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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피커에 저장된 일상, 나의 프라이버시는?
[글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스마트 스피커는 이제 스마트 홈 시장의 가장 핵심 기기로 떠올랐다. 아마존 ‘에코’가 작년에 800만 대 이상 팔렸고, 관련 스킬(알렉사에게 새로운 기능을 확장시키는 앱)이 1만1000개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함에 따라 모든 기업이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미 구글이 작년에 ‘구글 홈’을 내놓고, 올해에는 드디어 애플이 ‘홈팟’을 소개했다. 삼성 역시 ‘빅스비’를 장착한 스피커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올해 초에 ‘삼성 헬로’라는 기기 상표권을 등록했다고 한다.
음성 인식을 통한 대화형 기기들은 사용자가 호출하는 단어의 음성 명령을 인식해 요구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기기는 항상 작동 상태, 즉 ‘올웨이즈 ’ 상태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음성 구동 기기들이 우리의 프라이버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단 아마존이나 구글은 호출 단어인 ‘알렉사’나 ‘오케이 구글’ 이후에 들어오는 음성을 받아서 처리하고, 이를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호출어를 듣기 위해 이들은 ‘상시 듣기’ 모드로 있어야 한다. 호출어가 확인하기 위해 늘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내가 집에 없을 때도 이루어진다.
물론 호출어가 아닌 경우 소리는 스피커에만 잠시 기록됐다가 삭제된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저장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사용자 음성 데이터 클라우드에 저장
아마존의 에코나 구글 홈이 내 말을 잘 알아들으려면 내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학습을 해야 한다. 음성 이력을 통해 내가 어떤 단어나 문장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학습해야 음성 인식 기능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아마존 에코가 수집한 음성 데이터는 당연히 아마존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때로는 이 저장 데이터가 수사나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다. 2016년 12월, 미국 아칸소주 경찰은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에코가 보낸 데이터를 제공하라는 요청을 했다.
아마존은 처음에 표현의 자유 권리를 들어 데이터 제공을 거부했으나 이후 용의자가 동의하자 데이터를 제공했다. 이제 사용자들은 자신의 음성 명령 기록뿐만 아니라 당시 주변의 소리,TV 시청 소리, 내가 농담으로 했던 명령들이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중요한 기록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애플은 홈팟을 발표하면서 아마존이나 구글보다는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일단 애플은 저장된 기록을 2년만 관리한다. 구글과 아마존은 사용자가 삭제하지 않으면 기록을 무제한으로 저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아마존과 구글이 사용자 ID와 연동해 기록을 보관하는 것처럼 애플도 연동 보관을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6개월만 저장한다. 6개월 이후에는 ID 정보를 제거하고 2년 동안 저장하며 이 데이터는 ‘시리’의 학습에 사용한다.
애플은 늘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제품의 특징으로 삼고 있다. 시리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자사의 클라우드로 옮기는 대신 아이폰 자체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음성 데이터 삭제 안내 불충분
스마트 스피커가 사용자로부터 확보한 음성 데이터는 사용자들이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아마존 에코의 경우는 알렉사 앱의 설정에 가서 히스토리에 저장돼 있는 개별 명령을 선택적으로 삭제할 수 있다.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고 싶으면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내 계정 관련된 ‘콘텐트와 기기 관리’ 메뉴로 들어가 에코 장비를 선택한 후 ‘음성 기록 관리’에서 삭제하면 된다.
구글 홈의 경우는 구글 계정에서 ‘내 활동’을 선택하면 내가 구글 검색이나 서비스 등을 이용해 활동한 모든 데이터를 볼 수 있다. 나의 검색 키워드, 방문한 페이지, 맵을 통한 움직임, 기기 정보뿐만 아니라 ‘음성 및 오디오 활동’에 ‘오케이 구글’로 명령한 모든 내용을 볼 수 있고 원하면 삭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삭제 기능에 대한 안내가 충분하지 않으며, 일일이 서비스에 들어가서 삭제를 실행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물론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 프라이버시를 얼마나 희생할 것인가는 사용자의 선택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음성이 어디까지 저장되고, 어떤 형태로, 어느 기간 동안 저장되며, 이렇게 저장된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며, 누구까지 접근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더 많은 투명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물론 클라우드로 전달되는 음성 데이터는 모두 암호화돼 전달된다. 이는 중간에 음성 데이터를 해킹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스마트 스피커 자체가 해킹된다면 해커는 사용자의 모든 소리를 엿들을 수 있다. 사실 모든 스마트 기기가 해킹에 취약하다는 보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프라이버시 보호에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지 않을 때 자신의 음성 데이터를 기기가 처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기기에 있는 ‘음소거(mute)’ 버튼을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이는 매우 번거로울 수 있고 유용성이 떨어진다.
우리가 유의할 점은 내가 친구와 그저 편하게 나눈 대화를 스마트 스피커 서비스 기업이 분석해 이를 광고에 사용할 가능성이다. 이 점에서는 특히 구글이 매우 조심스럽다. 이미 검색이나 이메일 내용 분석을 통해 개인화된 광고를 제시하는 구글이 앞으로 우리 대화까지 분석해서 광고를 보여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사용자의 동의를 받을 것인가 여부도 역시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는 구글의 능력일까 아니면 우리 프라이버시 침해일 것인가는 앞으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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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유의할 점은 내가 친구와 그저 편하게 나눈 대화를 스마트 스피커 서비스 기업이 분석해 이를 광고에 사용할 가능성이다.
현재 관심이 많은 제품은 스마트 스피커이지만 인공지능 에이전트 기술은 앞으로 자동차, 가전 제품을 넘어서 우리 환경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다. 벽에다 대고 알렉사나 시리를 부르는 일도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니다.
앰비언트(Ambient) 컴퓨팅, 편재 컴퓨팅이 이제 본격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검색 키워드, 방문 기록, 사용 기록을 넘겨주었다면 앞으로는 우리 음성과 제스처, 감정 등을 넘겨줘야 할 것이다.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삼성은 점점 우리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더 훌륭한 서비스를 약속할 것이지만, 내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나에 대한 모든 것을 가져가 사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내게 무엇인가를 요구한다면 우리는 늘 불공평한 거래를 해야 한다. 누군가 나도 모르게 내가 자는 동안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것은 언제나 으스스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KISA)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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