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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자율주행차의 위험은 '퇴화하는 인간과 불완전한 기술의 동거'

2017-08-21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테크M=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현재 상용화돼 있는 스마트카 수준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은 자율주행 진화에도 다양한 시사점을 준다. 자율주행으로 진화하면서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기술의 완성도다. 완벽하지 않은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자율주행 진화에 큰 장벽이 된다.

최근 여러 사례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진화를 위한 다양한 고려사항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부분자율주행에 따르는 주의 분산 문제, 테슬라 자율주행 사고, 자동 긴급제동의 오작동, 자동변속기에 따른 문제 등을 통해 앞으로 자율주행을 위해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와 진화방향을 점검해보자.

 

커지는 자율주행에 대한 불신

 

자율주행에 대한 불신율 [자료: 제이디파워]

 

지난 5월 미국 제이디파워는 자율주행 신뢰도에 대한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Z세대(1995~2004년생)와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6년생)의 자율주행 불신율은 각각 30%와 49%였고, 특히 Z세대의 경우 불신율이 2016년에 비해 11% 증가했다.

제이디파워는 불신율이 증가하는 주 원인으로 테슬라 사고와 스마트카의 주요 기능인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으로 인한 사고를 들었다.

현재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되는 벤츠의 경우도 다양한 이상 사례를 보여준다. 벤츠는 2016년 부분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E클래스’를 상용화 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부 언론은 국내에서 가진 벤츠의 자율주행 기능 시연행사에서 벤츠 차량이 장애물과 충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벤츠 E클래스 차량으로 어두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자동주차 기능을 시연하다가 사고가 나는 장면이 방송에 소개됐다.

자동긴급제동(AEB, Autonomous Emergency Braking) 기능은 후방 추돌 사고의 40%까지 줄이는 것으로 예상되는 좋은 기능이다. 차량을 인식해 정지하는 단계에서 보행자까지 인식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대형차량 추돌 사고를 막기 위해 대형차량부터 시급히 의무 장착해야 할 필요도 있다.

2015년 방영된 드라마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에는 AEB 기능을 효과적으로 홍보해주는 장면이 등장했다. 조수석에 있는 전화를 집으려다가 미처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자동차가 보행자를 인식해 정지해서 사고를 막는 장면. 이 드라마에는 볼보 차가 사용됐다.

하지만 AEB 초기에는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됐고 아직도 불편함과 오작동 보고가 나오고 있다. 볼보도 초기 시연에서 여러 차례 체면을 구긴 적이 있다. 앞에 정지한 트럭이나 서 있는 시연자를 들이받기도 했다.

현재 수준의 부분자율주행 기능에서는 센서 오인식 문제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자동주차 기능의 경우, 센서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밝은 날 야외 주차장에서는 주차가 잘 돼도 어두운 지하 주차장이나 비오는 날에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AEB의 경우 센서 오인식 문제로 대규모 리콜이 발생했다. 2015년 AEB 리콜에서는 금속 펜스나 가드레일을 차량으로 오인식, 고속도로에서 급정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리콜의 이유였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AEB 탑재 차량의 사고는 줄일 수 있지만, 급제동할 경우 뒤차의 추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유럽 기준으로 이뤄진 AEB의 테스트 사례가 실제 발생하는 모든 경우를 포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좁은 골목길이나 사람이 붐비는 길에서는 AEB에 의한 정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

물론 AEB는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매우 좋은 기능이다. 동시에 오작동이나 오인식을 최소화하기 위한 센서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동변속기와 운전능력 퇴화

현재 우리나라 운전자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자동변속기는 운전의 편리성을 높이고, 운전 가능 인구를 크게 확대했다. 운전자가 클러치나 기어 변속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조향, 제동, 가속 기능만을 구동하면 되기 때문이다.

자동변속기는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변속기가 수동변속기에 비해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해도 수동변속기 중심 시장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이미 운전자들이 자동변속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자동변속기가 주는 편리함과 함께 수동변속기 운전능력은 퇴화해 간다.

자율주행차가 서서히 보급되면, 비슷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운전능력이 퇴화된 운전자가 수동 운전 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을까?

테슬라 자율주행차 사고 보고서에서는 ‘운전자에게 경고를 줬지만, 운전자가 부주의했기 때문에 운전자 책임’이라는 결론을 내고 있다. 여기에서 명확하게 봐야 할 점은 운전자에게 준 경고가 ‘트럭이 있다’는 경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테슬라 차가 운전자에게 준 경고는 ‘조향장치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것 뿐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는 부분자율주행이나 ADAS 기능에 오작동이 있어도 운전자의 책임이 다. 법적으로는 차량의 인공지능이 오작동을 하더라도 운전자가 계속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가 차량을 적절히 제어해야 한다는 뜻이다.

