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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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게 아직 대화는 어렵다
[테크M=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인공지능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어떤 기업의 회장님이 물으신다면, 먼저 “지금 인공지능은 정답이 있는 영상인식을 잘 합니다. 영상인식 응용을 먼저해보세요”라고 답을 드리고 싶다.
노르웨이에서는 선박에서 물고기의 종류 및 품질을 분류하고 뼈를 발라내는데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물고기의 영상을 카메라로 받아 신경망칩으로 물고기의 종류와 품질을 실시간으로 분류하고 장비를 콘트롤했는데 물고기를 구분하는데 98%의 정확도를 보이고, 목표 어획량 달성 시간과 업무시간이 15%로 감소하였고 필요 인원도 줄었다. 이미 2007년에 세계인공지능학회의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받은 사례이다.
이 시스템에는 딥러닝 칩이 있기도 하지만, 현장 전문가의 의사결정 논리가 같이 들어가 있다.
회장님께서 “챗봇은 어떤가요?”라고 물으신다면, “챗봇은 조심하세요. 어렵습니다”라고 답변할 것 같다.
예스24를 자문하는 입장에서, 예스24가 챗봇을 만든다면, 책 이름만 답하는 바보같은 챗봇을 만들라고 조언하고 싶다. 고객의 각종 질문에 대답하는 콜센터 챗봇을 만드는 것은 아직 어렵다.
그러기보다는 예스24는 책 제목만을 대답하는 단순한 챗봇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요즘 잘 나가는 책이 뭐에요?”,
“저 추리소설 좋아하는데 추천해주세요”,
“그건 읽었어요. 다른 거 없어요?”,
“그건 너무 무서워요. 조금 덜 무서운 추리소설을 추천해주세요”,
“미혼 여성에게 조언같은 거 해줄만한 책 추천해주세요”,
“혼자 해 먹는 요리 잘 만들기 위한 책은 뭐에요?”
이런 각종 질문에 대답하는 챗봇은 지금도 충분히 추구할만하다.
챗봇의 대답은 그저 책 제목이면 된다. 고객은 크게 다른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책 제목만 앵무새처럼 이야기하는 챗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용할 것 같다. 서점에 방문한 이들이 주인에게 묻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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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많은 기관들은 기계학습 시대에 대비한 데이터 축적을 많이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그 부분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7년 1월 한겨례에 실린 기사에서 실리콘밸리 기업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는 “챗봇과 인공지능 열풍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며 "지난해 챗봇에 투자사들이 많은 투자를 했지만 실제로 챗봇의 인공지능이 약속한 기능을 해주지 못한 게 많았다. 기술 시연은 되지만 사업화까지 안 되는 것을 많이 본 것”이라고 전했다.
또 “기술을 알면 알수록 낙관만 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다. 고객 상담 내용이 산업이나 소비자에 따라 너무 달라 처리가 어렵다. 데이터도 어렵고, 이를 적절히 처리해주는 알고리즘을 짜기도 어렵고, 이런 어려움을 함께 견딜 고객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정확한 지적이다.
2017년 7월 현재 국내 금융기관 전부가 챗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금융권 관계자 분들로부터 들었다.
우리나라도 실리콘밸리에서 겪은 일을 똑같이 겪을 것이다. 챗봇 개발은 많은 기관에서 실패할 것이다.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콜센터 직원들은 20년 이상 학교생활, 가정생활, 사회생활을 한, 상식을 가진 인간이다.
이 분들이 입사해서 회사 고유의 업무와 지식을 배워서 하게 되는 일이 콜센터를 통한 고객 응대 업무이다. 이렇게 상식과 전문지식을 겸비한 콜센터 직원의 업무 전부를 자동화하는 것은 아직 그 방법론이 완성되어 있지 않고, 연구 단계이다. 실제 돌아가는 시스템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각종 기업에서 큰돈을 주고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내가 그런 회사의 주주가 아닌 것이 다행일 정도다.
아직 연구자들은 ‘토이 프라블럼(Toy Problem)’을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는 단계인데, 희한하게도 금융기관들은 어떤 챗봇 기업들에게 설득당하여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챗봇 개발사 김강학 플루언티 대표에게 물어보았다.
“영화 ‘허(Her)’같은 대화를 하는 인공지능이 언제쯤 개발될 것 같아요? 김대식 KAIST 교수는 20~30년 안에 된다고 인터뷰했던데….”
김강학 대표는 “제가 죽을 때까지는 절대 안 될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그가 30대이니 앞으로 50년, 또는 70년이 지나도 어렵다는 대답이다.
김 소개한 또 한가지 사례를 보자. 어떤 기업이 지난 10년간 콜센터로 고객이 전화한 기록이 모두 확보되어 있다고 해서 데이터를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데이터에는 고객과 통화한 음성 파일은 있는데, 그 고객의 문의에 대해 상담원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어떤 키보드를 눌러서, 어떤 시스템을 작동시켰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통화녹음만 있는 것이다. 미래에 학습될 데이터로 생각하고, 데이터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 단지 법적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단순 녹음한 결과다.
현재 많은 기관들은 기계학습 시대에 대비한 데이터 축적을 많이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그 부분부터 시작해라.
쓰레기를 가공해봤자 쓰레기가 나온다. 바로 챗봇 개발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챗봇 개발에 대비해 어떻게 데이터를 구조적으로 축적해나가고 챗봇이 많은 업무 환경에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사람이 업무하는 프로세스를 어떻게 합리화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부터 먼저 해야 한다. 챗봇 개발은 그 이후이다. 기술도 아직 빈약한 상태이다.
인공지능 대화 로봇 ‘페퍼’의 한계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도 판매는 됐지만 구매자들이 사용하지 않고있다.
블룸버그는 2016년 10월 이미 다음과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 억만장자의 로봇 꿈은 보류 중(A Japanese Billionaire’s Robot Dreams Are on Hold).”
일본의 스타트업 전문 뉴스 서비스 ‘더 브릿지(The Bridge)’도 2016년 11월 비슷한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페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수준까지 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주로 태블릿으로 사용한다”며 로봇 가슴에 부착된 터치스크린을 가리켰다. “인간-로봇 상호 작용에 있어서, 조합의 수는 무한하다. 우리가 처음에 과소 평가했을지도 모르는 측면이다.” “이제 페퍼는 혼다의 로봇 아시모와 소니의 QRIO 휴머노이드와 같이 일본에서 나온, 멋지지만 비현실적인 로봇의 하나로 가입될 운명인 것 같다.”
일본 최대 교육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베네세코퍼레이션은 페퍼를 100대 구입했고, 이를 관리할 직원 100명도 같이 뽑았다고 한다.
그러나 페퍼보다 키가 작은 어린 아이들은 페퍼가 불빛을 반짝거리며 이야기를 하면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페퍼와 키가 비슷하거나 큰 아이들은 페퍼가 잘못된 대답을 하면 로봇 팔을 뽑아버리거나 꺾으려 했다고 한다. 회사는 결국 페퍼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더불어 고용된 100명의 관리직원의 전환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은 아직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 대화 로봇의 생생한 현실이다.
한마디로 다양한 대화를 하는 기계는 아직 어렵다. 간단한 주문이나 예약, 상품 소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무엇인가 바보같음을 서로 인정하는 상태에서의 제한된 대화는 가능할지 모르다.
그러나 나와 자연어로 대화하는 똑똑한 비서나 똑똑한 상담원은 아직 멀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2호(2017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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