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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묻는다 “나는 예술가인가요?”

무대 위에서 삶의 모습을 다양한 기호와 상징적인 언어를 통해 표현하는 공연예술은 인간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구다.
우리가 공연예술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무대 위 예술가들이 표현하는 희로애락을 통해 나 자신과 타인의 삶의 모습을 반추하고 상상하며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것은 역사 속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은 아직도 인공지능이 ‘상상하고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창의적인 것’, ‘예술적인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특징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상학과 인공지능 분야의 거장이라는 철학자 드레퓌스(Hubert Dreyfus)만 해도 기계가 단순한 유형-인지(pattern recognition)를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인간이 하는 복잡한 유형-인지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 분야의 진보와 로봇의 발전은 예술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정의 자체를 고민하게 하고 있다.
모차르트와 맞선 인공지능
강하고 힘센 천하무적이거나 사람의 일을 대신해 생활에 편리함을 더해줄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로봇이 이제는 섬세하고 창조적인 예술의 영역에도 도전 중이다.
특히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의 발전에 힘입어 최근 몇 년 사이 예술 장르에서 그 영역을 넓히며 놀라운 성취를 거듭하고 있다.
공연예술에서는 음악 장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반 산업의 빠른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음악 분야에서의 인공지능은 주로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작곡’ 또는 ‘연주’ 기능이 탑재된 로봇이, 무용 분야에서는 로봇과의 협업 무대 등의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연극 분야에서는 주로 로봇 연기자를 조종하는 형태로 인공지능이 쓰인다. “과학자들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 연구를 한다”고 주장했던 푸앙카레(Henri Poincare)의 말을 새삼 떠올리게 만드는 요즘이다.
지난 해 여름,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모차르트와 인공지능이 맞붙는 세기의 대결, ‘모차르트 vs 인공지능 음악회’가 화제를 모았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인공지능(로봇) 작곡자’ 에밀리 하웰(Emily Howell)이 만든 오케스트라 곡 ‘모차르트 풍 교향곡(Symphony in the Style of Mozart)’ 중 1악장 알레그로를 연주했다. 이어 진짜 모차르트의 교향곡 34번 1악장을 들려주고 어느 음악이 더 아름다운지 고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에밀리 하웰은 미국 UC산타크루스 캘리포니아대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이다. 하웰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에 두고 박자, 구조 등을 자료화하고 이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형식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수학적으로 음악을 분석한 후 여기에서 추출된 경향성을 데이터로 수집해 유사성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원곡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챔버 오케스트라와 멀티 피아노 곡으로 구성된 하웰의 첫 앨범은 2009년 2월에 클래식 음반 회사인 센토 레코드(Centaur Records)에서 ‘프롬 다크니스, 라이트(From Darkness, Light)’라는 이름으로 발매됐다.
‘인공지능 음악회’보다 두 달 앞서 구글은 예술창작 인공지능 프로젝트 ‘마젠타(Magenta)’를 공개했다. ‘머신러닝을 통해 설득력 있는 예술과 음악을 창조할 수 있는지’를 목표로 하는 구글 브레인 팀(Google Brain team)의 프로젝트였다.
머신러닝 원리를 이용해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을 만들어보자는 이 프로젝트의 프로세스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다. 인공지능에 음악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주입시켜 향후 예술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찾아내게 하는 것이다.
첫 결과물로 공개한 작품은 비교적 짧은 80초짜리 창작 피아노곡이다. 이 곡은 4개의 첫 음표를 준 상태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작곡됐다. 피아노 이외의 반주는 사람이 했다.
인간 영역 넘어서는 화음 연주
한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더럼(Durham)에서 열린 무그페스트(Moogfest).에서는 네 개의 팔을 가진 연주자가 등장해 마림바 타악기를 연주했다. 연주자는 조지아공대 음악기술센터가 12년에 걸쳐 개발한 ‘시몬(Simon)’으로, 음악 분야에서 공연을 펼치는 로봇이다.
시몬은 마림바를 연주하며 몸을 숙이기도 하고 비트가 강할 때는 흔들고 구르기도 한다.
머신러닝 프로그램을 활용해 여러 음악 스타일로 연주하는데, 두 손으로 연주하기에는 불가능한 화음이나 너무 빠르거나 복잡해 인간이 연주하기에 불가능했던 화음까지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4개의 팔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 연주자들끼리 공연에서 서로 주고받는 눈짓이나 협연을 위한 동작을 연출하는 대목에선 객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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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오래 전부터 연구하고 있는 주제인 ‘예술과 기술 간의 관계성’에 대한 고민이
이제 예술가와 관객들의 몫으로까지 확장됐다.
시몬과 유사한 사례로 일본에는 로보혼(RoboHon)이 있다. 샤프가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로보혼은 로봇형 스마트폰이다. 키(높이) 19.5㎝, 무게 약 390g이며, 등과 얼굴에는 2인치의 스크린, 그리고 카메라와 프로젝트가 각각 장착돼 있는데 말하고 춤추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 로봇이 연주회를 가져 화제가 됐다. 일본 도쿄의 가전 양판점 츠다야가전이 지난해 10월 바이올린, 심벌즈, 트럼펫 등의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로보혼과 지휘하는 로보혼 등 10개의 로봇을 투입해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개최한 것이다.


