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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 기획]알고리즘이 쓸모 있는 분야는 따로 있다

2017-04-13이지혜 에임 대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투자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비해 현재 저평가돼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다. 즉, “A기업에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사람이 분석하는 편이 알고리즘보다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영역이다.

어떤 기업이 얼마나 성장을 할 것인지 여부는 그 기업이 속해 있는, 혹은 만들어가고자 하는 산업의 미래 전망, 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공할 가능성, 경영진의 사업 실행 능력이나 경영진을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변수는 데이터와 통계만으로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정 기업 분석에 필요한 유사 모집단의 규모가 통계를 적용할 수 있을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도의 컴퓨팅 기술과 천문학적인 규모의 연구개발(R&D) 리소스가 필요하다.

알고리즘이 쓸모 있는 영역은? I 알고리즘이 빛을 발하는 영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분석 대상 데이터양이 방대해 사람이 커버하기 어려운 경우다. 최소 수 백 개 이상의 다양한 기초자산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분산투자는 개별 종목 각각이 가진 ‘고유 위험요인’을 상쇄시켜 제로에 수렴하도록 만든다. 단, 포트폴리오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나머지 ‘공통 위험요인’은 알고리즘이 데이터와 통계를 기반으로 분석하기에 용이하다는 특성을 가진다.

애플을 예로 들어보자. 새로 런칭하는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조나단 아이브가 얼마나 잘 해냈는가, 팀 쿡은 확실한 비전과 리더십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임원들을 일사분란하게 끌고 가는가, 애플의 서플라이어(supplier)인 폭스콘의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을 해서 납기를 맞출 것인가, 아니면 파업에 돌입을 할 것인가 등 데이터와 통계만으로는 분석이 어려운 고유변수 가 애플 주식 변동의 7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30%는? 사실상 애플의 제품이나 경영진과 상관없는 변수들에 의해 결정이 된다. 애플이 속해 있는 미국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오르느냐 내리느냐(주로 fund flow, macro-economic data, monetary policy/business cycle 등으로 결정이 된다), 애플이 속해있는 집단군인 전자제품 주식들이 전체적으로 오르느냐 내리느냐, 그리고 애플과 비슷한 ‘스타일’(현금이 많고 적당히 성장하고 있고 주가수익비율(P/E)은 중간쯤 되는)을 가진 집단의 주식이 오르느냐 내리느냐.

알고리즘이 공략하는 분야는 기업 하나를 놓고 봤을 때 후자인 30%에 해당하는 공통 위험요인 분야다. 전자와 달리 후자는 모 집단이 커 통계적인 분석이 용이할 뿐 아니라 사람보다 알고리즘의 분석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다. 전 세계 금융시장 수 만 개 종목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통 위험요인을 분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과 알고리즘의 하이브리드(hybrid) 모델이다. 알고리즘은 기업 각각의 특수성이 아닌 매크로 시장 데이터를 이용해 비즈니스 사이클을 분석하고, 일부 체계적인 분석이 어려운 영역은 인간 매니저의 분석을 보완해 최종 결론을 내는 방식이다.

투자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의 범위와 수가 넓어질수록 알고리즘의 유용성이 커진다. 현재 에임은 500만 원의 최소투자금으로 77개국 1만2000여 개의 종목에 분산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 하나 알고리즘이 위력을 발휘하는 영역이 있는데, 초단기적으로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을 하는 영역이다. 마이크로초 단위로 매매호가 스프레드(bid-ask spread)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순수 알고리즘의 영역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잘 알려진 기업으로는 르네상스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y)나 투시그마(Two Sigma) 등이 있다. 투자 영역에서 사람과 알고리즘이 강점을 가진 영역을 분석해보면 대체로 <표>와 같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의 유형은? I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은 투자 대상 자산에 따라 크게 국내형과 글로벌 시장형으로 나뉜다. 지난 1년 여간 다양한 배경의 금융기관과 기술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국내 주식 중심의 투자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투자역량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에임을 포함한 소수의 전문기업에 국한돼 있다. 이와 관련해 투자방법과 원리에 따라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글로벌 자산배분형 ▲국내 퀀트·펀더멘털 종목 분석형 ▲국내 테크니컬 지표 분석형 등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글로벌 자산배분형은 다양한 지역과 자산유형에 분산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반면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유형은 기존 운용사·자문사 혹은 시스템 트레이딩 회사들의 투자기법에 근간을 두고 있는데,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시장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에 특화된 경향이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은? I 본격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도입이 1년이 채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성과를 논하기는 조심스럽다. 위에 언급된 투자전략 유형별 장단점을 요약하자면, 우선 자산배분형(passive) 로보어드바이저는 연 4~6% 정도의 중수익 투자수요를 타깃으로 한다. 장기투자를 지향하기 때문에 샤프지수, 표준편차 등 위험지표와 포트폴리오 회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기대수익이 높지 않기 때문에 비용절감이 함께 수반되지 않으면, 투자자 관점 효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종목 분석 및 테크니컬 지표 분석형(active) 전략은 목표수익, 변동성 및 회전율이 모두 높은 것이 특징이다. 높은 위험과 매매수수료 등 고비용 구조를 감내하고도 남을 충분한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상승장에서는 전반적인 오름세인 패시브 전략·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을 내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에임의 알고리즘인 에스더는 지난해 10월 초부터 글로벌 마켓 사이클이 위험자산 선호 국면(상승장)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비용절감은? I 안타깝게도 국내 여건상 로보어드바이저가 본연의 비용혁신을 이뤄내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해외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이 수수료를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었던 배경은 사실 기술 진보에 의한 인건비 절감 등의 운영 효율화에 있지 않다. 일례로 현재 가장 큰 독립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으로 성장한 베터먼트의 경우 운용자산이 1조5000억 원을 막 넘긴 2015년 당시 이미 엔지니어 50명을 포함한 100여 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상태였다. (필자가 2011년까지 근무한 아카디안에셋의 경우 그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활용해 100조 원 가까운 자산을 운용했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이 수수료를 낮출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바로 마케팅, 운용, 판매의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한 데 있다. 즉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이 투자자문·일임업과 증권업 라이선스를 모두 취득해 판매수수료나 매매수수료 없이 순수하게 운용보수만을 받고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이 배포 큰 도전에는 급격한 규모의 경제 달성(혹은 그에 대한 기대)이 담보돼야 하는데, 미국은 시장규모도 크고 온라인 채널을 통한 다이렉트 서비스 공급이 가능해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당연히 열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직구가 한동안 화제였던 만큼, 고객들은 똑똑해졌고 마케팅 비용이나 유통마진 절약을 위해 온라인으로 직접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금융업 등록과 인허가 획득이 어렵다. 특히 증권업 신규허가는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또 아직까지 투자일임 서비스는 온라인 계약이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은 대형 은행이나 증권사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오프라인 지점에서 일임형 랩 혹은 신탁 상품의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품에는 연간 1.5% 수준의 운용 및 판매보수 외에도 1% 정도의 선취 판매수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오프라인 판매채널이 가진 고비용 구조의 태생적 한계다. 온라인 가입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펀드상품의 경우에는 판매수수료 절감이 가능하다. 단, 일대일 맞춤형 자산관리라는 로보어드바이저 본연의 특성이 훼손된 점이 아쉽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8호(2017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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