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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 기계끼리 거래하는 시대 연다
[테크M=김진화 코빗 이사]
최근 들어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명함을 건네는 일이 부쩍 줄었다. 아니 인쇄해 둔 명함이 다 떨어진 얼마 전부터는 아예 명함 없이 사람들을 만난다. 통성명만으로 끝내는 건 물론 아니다.
얼굴이 명함인 건 더더욱 아니다. 명함 앱을 통해 문자나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저장해 둔 내 (디지털) 명함을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상대는 이렇게 받은 문자나 이메일에서 바로 연락처 저장이 가능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경우랄까.
물론 인쇄업자들은 전혀 좋을 일 없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다수는 인쇄된 명함을 주머니 가득 들고 다닌다.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받는다. 남에게 건넨 명함 중 대부분은 연락처 입력 과정을 거쳐 버려질 것이다. 아마 그냥 버려지는 것도 상당할 것이다.
여전히 명함을 주고받는 까닭
그럼에도 이 비효율적인 행위를 끝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손에 들고 다니는 디바이스로 디지털 명함을 주고받는 게 연락처를 획득하게 되는 보다 확실하고 효율적인 방법임에도 여전히 명함을 주고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행태의 반복과 습관이라는 이유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또 하나, 나중에 연락처를 입력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무시한다면, 뭔가 주고받고 끝내는 게 만남의 현장에선 가장 확실하고 편리할 수 있다는 점 정도. 우리가 여전히 현찰을 주고받는 것도 비슷한 이유 아닐까.
사실 현금의 경우 명함보다 그 운명이 더 위태로운 실정이다. 충무로의 인쇄업자들보다 조폐공사의 앞날이 더 불안해 보인다는 얘기다. 몇년 전 통계에 의하면, 우리가 쓰는 현금은 전체 통용되는 돈의 3~5%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돈은 이미 디지털화 되어 통장이나 명세서 상의 숫자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급여가 로그인 했다가, 카드회사로 로그아웃 했습니다”와 같은 직장인들의 자조가 단지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셈이다.
그리고 이제 그 남은 현금마저 화폐수집가의 콜렉션북이나 범죄단체의 금고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사실 기술의 발전은 이미 현금의 사용을 불필요하게 만든 지 오래다. 다만 습관과 당장의 편리함 때문에 완전한 폐기가 지체되었을 뿐.
현금 통용을 불필요하게 만든 기술의 발전은 무엇인가. 핵심은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장부 관리자인 금융기관이 거래 당사자들의 합의 또는 계약을 즉시적으로 장부에 반영하고 확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원래부터 돈 거래는 지불 및 결제내역에 대한 정보처리가 핵심이었다. 즉 현금을 주고받는 게 애초부터 본질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사인 간의 합의된 거래 내역을 장부에 정확히 기록만 할 수 있다면, 도난과 훼손 및 분실의 위험이 수반되는 현금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조개껍데기에서 주화를 거쳐 지폐(bank note)에 이르기까지 현금의 존재 이유는 거래의 현장에서 서로 믿을 수 있는 장부 기재가 어려운 기술적 한계를 기반으로 해 왔다. 즉시적으로 장부 기재를 하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니 현장에서 바로 거래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징표를 주고받게 된 것에 불과한 것이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그게 더 본질적인 행위는 아닌 것이다.
현금이 사라진 이유
인터넷 시대를 거치며 금융기관 업무의 디지털화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모바일 혁명기에 접어들면서 거래 당사자들도 네트워크에 연결된 기기들을 하나씩 지니게 되었다. 더 이상 현금을 쓸 절박한 사유가 소멸하게 된 것. 보안기술까지 발전하면서 이제 현금으로 바로 청산하지 않고도 거래 내역을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장부에 그때그때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기술의 발달로 거래비용의 한계가 극복되면서 오히려 지불 결제의 역사적 본질인 정보의 교환, 거래 내역에 대한 합의된 데이터의 교환 및 확정이라는 형태로 복귀한 셈이 됐다. 그렇다면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화폐들은 이 같은 본질로의 회귀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될까.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로 주목 받기 시작해 이제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과 무관하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블록체인’은 분산장부 기술로 정의된다. 간단히 말해 위에서 설명한 거래의 본질인, 당사자들간 거래 내역에 대한 데이터가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분산적으로 확정되는데, 오류와 중복 없이 이루어진다.
거래 당사자들이 장부 하나씩을 들고 상호 간 거래를 기입하는데, 그게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 갖고 있는 장부에도 네트워크를 타고 자동으로 기입되면서 거래 내역이 공중(public)에 의해 확정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현금을 통하지 않고도 상호 합의한 거래 내역을 즉시, 비가역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데, 이제는 금융기관 같은 중개자 없이도 인터넷 위에서 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이 기술이 가진 혁신성의 핵심이다. 현금과, 중개기관. 이 두 가지 요소의 제거는 거래에 드는 비용이 대폭 감소된다는 것을 함의한다.
