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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이것은 마법이다! 대지예술과 공중예술

2017-06-16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미국의 인텔과 오스트리아 예술 단체가 함께 기획한 드론 100대의 예술 [출처: iq.intel.com]

 

[테크M =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대지예술(Land Art)은 미술관을 벗어나 주로 지구 표면 위나 표면 자체 혹은 표면 내부에 어떤 형상을 디자인 하는 미술경향이다(Clay, 1971). 미니멀 아트(Minimal Art)의 영향 아래 ‘물질’로서의 예술을 부정하려는 경향과 반문명적인 문화현상이 뒤섞여 생겨났다.(두산백과)

대지예술은 환경예술, 자연예술과 함께 생태예술(Ecological Art)의 한 갈래로(김융희, 2010) ‘Earth Art’ 혹은 ‘dirt art’라고도 불린다. 대지예술가들은 처음에는 주로 흙과 잔디, 바위 같은 천연재료를 이용하다가 콘크리트, 금속, 공업용 플라스틱 같은 인공물로 소재를 확장하고 있다.

1960년대 말 사회적 불안과 문화적 혼란 속에서 생겨나 영국과 독일 특히 미국에서 성행한 대지예술은 난해한 형태로 표현되기도 했지만 ‘경관’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같다”

대지예술이 말 그대로 땅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제 하늘 또는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이 생겨나고 있다. 드론 얘기다.

아직까지는 ‘드론 예술’이라는 다소 애매한 이름으로 불리지만(백남준의 작품을 TV아트라고 하지 않는다), 조만간 공중 예술(Sky Art, Air Art), 혹은 유사한 표현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의 온라인 명품 유통업체인 ‘바이마(Buyma)’의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벌거벗은 2명의 남녀 댄서가.‘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이 때 날아다니는 드론이 남녀의 주요 부위를 아슬아슬하게 가려준다.

댄서의 움직임에 맞춰 이리저리 움직이는 드론의 모습이 가벼운 긴장감과 함께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광고인만큼 ‘옷을 사라’는 바이마의 메시지가 동영상의 끝부분을 장식함은 물론이다.

 

광고뿐 아니라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영화 같은 콘텐츠 분야에서 드론은 폭넓게 사용된다.

세계 최고의 서커스단인 ‘태양의 서커스’와 국제 아티스트 그룹 ‘버라이어티 판당고 스튜디오’, 그리고 라파엘로 단드레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erich) 교수를 중심으로 한 ‘ETH 취리히 스핀오프 베리파이 스튜디오’가 협업해 만든 ‘스파크드(Sparked)’는 드론을 활용한 5분짜리 단편영화다.

드론을 이용한 광고를 선보인 일본의 온라인 명품유통업체 바이마(Buyma)(위). ‘태양의 서커스’, 국제아티스트 그룹 ‘버라이어티 판당고 스튜디오’, 그리고 라파엘로 단드레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erich) 교수를 중심으로 한 ‘ETH 취리히 스핀오프 베리파이 스튜디오’가 협업해 만든 단편영화 ‘스파크드(Sparked)’(아래) [출처: 유튜브]

 

10대의 쿼드콥터 드론(프로펠러가 4개 달린 드론)이 등장해 배우의 몸짓과 눈짓에 따라 정교하게 움직인다. 램프처럼 생긴 드론이 연출하는 분위기는 역동적이고 신비롭다.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같다(Any suffic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영국의 과학소설(SF) 작가 클라크(Arthur C. Clarke)의 말처럼 이 영화에서 드론은 마술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로 모두를 압도한다.

이제 영화 장르에서 컴퓨터그래픽(CGI)과 같은 특수효과의 역할은 상당부분 축소될 것이 틀림없다.

