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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CEO 수잔 보이치키, 여성친화 앞장서는 5남매 엄마
[테크M = 장길수 IT칼럼니스트] 1998년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수잔은 큰마음을 먹고 스탠포드대학 근처 맨로파크에 방 5개짜리 새 집을 장만했다. 마침 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사무실을 찾고 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선뜻 자신의 집 빈 방을 빌려주기로 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출입문은 차고를 이용하는 조건이었다. 당시 실리콘밸리에선 차고를 주소지로 한 창업이 흔한 일이었고 수잔도 모기지론 부담을 덜 수 있어서 만족했던 것.
수잔의 방을 빌려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은 바로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으로 성장한 구글. 수잔과의 인연을 계기로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그녀의 여동생 앤 보이치키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유명한 수영복 결혼식을 치른다. 나중에 이혼하기는 했지만 둘 사이에는 두 명의 자녀가 있고 세르게이 브린은 앤 보이치키가 창업한 유전자 정보 업체인 23앤미에 투자했다.
차고를 빌려준 덕분에 구글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수잔 보이치키(Susan Wojcicki). 그녀의 아버지는 폴란드계 미국인으로 스탠포드대 물리학 교수였고 선형 계획법의 아버지로 유명한 수학자 조지 단치그와는 동료이자 이웃이었다.
실리콘밸리 토박이로 자연스럽게 공학과 수학의 세례를 받았지만 그녀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역사와 경제였다. 하버드대학 역사학과 문학을 전공한 후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석사,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원래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할 생각이 있었지만 어린 시절의 환경 덕분인지 인텔에 입사했고 자연스럽게 IT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구글의 잠재성을 알아본 그녀는 1999년 구글의 16번째 직원이자 첫 번째 마케팅 매니저로 합류했다.
글로벌 기업 여성 CEO중 드물게 가정과 자신의 경력을 조화롭게 관리한다는 평가를 듣는 그녀는 남편 데니스 트로퍼와 5명의 자녀를 두었고 구글에서 처음으로 유급 출산 휴가를 다녀온 기록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그녀는 가정과 직장의 균형을 원하는 워킹맘들의 롤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정과 직장의 성공이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수잔 보이치키는 퇴근 후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는 회사 이메일조차 끊고 오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 컬럼에서 “유급 육아휴직이 회사 경영에 이로운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2007년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2주에서 18주로 늘리자 출산으로 인한 이직률이 50% 감소했다는 것. 이직률 감소는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최근 우버,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 내부의 성희롱과 성차별적 기업 문화가 도마에 오르자 그녀는 베너티페어란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남성중심 마초 문화를 비판했다. 그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마초 문화를 극복하고 성평등을 실현하려면 기업 조직내 모든 레벨에서 더 많은 여성을 고용하고 간부로 승진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조성되면 성차별로 인한 소모적 부분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양성 지수가 높아질수록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기업과 주가 실적 GDP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머니가 5월 뉴욕에서 주최한 조찬 모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출산 휴가에 관한 연방법 제정”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에선 임신한 직장 여성의 4분의 1이 출산후 10일 이내에 직장에 복귀하는 게 현실이라며 유급 출산 휴가는 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녀가 CEO에 취임한 후 24%였던 유튜브의 여성 비율은 현재 30% 수준까지 높아졌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여성 직원 비율은 전체의 31% 수준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유튜브의 여성 비율이 구글을 추월할 수 있을 전망이다.
CEO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보이치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2011년 머큐리뉴스가 ‘당신이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가장 중요한 구글러’라는 제목으로 그녀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을 정도. 2014년 유튜브 CEO에 선임됐을 때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조차 ‘수잔이 누구지?’하고 머리를 긁적이는 분위기였다. 구글 창업자와의 인맥을 이용해 출세한 낙하산 인사라며 폄하하는 시각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깨닫지 못했을 뿐 그녀는 오래 전부터 구글 온라인 마케팅의 핵심 인재였다. 2010년 구글 매출(282억 달러)의 96%를 차지하는 광고부문 책임자로 구글의 12명 부사장 가운데 가장 큰 사업부를 관리했다.
