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명예스러운 퇴진과 그에 따른 조기대선으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으며, 정부부처도 창조경제라는 키워드를 버리고 경쟁적으로 지능정보사회 육성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 일색일 뿐이며 구체적이며 실천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있어서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기보다는 단편적인 기술이나 잘 알려진 해외 사례만 소개할 뿐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1~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서 일정한 규칙을 찾으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즉 이전의 산업혁명들이 증기기관, 전기, 그리고 컴퓨터와 로봇 같은 기술에 의해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도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들을 바탕으로 한 생산 혁명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정확히 지적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특정한 산업 분야에서만 단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무엇일까? 필자는 비즈니스 주도권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 즉 비즈니스에 있어서의 주도권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바뀌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생산자들은 고성능, 고품질, 고품격의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내놓으면 그만이었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그런 제품들에는 별로 관심을 주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제품보다는 그 제품이 제공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제품을 소유하기 보다는 필요할 때에 손쉽게 이용하기를 원하며 표준화된 방법이 아닌 자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이용하고자 한다. 

소비자 중심으로의 변화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서 나타난다.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제품의 생산시점이 결정되며, 생산되는 제품의 유형이나 특징은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제품의 생산은 가치 사슬로 연결돼 있는 협력사들과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한다.

소비자가 생산해야 할 제품과 생산시점을 결정하기 때문에 제품을 미리 만들어 창고에 저장하거나 진열대에 전시할 필요도 없어진다.

필요한 만큼의 원자재만 주문하면 되므로 제품의 가격은 오히려 더 떨어지게 된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관리되며, 필요에 따라서는 제품과 관련된 다른 비즈니스와 결합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소비자를 중심으로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재편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며, 그러한 노력을 통틀어 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하는 것이다.

기업이 소비자 중심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더 빨리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새로운 세상에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며 서둘러 디지털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새로운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 빠른 물고기가 돼야 하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에 앞서 왜 빠른 물고기가 돼야 하며 어떻게 빠른 물고기가 돼야 할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