 


순수예술에 확장되고 있는 첨단기술

드론의 활용범위는 순수예술로도 확장되고 있다. 시각예술을 보자. 터키의 아티스트 아이딘 바이야크타스(Aydın Buyukta.)가 제작한 ‘Flatland(평평한 땅)’ 시리즈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사진 작품을 보여준다. 작가의 말대로 “평소 가져왔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관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땅과 하늘이 하나로 연결된 듯 한 화면을 통해 익숙했던 일상의 공간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 3D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평소 쉽게 지나쳐 버리는 공간에 대한.새로운 시각은 드론이 아니면 쉽게 구현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여러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시각디자인을 극대화해 무한한 영감을 준다고 평가받던 아이딘의 작품 중에서도 ‘평평한 땅’ 시리즈는 기존에 없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만듦으로써 새로운 시각예술을 완성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드론예술을 ‘공중예술’로 부를 수 있는 분야는 공연예술이다. 2016년 1월, 독일 피네베르그에서 ‘드론 100대의 예술’이 발표됐다. 미국의 인텔과 오스트리아의 예술 단체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다. 제목 그대로 100대의 드론이 오케스트라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맞춰  철새 떼의 비행처럼 밤하늘에 다양한 모양을 수놓는다.

 

 

미국에서는 슈퍼볼(미국 프로 풋볼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드론이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올해 초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 레이디 가가가 무대에 올라 ‘갓 브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를 불렀다.

이 때 밤하늘에 붉고 푸른 별들이 등장해 춤을 추듯 움직이더니 펄럭이는 미국 국기 모양을 연출했다. 300개나 되는 별들은 ‘슈팅 스타(유성)’라고 이름 붙여진 280그램짜리 경량드론이었다.

드론이 음악에 맞춰 펼치는 퍼포먼스는 일본도 빠질 수 없다. 2015년 겨울 일본의 무용팀 ‘일레븐플레이(Elevenplay)’가 내한해 광주에서 드론과 3인의 무용수가 함께하는 무대를 펼친 바 있다. 드론이 무용수의 움직임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상호작용하는 방식이었다.

일본 온라인 광고기업인 마이크로 애드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20여대의 드론으로 일본 전통 기타 반주에 맞춰 ‘드론발레’를 선보였다. 정확한 용어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드론 발레’가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 것은 사실이다.

또 일본은 2020년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에서 LED를 탑재한 2020대의 드론을 하늘에 띄우겠다고 발표했다. 드론에 탑재한 LED가 3D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면서 올림픽 참가국가들의 국기를 표현하는 장관이 연출될 것이라고 한다.


플랫폼 확장하는 공연예술

또 다른 드론의 예술적 잠재력은 뮤지컬의 본 고장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볼 수 있다. 태양의 서커스가 제작한 뮤지컬 ‘파라무어(Paramour)’는 태양의 서커스가 처음으로 도전한 브로드웨이 작품이다. 다른 브로드웨이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서커스라는 요소를 갖고 있으며 그 속에 아름다운 드라마가 있다.

할리우드의 골든 에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무명의 배우와 그녀를 사랑하는 무명의 작곡가, 그리고 그 무명의 배우를 픽업해 할리우드의 대 스타로 만들어주는 감독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단조로운 스토리이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각 장면의 연출이 매우 돋보인다는 평을 바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전등갓 군무’다. 남녀 간 사랑이 자아내는 애틋한 분위기 속에서 8개의 전등갓이 공중으로 올라가 춤을 추며 극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여기서의 전등갓은 바로 갓을 뒤집어쓴 드론이다.

 

 

태양의 서커스가 제작한 뮤지컬 파라무어(Paramour) 속 전등갓 군무(위)와 일본의 무용팀 일레븐플레이(Elevenplay)가 선보인 드론 퍼포먼스(아래) [출처: 유튜브]

 

앞서 얘기한 라파엘로 교수의 ‘비행조립건축(Flight Assembled Architecture)’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공연이기도 하고 시각예술이기도 한 이 프로젝트는 2011년 2월부터 1년 간 프랑스 ‘오를레앙 프락 센터(FRAC Centre Orleans)’에서 열렸다.