연극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은 일본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히라타의 로봇 연극 ‘사요나라’가 대표적이다.
히라타는 1990년대 일본 연극계에 이른바 ‘조용한 연극’ 붐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사실주의적 무대 연출을 선보여 비교적 팬층이 두텁다. 사요나라는 2010년 작품으로 일본 방사능의 위험에서 소외된 외국인과 그를 간병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사이의 우정을 그렸다.
‘제미노사이드 F’는 여기에 등장하는 로봇의 이름이다. 미모의 20대 여성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65가지의 표정연기가 가능하다. 로봇은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형과 인간과 똑같이 생긴 형태의 안드로이드형이 있다.
히라타 감독과 이시구로 박사는 2010년 이전에도 휴머노이드형 로봇을 ‘일하는 나’, ‘숲의 심연’ 등의 작품에 활용해 많은 주목을 받은데 이어 2010년 사요나라에서 안드로이드형 로봇으로 교체하면서 더욱 각광을 받았다.
이 연극은 2011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멀티미디어 아트 분야의 권위 있는 축제, 아르스 엘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에서 수상한 이후 세계 각국의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고 있다. 2015년에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됐다.
히라타는 앞으로 관객 반응을 감지해 그때그때 대응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배우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연극 분야에 사요나라가 있다면 무용 분야에는 블랑카 리(Blanca Li)의 로봇 공연이 있다. 스페인 출신 안무가 블랑카 리의 로봇 공연은 새로운 차원의 융복합 공연으로 유명하다. 8명의 인간 무용수와 7대의 로봇 무용수의 협연은 기계적이고 분절적인 로봇의 춤과 유려하고 섬세한 인간의 춤사위를 절묘하게 합친 무대로 호평을 받고 있다.
2013년부터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세계 60개의 도시에서 공연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국내의 ‘셀 스테이지’에서도 공연된 바 있다.

예술과 기술이 다시 합쳐지는 시대
다시 ‘모차르트 vs 인공지능’의 대결로 돌아가 보자. 결과는 이미 보도된 대로 모차르트의 승리로 끝났다.
블라인드 투표 결과는 272대 514. 관객들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인공지능 작곡가가 만든 ‘모차르트풍’의 곡 대신 ‘인간’ 모차르트가 만든 교향곡 34번 1악장을 선택했다. 관객들은 인공지능의 곡이 부자연스러워 귀에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보듯이 언젠가는 정반대의 투표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공지능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이기 때문이다.
마젠타와 인공지능 음악회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국 직후 열려 예술과 인공지능의 접목 가능성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공지능이 결합된 예술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으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술은 빠른 속도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예술(가)’에 대한 찬반 논란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분리됐던 예술과 기술이 다시 합쳐지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구글이 오래 전부터 연구하고 있는 주제인 ‘예술과 기술 간의 관계성(AMI: Artists and Machine Intelligence)’에 대한 고민이 이제 예술가와 관객들의 몫으로까지 확장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안드로이드와 함께 생활할 시대가 올 텐데, 관객들에게 그때가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묻고 싶었다.”
사요나라의 연출가 히라카가 한 언론과 한 인터뷰는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그렇다면 예술과 창의력은 인간만의 전유물인가?
<본 기사는 테크M 제48호(2017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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