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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비서에서 친구로' AI의 새로운 과제, 관계맺기

2017-08-20연세대 UX랩 인지공학스퀘어(전종우, 추두연, 조광수)

 

 

[테크M=연세대 UX랩 인지공학스퀘어]

인공지능(AI)은 어렵고 복잡한 일을 대신하는 최적화된 시스템이라는 관점을 넘어서 사람과 함께 지내고 때로는 하나의 동료처럼 지낼 수 있는 개체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람-로봇 상호작용(Human-Robot Interaction, HRI)도 AI의 커다란 한 축을 맡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소셜 로봇 ‘페퍼’나 애플의 ‘시리’와 같은 음성 에이전트는 특정 과제를 잘 수행하는 전문가 시스템이라기보다 사람을 돕고 소통하는 대표적인 AI다.

특히 페퍼 같은 소셜형 로봇은 일반인은 물론 독거노인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HRI의 중요성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HRI 도메인에서 AI의 퍼소나(Persona, 사용자 유형을 대표하는 가상의 유형)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가 큰 요소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음성 에이전트는 말투나 톤, 단어, 높임말 등을 통해 퍼소나를 만들고 있다. 형식적이고 고급스러운 단어를 사용하며 차분하게 설명하는 퍼소나에 대해 사람들은 에이전트를 전문적이고 믿을만하다고 평가한다. 반면 인간적인 모습이나 퍼소나의 부재를 느낀다고 한다.

쉬운 단어로 편안한 말투를 쓰는 경우에는 친밀감이나 애착 형성에서 효과가 생각보다 커진다.

아마존의 ‘알렉사’ 이용자를 표본조사한 결과 37% 이상이 이 음성 에이전트에게 애정을 느끼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심지어 25% 이상은 이 음성 에이전트에 성적인 환상을 느낀다고 답했다.

하지만 호감이 가는 에이전트는 큰 기대감을 만들어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같은 연구에서 사람들은 음성 에이전트가 내 말을 이해하고 잘 대답하고,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걸 알고 행동하거나 추천하는 모습을 원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에이전트 또는 소셜 로봇과 사람의 인터랙션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퍼소나 단순 매핑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점이다.

이는 전문가 시스템이나 정보전달형 음성비서를 지향하던 AI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AI가 사람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려면 사용자가 원하는 퍼소나를 갖고 기대하는 인터랙션을 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AI의 퍼소나 부여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회사마다 느낌 다른 음성비서

현재까지의 퍼소나는 글이나 말, 표정 등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외형을 통해 가상의 퍼소나를 투영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어떤 로봇이나 제품, 에이전트의 퍼소나를 공급자가 미리 정하는 것이다.

퍼소나 개념은 음성 에이전트에서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독자들도 애플의 시리, 아마존 에코의 알렉사, SK텔레콤의 ‘누구(NUGU)’는 왠지 느낌이 다르다는 걸 눈치 챘을 것이다. 이들은 목소리의 성별, 톤, 말투, 유머 등을 통해 각기 조금씩 다른 퍼소나를 가지고 있다.

퍼소나 방식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완성된 가상 퍼소나를 부여하고 그에 적합한 인터랙션을 미리 설정하는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형이나 AI에 주입하는 표현의 방법과 시나리오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사람에 대한 관찰을 기본으로 하며 말투나 대화 방식, 표현 방법을 만든다. 페퍼는 기본적으로 웃는 표정으로 친근감을 자아내며 친구나 도우미 같은 퍼소나를 보여주고 있다.

AI가 반드시 사람과 비슷할 필요는 없다. 과거 ‘다마고찌’는 단순한 소리 알람과 애완동물 같은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를 통해 감정을 표현한다. 주인에게 밥을 달라고 하고 그에 따라 잘 성장하기도, 죽어버리기도 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세계를 강타했다.

하지만 완성된 퍼소나를 주입하는 방식은 정적이고 유연하지 못한 단점을 가진다. 초기 적용은 쉽지만 성장과 진화를 이끌기에 무리가 있다.