여러 대의 드론이 스위스의 건축가 그라마지오 콜러가 설계한 비정형의 벽돌 탑을 쌓는다. 가로 약 4m, 높이 약 7m 크기의 이 벽돌 탑은 춤을 추는 것처럼 곡선으로 돼있다. 각 벽돌이 쌓이는 위치와 각도가 달라 여러 사람이 참여할 경우 눈대중으로는 만들 수가 없는 구조다. 컴퓨터 모델링에 의해 매우 정교하게 계산된 위치와 경로에 따라 움직이는 드론이 있기에 가능하다.

 

라파엘로 단드레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erich) 교수의 ‘비행조립건축(Flight Assembled Architecture)’공연 [출처: ETH Zerich 갤러리]

 

캐나다의 몬트리올 국제 불꽃놀이 축제(Montreal Fireworks Festival)는 음악에 맞춰 불꽃을 보여주는 뮤지컬 불꽃놀이(pyromusical)로, 불꽃놀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모 기업이 불꽃놀이와 무용을 결합해 새로운 예술을 시도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융합을 통한 예술적 성취 여부에 대한 판단은 예술평론가들의 몫이라 치더라도 ‘불꽃놀이 예술’은 공연예술에 있어 플랫폼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의미가 있다. 공연장에만 머물렀던 공연예술이 야외로 그 플랫폼을 확장함으로써 보다 많은 관객에게 소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드론에 의한 공중예술은 불꽃예술보다 훨씬 다양한 플랫폼 확장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또 예술가의 몸에 부착된 센서와 드론과의 연동은 예술가의 신체적 표현의 스케일을 확장시켜 준다. 미디어학자 맥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이 말한 ‘신체의 확장’이 구현되는 것이다.


첨단 기술과 상상력의 만남

공중예술(드론예술)은.처음 보는 신기한 이벤트이자 기술적 진보에 대한 경외에서 비롯되는 일시적 버즈워드(buzz word)일 수도 있다. 또 인텔 측이 자랑하는 자동추적기능과 충돌방지기능 등은 기술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거나, 미증유의 드론 수 기네스북 등재 등 단지 화젯거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처럼 예술가의 온전한 상상력에 의해 버무려질 때 드론은 조만간 예술, 소위 순수예술의 한 장르가 될 잠재력과 가능성이 충분하다.

드론에 의한 ‘공중예술’은 모든 자연이 작품 활동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고자 하는 대지예술과 닮았다. 또 공중과 자연을 배경으로 한다는 면에서 자연주의에 입각해 자연에서 자라고 소멸하는 소재를 갖고 작품을 창작하는 대지예술에 비견된다.

반면 다른 점도 있다. 대지예술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작품이 사라져버린다. 때에 따라 작품 전체를 개관하기 위해 높은 곳에 힘들여 올라가는 수고를 감상자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드론으로 만들어지는 ‘공중예술’은 반복해서 공연을 할 수 있으며 매번 다른 배경과 스카이라인을 선택할 수 있다. 같은 공간이라도 밤과 낮에 따라 다르고, 날씨에 따라서도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불꽃예술에 수반되는 소음에서도 자유로워 음악과의 융합도 훨씬 유리하다. 물론 감상자에게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강요하지도 않는다.

프랑스의 미디어 철학자 피에르 레비(Pierre Levy)는 세계적 차원의 엔지니어가 21세기의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기술의 발전이 예술의 지평을 넓혀왔다는 사실 만큼은 별 이견이 없을 터이다. 엔지니어가 예술을 못하란 법도 없다.

하지만 수준 높은 모든 엔지니어가 수준 높은 예술을 할 수 있다는 등식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드론 예술 혹은 공중예술이 앞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여전히 예술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조력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예술계에서도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너무 성급하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예술과 기술이 유기적으로 융합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문제지만 기술을 이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드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드론 기술이 예술적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시간, 특히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앤디워홀의 실크스크린이나 백남준의 비디오처럼 드론은 예술의 창작과 감상의 시공간을 넓히며 예술 확장의 기회와 촉매제가 될 것이다.

문제는 예술가들로 하여금 비용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예술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비판은 여건이 만들어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0호(2017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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