그 뿐인가 금융기관의 공신력이 미치는 통상적 범위인 국가의 경계도 넘어서게 된다. 블록체인 기술 없는, 현금 없는 사회는 현금을 없애는 대신 금융기관의 장부 관리에 더 의존하는 경향과 그에 따른 써드파티(3rd Party) 리스크를 반대급부로 떠안게 된다. 반면 블록체인까지 더해진 현금 없는 사회는 두 비용요소 모두를 없앤, 정말로 당사자간 거래를 확정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거래방식 만드는 혁신성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비단 비용요소만 줄이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이를 테면 기존 방식으로 할 수 없었던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데서 진정한 혁신성을 담보한다. 마이크로 페이먼트(Micro payment, 소액결제) 같은 게 단적인 예다.
국경 간 결제는 애시당초 현금 거래가 불가능했다. 만날 수 없는 당사자 간 거래이다 보니 원격 결제가 기본인데, 문제는 소액의 경우 송금이든 결제든 막대한 비용을 초래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격이 돼 트랜잭션 자체가 부재한 상태가 되었다.
예컨대 유튜브에서 케이팝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본 동남아시아 팬들이 50원, 100원씩 결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가상화폐는 이 같은 거래를 지금도 가능하게 한다. 나아가 이더리움 같은 스마트계약 플랫폼을 이용하면, 소비자의 은행계좌와 연동해 이 같은 국제 간 소액결제가 가능해진다. 지난해부터 스페인의 산탄데르뱅크가 이 같은 실험을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서 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는 향후 인간의 개입이 없는 금융거래까지 발전하게 될 것이다. 현금과 중개기관만 없는 게 아니라, 지불의 주체인 인간마저 배제된 거래. 기계 간(Machine-to-Machine) 금융 거래.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그리고 자율주행기술 등의 융합은 M2M 금융거래의 등장을 낳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금은 당연히 쓸 수 없게 되고 중개기관이 본인인증을 해서 장부관리를 대행하는 기존의 방식 또한 설 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그 자리를 블록체인 기술, 특히 스마트계약 기능이 중추 역할을 하며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지금 논의되는 현금 없는 사회는 단지 잔돈을 없애고, 지하경제를 견제하고, 효율성을 배가 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 화폐가 함께 하는 현금 없는 사회는 ‘3無 거래’, 즉 현금도, 중개기관도, 사람도 없는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단지 거래의 기반이 되는 알고리즘을 미리 확인하고 거기에 합의하는 정도로 개입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새롭게 등장하는 암호화 화폐, 이른바 앱코인(AppCoin, 또는 Crypto- Token)들은 보다 세부적인 목적을 갖고 더 잘게 세분화된 영역에서 이 같은 추세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컨대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서 발행되는 ‘어거(Augur)’와 ‘그노시스(Gnosis)’는 공히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 이론을 현실화하는 통화이자 플랫폼이다.
‘스팀(steem)’이라는 코인은 웹상의 콘텐츠는 모두 공짜라는 잘못된 관념이자 잘못 끼워진 콘텐츠 산업의 첫 단추를 수정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미 스팀 플랫폼 위에서 많은 독립 콘텐츠 생산자들은 전 세계에서 소액 결제를 받아, 글 하나에 수백만 원의 원고료 수익을 거두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행태가 새로운 결제를 만든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 거래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결제 기술이 새로운 거래 행태를 가능케 하는 역관계도 충분히 성립해 왔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지금 그렇듯이.
논의를 과감하게 미래로 전개시켜봤으니 마지막으로 좀 더 현실적인 얘기들을 해보자. 현재 한국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동전 없는 사회’는 티머니 같은 플라스틱 카드를 매개체로 실험되고 있다. 정보격차를 생각하면 사려 깊은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 같은 디바이스 없이도 잔돈을 디지털 방식으로 적립할 수 있게 되니 누구에게나 일단 장벽은 없다. 다만 현금 대신 카드를 분실하거나 카드가 훼손될 우려는 남아 있다.
한국은행의 접근 말고도 각종 페이(pay) 사업들의 과감한 사업 전개 역시 현금 없는 사회를 추동하고 있다. 다만 효율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최선인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한국은행이든 민간의 사업자든 현금 없는 사회의 저 먼 미래까지 고려한다면 지금 바로 블록체인 기술의 접목을 고민해 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현금 없는 사회를 선도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 그리고 신용카드나 인터넷 뱅킹망의 미비로 바로 간편결제로 퀀텀점프하고 있는 중국을 넘어서기를 바란다면, 현금과 함께 중개기관도 없애고 나아가 사람(거래주체의 개입)까지도 없앤, 정말로 미래지향적인 거래행태까지 예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가장 현실적인 답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2호(2017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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