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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WWDC17’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나
[글 최호섭 디지털 컬럼니스트]
지난 6월 5일부터 5일간 미국 산호세에서 애플 개발자 회의 ‘WWDC17’이 열렸다. 매년 6월 초 열리는 이 행사에는 올해도 5000명이 넘는 개발자가 몰렸다. 팀 쿡 애플 CEO는 무대에 올라 개발자들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함께 세상을 바꿀지 고민한다”는 말은 애플이 매년 WWDC를 여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올해 WWDC는 6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운영체제 단위로 설명했던 지난해와 달리 하드웨어(HW)와 운영체제(OS)가 적절히 섞였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SW)가 중심이던 이 키노트의 올해 주인공은 뜻밖에도 HW였다. ‘애플의 플랫폼은 HW에서 시작한다’는 원점으로 돌아간 인상이었다.
애플의 경쟁력, ‘하드웨어’
애플은 오랜만에 WWDC를 통해 새 HW들을 쏟아냈다.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가 등장했고, 맥도 대거 업데이트됐다. 몇 년 만의 워크스테이션이 아이맥의 폼팩터로 공개되기도 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스피커 ‘홈팟’도 바로 이 개발자 회의를 통해 공개됐다.
물론 WWDC에서 HW가 등장한 게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WWDC는 애플의 HW 생태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OS 환경과 SW 개발 생태계가 주인공이 되는 행사다. 이 때문에 HW를 쏟아내는 모습은 다소 낯선 모습이다.
애플이 새 HW를 내놓은 이유는 역시 플랫폼 때문이다. 애플의 OS와 응용프로그램 개발 환경은 모두 애플의 기기를 기반으로 한다. 이 때문에 모든 SW의 밑바탕에는 HW가 필요하고, 그 중 일부는 새로운 HW의 요소가 필요하다. 아이패드나 맥처럼 HW적으로 새로운 요소를 더하거나, 혹은 ‘홈팟’처럼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의 기기를 발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애플은 되도록 HW 발표까지 많은 정보를 비밀로 하지만 숨기는 게 큰 의미가 없다거나, 아니면 새 HW적인 요소가 생태계의 가능성을 넓히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해 HW를 꺼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머신러닝이나 클라우드 열풍으로 들썩이는 실리콘밸리의 분위기 속에서도 애플의 중심은 컴퓨터와 그 SW, 생태계가 근본적인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애플에게 클라우드와 머신러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애플은 새로운 기술들이 존재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HW를 통한 소비자 경험이라는 것을 더 강하게 내비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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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원칙은 그 기술 자체가 아니라 HW와 OS,
그리고 생태계의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
아이패드, 태블릿의 무게 변화
애플의 키노트는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최근 개발자 행사의 키노트가 길어지는 흐름을 애플도 빗겨가지 않았다.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아이패드의 비중이었다. 아이패드 프로에 새로운 10.5인치 화면을 더했고, 2015년 말 발표했던 아이패드 프로 12.9도 새로운 HW로 업데이트됐다.
HW적인 특징은 더 빨라진 ‘A10X 퓨전’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에 있다. A10X 퓨전 프로세서는 고성능 코어와 저전력 코어를 섞는 빅리틀 방식의 프로세서로, 아이폰에 들어간 A10 프로세서와 비슷하지만 고성능 코어와 저전력 코어를 각 2개에서 3개씩으로 늘린 칩이다. 또 새 디스플레이는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동시에 또렷이 표현할 수 있도록 표현력을 높인 HDR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다. 특히 1초에 120번 화면을 주사해 한 눈에 보기에도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이 디스플레이만으로도 새 아이패드는 다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애플이 새 아이패드를 위해 준비한 것은 ‘iOS11’ OS다. 그 동안 아이패드는 커다란 아이폰이라는 비유를 당하기도 했는데, 사실상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차이는 화면 크기의 차이를 활용한 앱과 콘텐츠 활용에 있었다. 애플은 아이패드에 대한 생산성을 강조했지만 그 동안 아이패드는 HW와 앱을 중심으로 변화가 이뤄져 왔다. iOS9의 화면 분할 정도가 대표적인 아이패드의 HW를 이용한 차이점이라고 할 만하다.
