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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기획]한국의 도로 누비는 자율차 개발, 어디까지

국내 자율주행차 개발 동향

2017-04-17강진규 기자

구글, 우버, 테슬라, GM, BMW, 인텔, 도요타, 바이두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투어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변혁에 대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자동차 산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자동차 생산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전년에 비해 7.2% 감소한 422만8536대를 생산해 6위로 밀려났다. 신흥국, 신생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자동차 생산 강국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율주행차로의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할 경우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하향세로 들어설 수 있다.

다행히도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2월 국토교통부는 네이버의 기술연구 자회사인 네이버랩스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임시 운행하는 것을 허가했다.

2016년 2월 시험, 연구 목적의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제도가 도입된 이래 13번째 허가 사례였다.

이번 허가를 계기로 국내 자율주행차 연구현황의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1대, 투싼(수소) 2대로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쏘울(전기) 2대, 현대모비스는 LF소나타 1대로 자율주행 운행 허가를 받았다. 네이버랩스는 프리우스V 1대로, 교통안전공단은 LF소나타 2대로 자율주행을 시험하고 있다.

대학들의 연구도 활발하다. 서울대학교가 K7 1대, 한양대가 그랜저 2대, 카이스트(KAIST)가 벨로스터 1대로 각각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 종합해보면 총 7개 기관에서 13대의 자율주행차가 운행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휴먼 케어링 구현 총력

국내 기업들 중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은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의 기조 연설자로 나서 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3대 방향을 제시했다.

친환경 이동성(Clean Mobility), 이동의 자유로움(Freedom in Mobility), 연결된 이동성(Connected Mobility)이 그것이다. 이중 ‘이동의 자유로움’은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 구현을 통해 사고 등 운전자의 다양한 불안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최신 지능형 안전 기술을 보다 많은 고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 선도 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한 글로벌 IT기업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시작, 2016년 국내 최초로 도로 시험주행이 가능한 면허를 취득했다. 또 미국 네바다주에서 제조사로는 처음으로 모든 도로와 기후환경에서 주행시험을 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했다.

특히 CES 2017에서는 야간도로 환경을 포함한 도심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여 많은 세계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는 올해 2월 자율주행차 연구 개발을 전담하는 ‘지능형안전기술센터’도 신설했다.

 

[자료: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기존 양산 차량을 통해 검증된 센서들(카메라, 레이더, 일반GPS)을 기본으로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 추가를 최소한으로 제한, 향후 양산을 고려한 차량구성을 한다는 계획이다. 또 자율주행을 위한 카메라 및 라이다 신호처리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개발 철학은 한마디로 ‘휴먼 케어링’이다. 운전자, 탑승자, 보행자 그리고 다른 차량 운전자까지 최고의 안전을 제공하자는 것. 그만큼 지능형 고안전 차량을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현대차의 개발 목표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 단계적으로 완전 자율주행 기술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동안 축적한 자율주행기술을 바탕으로 보다 완벽하고 안전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고속도로와 도심구간 모두에 대한 완전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진입은 고속도로 완전자율주행이 더 빨리 이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5년 양산에 나선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기술은 자유주행 2단계에 해당한다. 완전자율주행에 해당하는 4단계 기술이 언제 시장에 적용될 지는 제조사마다 개발, 출시 전략을 달리하지만 대체로 2020년 이후라는 게 공통적인 예상이다.

최근 공개된 자율주행 시험 영상은 현재 현대차의 기술을 뚜렷하게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달린 자율주행차 아이오닉은 도로가 교통체증으로 막히자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정지했고 소통이 원활해지자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사막에서 돌발 상황에 직면한 자율주행 쏘울FV도 인상적이었다. 바리게이트나 신호 정지 환경에서 사람이 앞에 나타나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음에도 차가 정지했다. 옆 차선의 차량이 끼어들기를 하자 경고등이 켜지고 속도를 줄여서 양보했고 앞에 장애물이 나타난 상황에서는 차선을 변경해 피했다.

앞 차가 급정지 했을 때는 속도를 줄이고 정지된 차를 피해서 차선을 변경했다. 차선 변경 버튼만 누르면 부드럽게 차선을 변경하고 긴급 정지 버튼을 누를 경우 갓길에 차를 세우고 응급차량을 기다렸다. 탑승자가 차에서 내려 스마트워치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자동으로 주차를 했다.

현대차는 다양한 부분 자율주행 기술도 개발 중이다. 건물 앞에서 버튼을 누르면 자동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가 알아서 주차를 하고 다시 호출하면 지상으로 나오는 기술. 고속도로에서 버튼을 눌러서 자율주행을 할 수도 있었다.

