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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UX심포니]우리는 어떤 AI비서에게 마음을 열까

2017-05-22연세대 UX랩 인지공학스퀘어(최혜민, 조광수)

[테크M = 연세대 UX랩 인지공학스퀘어(최혜민, 조광수)] 최근 자동차에 도입되고 있는 대화형 에이전트는 운전자와 대화를 나누며 지시한 기능을 수행한다. 과거의 자동응답(ARS) 서비스처럼 초보적 음성인식 기술을 사용하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6년 전에 나왔던 BMW의 ‘X3’ 자동차에서 음성 명령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버튼을 눌러 음성인식 인터페이스 모드를 실행했다. 그리고 나서 ‘내비게이션’이라 말하고, 이어서 ‘목적지 검색’, ‘주소’ 같이 키워드를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하고 말하는 것처럼, 에이전트에게 ‘오후에 비가 올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오후 3시쯤 소나기가 올 예정이에요’라는 식의 답을 들을 수 있다.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화형 에이전트를 사용하며, 키워드 명령어를 외우지않아도 일정을 관리하고, 음악을 재생하고,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다. 덕분에 인터페이스를 눌러서 메뉴를 찾아가는 등 여러 번 클릭해야 하는 수고를 덜고, 안전해 질 수 있다. 즉 차량에 탑재된 대화형 에이전트는 사용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안전운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화형 에이전트를 잘 쓰지 않는다.

차량용 에이전트는 아니지만, 2017년 애틀러스리서치와 하이어비저빌리티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에 탑재돼 가장 많이 보급된 애플의 ‘시리’와 ‘구글 나우’(‘어시스턴트’의 이전 버전)의 이용률은 각각 23.5%와 21.0%로 낮다. 차량 내 대화형 에이전트만 예외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저는 조금 더운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운전자들이 대화형 에이전트를 더 사용하게 될까?

단서는 먼저 사람들이 어떻게 대화하고 상호작용 하는가에서 찾을 수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취미를 공유하며 감정적인 교류를 쌓고, 친밀감을 형성한다.

만남을 거듭하며 이성적인 과제 정보만이 아니라 가치관, 감정, 과거 등 개인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알아가며 관계를 발전시킨다.

이를 심리학, 사회학,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자기노출의 과정이라고 한다. 자기노출이란 자신의 감정, 경험, 의견과 같이 개인적인 정보를 타인에게 밝히는 것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기노출의 원리를 대화형 에이전트와 운전자간의 인터랙션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차의 실내 온도가 높을 때, 에이전트가 ‘저는 조금 더운 것 같은데, 에어컨을 틀까요?’라고 의견을 제시한다면 운전자는 ‘나도 좀 더웠는데’라고 공감하며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즉 운전자는 대화형 에이전트를 보다 더 사람처럼 느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또 다른 가상의 시나리오를 보자.

운전 중에 라디오를 듣고 있을때 에이전트가 “방금 그 노래는 제 심금을 울리네요. 예전에 운전하던 여친 생각이 많이 나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운전자는 ‘이 차의 전 주인하고 친했구나’라고 생각하며 “그 노래가 뭐지?”라고 묻는다. 에이전트는 “Maroon5의 Maps예요”라고 알려준다. 운전자는 “너 그 노래 좋아하는구나, 그럼 좋아하는 곡 리스트에 넣어줘”라고 한다.

에이전트는 자기노출을 하며, 운전자에게 음악 추천 서비스를 했고, 운전자는 에이전트와 관계를 발전시키며 구매한 것이다.

대화형 에이전트의 자기노출은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다. 에이전트에 대한 호감을 높일 수 있어 에이전트의 서비스 사용을 강화할 수 있다.

1994년 콜린스와 밀러(Collins & Miller)의 연구에 따르면, 에이전트가 먼저 자신의 정보를 이야기하면 사용자는 그렇게 하지 않은 에이전트보다 더 큰 호감을 갖게 된다.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앞에서 살펴 본 시나리오에서는 자기노출을 한 에이전트에 대한 호감도는 향상되며, 서비스를 편안하고 친근하게 여기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에이전트의 지속적인 사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자기노출하는 에이전트에 호감

아울러, 자기노출의 상호성을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사용자의 개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에이전트가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개인적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고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자기노출을 하는 에이전트에게 더 많은 개인정보를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고, 상대방의 자기노출 의도, 깊이, 양에 맞춰 자기노출을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에이전트의 자기노출을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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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에이전트가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개인적 정보를 요구하면 무례한 행동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자기노출을 하는 에이전트에게 더 많은 개인정보를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코즈비의 연구에 따르면, 심지어 자기노출을 하는 에이전트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속내 깊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이 때문에 걱정, 불안,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이는 안전운전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차량 내 대화형 에이전트가 자기노출을 하면, 운전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1989년 홈즈(Holmes)와 렘펠(Rempel)은 자기노출을 통해 서로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대화 상대와의 불확실성을 감소시켰고, 자기노출이 계속될수록 서로간의 신뢰가 높아갔다.

2003년 브래즐(Breazeal)은 에이전트가 자신의 감정, 경험에 대한 자기노출을 하면 사용자는 에이전트를 보다 인간적이고 믿을 수 있는 상대로 지각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운전자와 대화형 에이전트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는 관계라고 가정한다면, 이 점은 특히 중요하다.

사람들이 대화형 에이전트를 접하게 되면, 마치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말만하면 원하는 정보를 척척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이런 초기 상황에도 대화형 에이전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사용이 확대돼야 한다. 그래야 데이터를 얻으며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한 하나의 전통적 방향은 기술적 성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살핀 것처럼, 사용자경험(UX)의 관점에서는 ‘자기노출’ 효과라는 인문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손쉽지만(?) 효과적인 보완책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이 가능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사람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대상을 의인화하는 경향이 있고, 감정과 행동을 투사하기 때문이라고 UX와 인지공학의 그루(guru)인 도날드 노만은 말한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람처럼 행동한다면 사용자는 더 큰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이는 대화형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다.

에이전트가 사람처럼 상호작용하도록 설계한다면 사용자는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신의 내적 정보를 공유하는 대화형 에이전트의 자기노출은 사용자가 기대하는 대화형 에이전트로의 발전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9호(2017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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