iOS11은 아직 초기 베타 버전이지만 첫 화면에도 변화가 있다. 화면 아래, 자주 쓰는 앱을 두는 독에 앱을 최대 13개까지 자유롭게 넣을 수 있다. 또 사용 습관을 분석해 자주 쓰거나, 지금 쓸 것 같은 앱을 따로 3가지 추천해 준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동안 화면 크기와 별개로 독에 넣을 앱 개수를 제한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자체가 아이패드를 고려하기보다 아이폰과 차이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앱 리스트와 제어센터를 합친 멀티태스킹 화면의 변화도 아이폰의 화면과 다르다. 두 기기 사이의 경험을 해치치 않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파일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파일즈(Files)’는 그 동안 아이패드의 생산성에서 지적되던 파일 첨부에 대한 걸림돌을 치웠다. 파일즈는 아이폰의 iOS에도 들어가지만 아이폰보다 아이패드를 위한 기능에 가깝다. 멀티터치 역시 한 손으로 여러 손가락을 쓰던 것 외에 두 손을 써 여러 개의 파일을 선택하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는데 이 역시 ‘아이패드를 위한 멀티터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애플에게 아이패드는 고민거리다. 애플의 매출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체를 보이는 제품이다. 애플만의 탓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태블릿 시장 자체가 예전만큼의 관심을 받기 어려워졌다. 스마트폰이 커지고, PC의 형태가 2in1 등 분리형 PC로 진화하면서 태블릿의 설 자리가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사실상 태블릿만을 위한 ‘무엇인가’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기 카테고리에 대한 정당성을 잃고 있는 쪽에 가깝다. 그 흐름이 단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애플은 다시 이 시장에 숨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무엇보다 애플이 2010년 이후 가장 크게 아이패드를 ‘아이패드’ 그 자체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아이패드 뿐 아니라 태블릿 시장에 큰 의미를 갖는다.
잊지 않은 전문가용 맥
맥이 대거 업데이트됐다. 아이맥과 맥북 프로는 모두 인텔의 7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으로 변경됐고, 디스플레이의 밝기와 색 표현력도 더 좋아졌다. 맥북 프로는 출시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프로세서 세대 교체를 했다. 1년에 두 차례씩 업데이트를 하던 몇 년 전을 떠올린다. 애플이 맥의 업그레이드에 인색해진 것도 있겠지만 쉽지 않아진 인텔의 프로세서 진화도 이유일 것이다. 어쨌든 애플은 신제품과 함께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등 맥의 이용자 폭을 넓히겠다는 메시지를 드러냈다.
맥 이용자들에게 반가운 것은 고성능 제품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아이맥 프로’다. 아이맥의 워크스테이션 버전이다. 27인치 5k 아이맥 프로와 비슷해 보이지만 인텔의 제온 프로세서를 넣고 최대 18코어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그래픽 성능도 전문가 수준으로 높였다. 이 제품은 아이맥의 영역이 전문가용 제품으로 확대됐다고 보는 게 우선이지만 또 하나는 전문가용 ‘맥 프로’의 공백을 채울 기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애플은 2013년 WWDC를 통해 맥 프로를 공개했던 바 있다. 당시 엄청난 성능의 제온 프로세서와 AMD 파이어 GL 그래픽카드 두 장을 넣고도 타워형 데스크톱 PC 8분의 1만한 부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 일체형 구조는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고, 새로운 고성능 프로세서를 넣기에 열 처리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애플은 맥 프로의 업그레이드를 미뤄왔다. 애플은 올 초 이 폼팩터를 포기하고 새로운 형태의 맥 프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고, 그 사이에 아이맥을 이용한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을 내놓을 계획을 내비쳤던 바 있다. 아이맥 프로가 바로 그 제품이다.
애플은 아이맥 프로가 맥 프로를 대체하는 제품, 혹은 경쟁 관계에 놓이는 제품이 아니라는 뉘앙스다. 더 강력한 데스크톱 맥 프로가 준비중이고, 아이맥 프로는 아이맥의 고성능 버전이 필요한 분야에 쓰이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인상이다.
어찌 됐든 고성능 맥이 나온 것은 시장으로서 반길 일이다. 이용자가 HW를 마음대로 꾸밀 수 없는 맥 환경에서 새로운 맥 프로가 등장하려면 아직도 1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맥 프로는 충분히 강력한 성능을 제시해줄 수 있다. 애플이 전문가 그룹에 소홀해졌다는 불만도 어느 정도 누를 수 있을 것 같다. 애플이 전체적으로 제품 가짓수를 너무 빠르게 늘리면서 제품 업그레이드 주기를 조정하기 어려워진 느낌이 있지만 애플은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신제품으로 제시했다.
