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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스타트업 만들려면?
‘야근 없애야 창의력 향상’ 믿음 있어야
청년 실업 문제가 국가재난 수준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경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말부터 지난 4월까지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 4월 한국의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11.2%로 지난해 12월 8.7%에 비해 2.5%포인트 상승해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실업난 속에서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부족 인력이 26만 명에 달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한쪽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일자리 미스매칭은 양질의 일자리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청년 구직자들이 원하는 근무환경과 실제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근무환경이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원인은 대기업과 임금격차도 있지만 근무 환경도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YBM한국TOEIC위원회가 지난 4월 자사 블로그 방문자 3294명을 대상으로 ‘입사하고 싶은 회사 조건’을 설문한 결과 ‘저녁이 있는 삶과 일·생활의 균형’이라는 응답이 43.6%(1435명)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 응답인 연봉 25.2%(829명)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얼핏 젊은 구직자들이 연봉만을 따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더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근무 환경은 구직자들이 바라는 것과는 반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지난해 12월 기업 500곳,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근무혁신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결과 기업(52.8%)과 근로자(53.5%) 모두 근무혁신 중 가장 필요한 분야로 ‘불필요한 야근 줄이기’(정시퇴근)를 꼽았다. 즉 그만큼 야근이 일상화 돼 있고 야근을 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야근 문화는 관성화 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응답자의 74.0%는 퇴근 후에도 상사 등으로부터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본인이 퇴근 후 업무연락을 한다고 답변한 경우도 66.6%에 달했다.
또 근로시간이 끝나고 30분 이후 2시간 이내에 퇴근하면 야근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근로자 비율이 50.2%나 됐다. 초과 근무가 당연 시 되면서 야근을 야근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과 근로자들의 야근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야근 등 초과근로 단축의 필요성에 대해 근로자는 72.4%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기업은 45.6%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야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업무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스타트업, IT기업들의 야근 고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T기업과 다양한 스타트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분야에는 청년들의 관심도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구인난과 구직난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근 및 근무환경 문제는 이미 스타트업, IT기업들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IT기업들의 경우 프로젝트 수행 시 야근을 넘어 밤샘 근무, 주말 근무가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IT기업에서는 ‘월화수목금금금’이 일상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다.
청년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게임 업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임 출시와 출시 후 초기 단계에서 초과근무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게임업계에서는 ‘크런치 모드(Crunch Mode)’라는 용어도 쓰이고 있다.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뜻한다.
한 개발자는 “게임 업계에서 일주일에 2~3번 출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는 일주일에 2~3일만 근무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출근해서 며칠 간 계속 근무하고 퇴근 후 다시 출근해 계속 근무하는 열악한 상황을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사업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 1명의 직원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동지 의식’을 갖고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열정을 갖고 일하는 것은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더 많은 일을 강요하거나 직원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할 경우 문제가 불거진다.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지도교수의 소개로 스타트업에서 일했는데 기대와 달리 실망이 컸다”며 “야근을 하고 밤샘 근무를 하면서도 회사 상황을 고려해 수당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오히려 상사들이 야근을 안 하면 눈치를 줬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이직을 했지만 야근 수당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2010년 농협정보시스템에서 근무한 IT개발자가 잦은 야근과 밤샘근무로 건강이 악화돼 폐결핵 진단을 받고 폐를 절단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해당 개발자는 자신이 근무했던 회사에 미지급된 야근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였으며 2013년 승소했다. 또 2016년 1월에는 법원으로부터 산재인정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IT업계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6년에는 게임 개발사 직원들이 돌연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발생했다. 해당 회사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IT업계, 게임 업계에서는 과로로 인한 돌연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후 게임 개발자들의 90% 이상이 야근을 하고 다른 직종보다 월 30시간 이상 더 일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런 논란에 따라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 기업을 중심으로 야근 폐지, 자율근무제 도입, 근무시간 단축 등 대책을 마련하기에 나섰다.
넷마블의 경우 지난 2월부터 야근을 전면 폐지했다고 밝혔다. 넷마블 관계자는 “2월부터 야근을 폐지했다. 불가피하게 야근을 한 경우에는 다음날 그만큼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야근 폐지로 인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인원을 늘리고 게임 출시 일정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 고용노동부는 경제단체들과 함께 '일·가정 양립과 업무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혁신 10대 제안' 캠페인을 벌이고 야근 줄이기에 나섰다. 기업들이 이에 동참해 야근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기업 문화 바꾸는 것이 해법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15일 저녁 야근 폐지를 선언한 넷마블의 서울 구로사옥을 찾았다.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9층부터 20층까지 위치한 넷마블 사무실 중 일부에는 밤 9시까지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또 삼삼오오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다시 들어가는 직원들도 보였다. 회사의 선언만으로 쉽게 야근 근절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들의 변화 시도에 과거처럼 강압적이고 전면적으로 야근을 하는 분위기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야근은 계속되고 있고 이에 대한 인식도 변하지 않고 있다.
기업과 경영진들은 야근을 안 할 경우 업무에 문제가 생기거나 매출과 수익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또 야근이 없으면 일이 안 된다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관리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야근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도 치열한 경쟁 상황과 게임 출시 초기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 게임 분야의 특성으로 인해 야근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당장 보여주기 식으로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회의론도 많다.
조영주 한국IT산업노조 위원장은 “외부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보여주기식으로 제도가 시행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근로자들이 야근, 주말 근무를 당연하다고 수용해버리면 소용이 없다. 변화는 내부에서부터 일어나야 한다. 근로자와 기업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의 사례는 교훈을 주고 있다. 야근을 안 해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인식 전환과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야놀자, 야나두, 직방, 위드이노베이션(여기어때) 등 기업들은 야근 줄이기와 근무시간 단축에 나서고 있다. 2010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선보인 우아한형제들의 중계 거래액은 약 1조8800억 원이었으며 올해 2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2015년 주 4.5일(37.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당시만 해도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역발상에 매출이 줄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수익은 2015년 495억 원에서 2016년 848억 원으로 성장했다.
성호경 우아한형제들 홍보팀장은 “솔직히 4.5일제를 처음 시행할 때 업무에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기 때문에 1개월을 한시적으로 실시하고 다시 3개월, 6개월로 늘려나갔다”며 “하지만 우려와 달리 직원들의 창의성이 증진되고,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매출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성공 이후 여러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우아한형제들의 근무 환경 개선 사례를 배우고 따라 하기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가 근무환경 혁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진의 의지를 바탕으로 문화를 만들어갔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사무실의 각 층은 혁신을 이끈 스포츠 선수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모든 사무실을 바꾼 것은 아니었다. 일반 사무실이 한쪽에 있고 또 한편에는 카페, 도서관, 캠퍼스 같은 공간을 마련해 놨다. 다른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인테리어를 적용할 수 있지만 활용하는 방식이 달랐다.
우아한형제들 직원들은 누구나 자신이 원할 때 눈치 보지 않고 사무실 책상에서 벗어나 카페, 캠퍼스 같은 곳에서 일할 수 있었다. 대학 교실 같은 공간에서는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곳곳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직원들이 그림, 글 등 낙서를 했지만 아무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업무를 하면서도 직원들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이를 반영하는 분위기도 조성돼 있었다.
이같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직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야근을 줄이고 4.5일을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호경 팀장은 “제도만 시행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사에 피플팀이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야근이 없고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문화를 만드는 것은 (김봉진) 대표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자유로움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9시 출근 시간만큼은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있으며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성과를 거두는 것에는 집중하고 있다. 야근을 하지 않아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과 그에 대한 임직원들의 노력이 근무 환경 개선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1호(2017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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