테슬라 사고에 오인식의 문제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 법적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는 이유다. 동시에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에 제도 변화가 반드시 같이 진행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계와 사람이 나눠가진 지능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김홍석 소장은 ADAS나 부분자율주행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기계와 사람이 지능을 나눠 갖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규정했다.

기계의 지능이 어느 범위를 해결할 수 있을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기계에게 권한을 넘기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부분자율주행 차량의 문제도 불완전한 기계의 지능을 사람이 나눠 갖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해 4개 정도의 시사점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기계와 사람이 지능을 나눠 갖게 되는데, 소비자가 그 범위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차량이 가질 수 있는 인식과 제어의 범위, 차량의 인공지능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차량 제조사는 소비자에게 그 범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지난해 4월 ‘테슬라 모델S’는 높은 위치에서 다가오는 트럭을 인식하지 못하고 추돌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둘째는 자동차사와 소비자가 그 범위를 명확히 알고 있어도 실제 상황에서는 어떤 현상이 발생하게 될 지 모른다는 점이다. 표준이나 규제의 테스트 케이스가 실제의 모든 상황을 반영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자율주차, AEB의 오작동이나 테슬라 사고처럼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기능의 완전성과 테스트에 더욱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부분자율주행 기능 때문에 운전자가 방심하게 되는 문제다. ‘AVS(Automated Vehicles Symposium) 2016’에서 독일 연구센터 DLR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레벨2 시스템 사용자가 시간이 지나면 부분자율주행 기능을 신뢰, 부주의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 운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사용이나 뒷좌석 이동 등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넷째는 사람의 운전능력이 퇴화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이다. 운전을 자율주행차에 맡기면서 사용자의 운전능력이 퇴화될 수 있다. 이처럼 서서히 퇴화해 가는 사람의 운전능력은 비상 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자동차 중심 자율주행 서두르는 미국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자동차 중심의 자율주행 단계인 3, 4, 5단계의 상용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계와 사람이 지능을 나눠 가지면서 사용자가 명확한 범위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신, 기계의 지능이 매우 높아지면, 문제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자동차 중심의 자율주행 단계에서는 제도도 그에 맞춰 바뀌게 된다. 현행 수준인 1~2단계에서 운전자 중심의 자율주행이 이뤄지면서 기계의 잘못도 운전자가 책임진다.

반면 자동차 중심의 자율주행 단계에서는 운전자가 부주의하거나 이상이 발생하면 자동차가 이를 주시하고 있다가, 제어권을 가져오고, 이상상황에 대한 책임은 제조사나 운영사가 지게 된다. 최근 유럽 자동차사를 중심으로 차량용 클라우드나 자율주행 고장진단 표준이 진행되는 이유이다.

2015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이 발표한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제도안에서는 차량을 소비자에게 파는 게 아니라 운영사가 소비자에게 대여하도록 했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차량의 잘못에 따른 문제는 차량이 책임지도록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 중심의 자율주행에서는 효과적인 센서 및 인식 시스템이 중요하게 된다. 오인식을 막기 위해서다.

 

 

또 주행을 위해 주위 정보를 가져오는 현재 센서 시스템과는 다른 기능의 센서 시스템도 필요하다. 운전자를 모니터링하면서 운전자의 이상을 체크하고 차량의 이상상황을 인지하기 위한 센서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다. 또 이러한 센서 정보를 클라우드로 전송하고 분석하는 시스템도 요구된다.

자율주행의 진화를 위해서는 센서 시스템과 인식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가격과 성능을 고려한 센서 시스템과 오인식 확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식 시스템이 자율주행 진화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ADAS나 자율주행 기능이 오작동해도 운전자의 책임이다. 앞으로 자동차 중심의 자율주행이 되면, 자동차사나 운영사의 책임으로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제도를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수 있다. 현재 차량에서도 ADAS 기능이나 자율주행 기능의 오작동에 대한 책임을 제조사가 지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한층 더 완성된 기능을 만나게 되고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갈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 NHTSA가 자동차 중심의 자율주행 진화를 서두르는 것은 기계와 인간이 지능을 나눠 가지면서 생기는 문제점을 빨리 해결하기 위한 차선책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제도의 발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2호(2017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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