 

네이버랩스가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모습 [자료: 네이버랩스]

네이버랩스는 지난해 10월 개발자 행사인 DEVIEW 2016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2월 국토부로부터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아 본격적인 연구, 시험에 나섰다.

네이버랩스는 사내에 모빌리티팀을 신설, 미래 이동성을 개선하고 도로 환경을 정보화하는 것을 목표로 자율주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대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임시운행 허가를 계기로 앞으로 실제 주행 환경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분석해 자율주행 기술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임시 운행 허가를 받은 후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은 시뮬레이션만을 통해서 개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실제 도로 상에서 데이터를 쌓아가며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실제 도로주행을 통해 자율 주행 기술 개발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운전 환경과 새로운 이동 수단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야간 산악 환경에서도 자율주행

서울대학교, 한양대학교, 카이스트 등 학계의 연구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선우명호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 등이 이끌고 있는 한양대 연구팀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양대 연구팀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최한 자율주행차 경진대회에서 2010년, 2012년, 2014년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에는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로부터 기술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한양대가 개발한 1세대 자율주행차 모습

선우명호 교수는 “과거 자율주행차를 제작할 때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18억 원을 들여 만든 자율주행차를 모델 삼아 그 차의 10분의 1인 단 1억8000만원을 들여 더 효율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기술적으로도 더 발전해 야간 자율주행을 하는 단계”라며 “시야가 좁고 주간 주행과 환경이 달라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연구팀은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시험 운행 영상에서 사람과 사물을 구별하고 사람을 태우기 위해 정지하는 기술, 교차로에서 먼저 온 차를 찾아내는 기술, 차량을 지정하면 그 차량을 따라 주행하는 기술 등을 선보였다.

선우명호 교수는 “우리나라의 지형은 산이 많은 게 특징인데 산악 환경에서는 지리정보와 GPS, 통신 등이 도심과 다를 수 있다”며 “이같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대관령 구간에서도 자율주행차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6년 5월 서울대 연구팀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차의 고속도로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서울대 연구팀은 도로 임시운행 허가를 취득한지 5일 만에 실제 도로 주행에 나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자율주행차는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서 신갈분기점을 거쳐 영동고속도로 호법IC에 이르는 40km 구간을 달렸다. 이 차량은 주변 차량 흐름에 따라 차선 변경과 차량 간격 등을 조정하고 정체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벗어나면 시속 90km까지 속도를 높이는 등 자연스러운 주행을 선보였다.

“지난해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했습니다. 자동차 전용도로 인터체인지, 톨게이트, 터널 등에서 완벽하게 주행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지요.”

이 팀을 이끈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다음 목표로 “시내 도로, 교차로, 신호등, 보행자 일반 환경에서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제한된 경로에 대해서 자율주행할 수 있는 초기 기술을 검증하고 내년까지는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겠다는 것.

“수준 높은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산학연 컨소시엄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동차를 만들어서 팔면 되지만 앞으로는 네트워크로 모든 것이 연결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가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판교제로시티(자율주행 실증단지)에서 관련 업체들과 함께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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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쓰는 모든 환경에서 고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 비가 올 때나 눈이 쌓여있을 때 등 나쁜 기상환경과

열악한 도로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연구가 필요하다.”

 

서울대 연구팀은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올해 하반기 자율주행차 차기 버전인 ‘스누비’(SNUVi)를 지하철 여의도역에서 국회의사당까지 운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종시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을 관계자들과 논의했다. 세종시 행복청은 2020년까지 행복도시 전체 360km를 자율주행 도로로 만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카이스트도 꾸준히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을 추진해왔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2015년 미래성장동력 챌린지퍼레이드 사업의 하나로 자율주행차 ’유레카(Eurecar)’로 시내 도로 시험 주행에 나섰다.

유레카는 비가 내리는 서울 강남의 도로를 달리면서 차선, 보행자, 신호등을 인식해 자율주행과 정지를 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했다. 카이스트 자율주행차는 고속 주행 실험에서 시속 140㎞로 달리는 기술력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많은 대학, 기업 연구팀들이 불철주야 자율주행차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상호간 협력을 통해 더 나은 모델을 찾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환경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경수 서울대 교수는 “자동차를 쓰는 모든 환경에서 고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눈, 비가 올 때나 눈이 쌓여있을 때 등 나쁜 기상환경과 열악한 도로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이 한국의 다양한 환경 변화에 최적화 된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다양한 국가에 자율주행차를 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테크M = 강진규·도강호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8호(2017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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