아무리 많은 다양성을 주입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이는 비용의 문제와 즉각적인 업데이트의 한계로 직결된다. 그래서 미리 입력돼 있지 않은 질문이나 요청에 답을 하지 못하거나 특정 상황에서의 임기응변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AI에 대한 사람의 기대치는 상승하는데 AI는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된다.

음성비서처럼 처음 사용할 때 다양한 질문을 하며 재미를 느끼지만 더 어려운 질문에 답을 못하게 되면 사용률이 떨어지는 현상에서 이를 관찰할 수 있다.

현재의 퍼소나 주입 방식은 사용자가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다 호기심이 끝나버리는 시점에 외면당할 확률이 높다.

 

사람의 관계 형성과정 학습

퍼소나 주입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유동적으로 진화하는 AI을 만들기 위해 사람의 사회적 관계성 학습과 관계 형성 단계를 학습시키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특정 퍼소나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성, 한 사람의 기본적인 사회성을 학습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의 사회성과 관계 형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사람의 사회적 관계는 그 사람의 입지나 어떤 조직의 구조, 역할, 권력 등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행동이나 표정, 말투 등 다방면에서 표출된다.

따라서 AI는 행동 정보들을 인지하고 사회적 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그래서 이와 직결되는 소셜 컴퓨팅 분야는 사회 심리학, HCI, 사회망 분석, 조직 이론 등 다양한 학문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관계는 그것을 알기 위해 많은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 관계 형성에 의한 새로운 상호작용들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CNNs 모델 기반에서 두 사람의 표정을 통해 둘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는 인공지능

 

2015년의 한 연구는 딥러닝의 한 종류인 컨볼루션 신경망(CNNs)을 통해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분석했다.[그림] 이 연구의 핵심은 두 사람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학습과 분류다. 두 사람의 시선과 표정을 통해 관계를 분석하고 있는 것.

기존의 얼굴 인식, 표정 인식과 감정 분류 기술을 넘어 사회적 관계를 분석하는 대표적인 연구다.

이 밖에도 음성을 통해 대화 내용이나 감정을 추출해 감정 상태와 사회적 관계를 유추하거나 스마트폰, 메신저 이용을 통한 맥락 데이터로 대인관계나 친구를 대하는 태도 등을 학습하는 연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연구가 발전하고 적용되면 AI는 성장을 통해 사람과 사회적 관계나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처음엔 도우미 같은 AI가 각 사용자의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처럼 바뀔 수도 있다.

극단적인 예로 수개월에서 수년간 AI 비서를 활용하면 그 비서는 사용자에게 반말을 하게 될 수 있다. 사용자의 말투를 따라 하거나 친근감 있는 비난을 할 수도 있다.

서먹서먹한 친구와 친해지면 비슷한 말투를 쓰게 되고 서로를 비난하면서도 신뢰와 의리를 확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인간의 학습에 의한 사회성의 확보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성장하는 AI, 그 속에 사람과 AI의 관계 형성과 초개인화(Hyper Personalization)가 있다.

사람들은 소셜 로봇이나 AI를 사회적인 존재로 인지한다. 나아가 사람들이 예상하는 궁극적인 AI는 결국 대부분 ‘사람’이다.

그러나 현재 적용되는 퍼소나는 학습과 성장의 부재로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개인화의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성장하는, 혹은 적응하는 퍼소나가 생겨날 것이며 이런 퍼소나는 각 사용자에 대한 초개인화는 물론 아이나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AI-인간, 애착관계 형성 가능

세상에 같은 종의 애완견은 많지만, '나만의 애완견'은 특별하다. 사람과 애완견이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나만의 알렉사가 다른 사람의 알렉사로 대체되지 않는 동일 제품의 초개인화는 관계 형성에서 발생한다

 

AI는 각 사용자에게 단순한 도구가 아닌 친구, 애완 로봇, 도우미 등의 퍼소나로 인식되며 인간 사회로 녹아들 것이다.

이렇게 사회성과 관계 형성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AI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힌트를 준다. 현재의 AI는 사람이 쓰는 도구이지만, 성장하는 퍼소나를 통한 사회적 관계 형성은 AI의 도구로서의 존재 가치를 확장시키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2호(2017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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