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해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특히, 새롭게 출발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실천 가능한 전략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나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할 차세대 에너지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관점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3호(2017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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