구글 애드센스(AdSense)를 기획했고 더블클릭과 유튜브를 각각 31억 달러와 16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심지어 지금은 모든 웹사이트가 모방하는 구글의 상징인 검색 페이지 초기 화면의 두들(doodle)도 그녀의 작품이다.
유튜브 CEO 취임후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보이치키는 지난해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6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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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조성되면 성차별로 인한 소모적 부분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양성 지수가 높아질수록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기업과 주가 실적 GDP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이치키가 지휘하는 유튜브
영상제작으로 확장
넷플릭스와 명승부 예고
원래 유튜브는 2005년 2월 페이팔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Chad Hurley), 스티브 첸(Steve Chen), 조드 카림(Jawed Karim)이 공동으로 창업했다. 친구들에게 파티 비디오를 배포하기 위해 모두가 쉽게 공유할 수 있는 비디오 기술을 생각했는데 이것이 유튜브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 짧은 시간에 엄청난 UGC(User Generated Contents) 생성과 조회 수를 기록했지만 수익 모델은 없었다.
하지만 당시 구글비디오를 맡고 있었던 수잔은 유튜브가 가진 숨은 힘을 알아봤고 인수를 주도했다. 그녀가 유튜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편의 동영상이었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두 중국 청년이 미국 팝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음악인 ‘As Long As You Love Me’에 맞춰 코믹하게 립 싱크를 하는 동영상을 보고 유튜브 인수를 결심했다고.
그녀는 포춘이 주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들의 차세대 서밋(Most Powerful Women Next Gen Summit)’ 연설에서 “이 동영상은 누구나 스튜디오 없이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시대의 변화를 예감한 것이다.
구글은 이 동영상이 포스팅된 지 6개월 만에 유튜브를 16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고 음악 파일 공유 서비스인 냅스터처럼 저작권 문제에 봉착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같은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튜브는 오히려 구글 비디오를 흡수, 구글의 대표적인 수익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2012년 8월 구글은 구글 비디오 서비스를 공식 중단하고 동영상을 모두 유튜브로 이관했고 2014년 보이치키가 유튜브의 사령탑에 올랐다.
그녀는 온라인 비디오 산업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시청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5년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린 ‘포춘 브레인스톰 테크 컨퍼런스(Fortune Brainstorm Tech conference)’에서 그녀는 미국 TV 광고시장이 1500억 달러, 가입자 시장이 2500억 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가 TV시청에서 전통적인 라이브 방식보다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을 더 선호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들은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기회를 잡으려하지만 그녀는 이 같은 일들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 서비스와 유튜브간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동영상은 자동 플레이(autoplay)되지만 유튜브는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영상을 클릭하므로 ‘시청 시간(watch time)’이 더 유의미하며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의 지적처럼 유튜브 사용자들의 시청 시간은 지난 2015년 전년대비 50% 이상 증가했으며 이런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 그녀가 가장 역점을 두는 서비스 분야는 ‘모바일’이다. 유튜브 이용자의 대다수가 모바일 사용자라는 점을 감안, 모바일 사용자의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고 그들에게 보다 좋은 경험을 빠르게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녀는 “모바일은 미래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유튜브는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스포티파이 등 미디어와 음악 서비스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위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유료 가입자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 동영상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 등을 속속 내놓았다.
3월초에는 케이블TV처럼 방송 채널을 묶어 파는 ‘유튜브 TV’를 내놓았고 5월초에는 40개의 TV 스타일 쇼와 영화의 제작 및 펀딩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콘텐츠에는 미국 케티 페리, 케빈 하트 등 유명 가수와 코미디언, 유튜브 스타인 ‘슬로우-모(Slow-Mo) 가이’ 등이 참여한다. UGC 중심에서 벗어나 전문가들과 셀럽들이 적극 참여하는 콘텐츠 제작에 적극 뛰어드는 셈이다.
유튜브의 이 같은 전략은 향후 넷플릭스, 훌루 등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페이스북, 아마존 역시 TV 스타일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적극 나설 전망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여성 CEO인 수잔 보이치키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IT업체 유튜브를 이끌고 있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외부의 의심스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으며 페미니스트로서 여성계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유튜브의 변화와 생존 전략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0호(2017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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