애플이 바라보는 인공지능 ‘홈팟’
이번 WWDC에서 공개된 내용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바로 스피커 ‘홈팟(HomePod)’일 것이다. 제품의 역할부터 의미, 가격까지 다양하게 해석된다. WWDC 전부터 애플이 인공지능 기반 스피커를 내놓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시리 스피커’라는 이름도 입에 오르내렸다. 이는 아마존의 ‘에코’나 구글의 ‘구글 홈’ 등 인공지능 에이전트 기반의 스피커들과 비교되었고, 애플도 이 시장을 따라붙는다는 식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애플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적어도 아직까지 홈팟은 순수한 스피커다. 인공지능 에이전트 시리가 붙긴 하지만 그 역할은 스피커를 더 잘 쓰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아마존 에코의 주인공이 ‘알렉사’, 구글 홈의 주인공이 ‘구글 어시스턴트’인 것과 달리 홈팟은 ‘SW 기반의 하이파이(Hi-fi) 오디오’가 중심이다.
일단 홈팟의 구조는 일체형 스피커다. 자그마한 화분만한 이 스피커 안에는 7방향으로 소리를 내보내는 트위터와 6개의 마이크가 있다. 홈팟은 이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읽어들이고, 스피커가 놓인 방향이나 위치에 관계 없이 최적의 소리를 만들어준다. 이를 위해 아이폰6에 썼던 A8 프로세서를 넣었다. SW로 환경에 맞는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고성능 프로세서가 필요한 셈이다.
시리 이야기가 없진 않다. 이 스피커는 아이폰으로 조작할 수도 있지만 시리를 이용해 음성 명령을 내린다. 애플이 제시한 명령어는 시리의 비서 역할보다 음악을 효과적으로 찾아주는 데에 있다. ‘1996년 유행했던 음악’이라던가 ‘라운지 음악을 들려달라’는 식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리의 자연어처리와 애플뮤직이 접목되는 셈이다. 물론 날씨나 간단한 인터넷 정보를 찾아주는 시리의 기본 역할도 쓸 수 있긴 하지만 애플은 지극히 음악에 한정했다.
이 때문에 발표 초반에는 여러가지 우려의 해석이 나왔다. 애플이 구글이나 아마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소홀히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근래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아마존의 개발자 컨퍼런스를 뒤덮은 머신러닝 중심의 주제가 WWDC에서는 많이 언급되지 않은 것도 이 생각을 거든다.
하지만 애플 역시 머신러닝과 관련된 프레임워크를 준비했고, ‘코어ML(CoreML)’이라는 브랜드로 소개했다. 개발자들에게는 세션을 통해 상세히 설명했고, 인지 컴퓨팅을 비롯한 필수 머신러닝 모델들이 곧바로 앱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선보인다. 구글이 제시하는 방법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인공지능 기술에 접근하는 애플의 방식은 ‘애플답다’고 할 만하다.
홈팟 역시 언젠가는 시리의 변화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애플이 스피커에 인공지능을 붙이는 이유는 어떤 의도에서든 ‘음악’ 그 자체의 경험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애플에게는 여전히 음원 유통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중요한 사업이다.
‘아이팟’, ‘이어팟’이나 ‘에어팟’에 이은 ‘홈팟’이라는 이름도 음악 브랜드라는 의미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다. 애플에게도 머신러닝이 중요한 기술이다. 애플은 거의 모든 제품에 머신러닝을 더했지만 키노트 내내 머신러닝이 제품보다 더 주목받지 않도록 했다. 이 역시 애플의 의도로 볼 수 있다. 애플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원칙은 그 기술 자체가 아니라 HW와 OS, 그리고 생태계의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
애플의 목표는 인공지능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의 제품 위에서 돌아가는 인공지능 플랫폼이 필요할 뿐이다.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아이폰, 애플워치, 홈팟 등의 경험을 발전시키는 게 우선 목표다. 애플은 WWDC17로 기술과 생태계의 방향성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한국인터넷진흥원 (KISA)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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